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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3국 ① 그리스 - 코발트 빛 지중해, 그 아름다운 문화 속으로의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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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에 내리자 상큼한 레몬 향을 머금은 지중해의 바람이 분다.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 아폴로코스트를 따라 수니온 곶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지중해가 펼쳐지는 이 길은 영화 <페드라>의 촬영 장소다. 사랑할 수 없는 여인, 새 어머니를 사랑해 버린 알렉시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그는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며 이 아름다운 길을 스포츠카로 질주한다. 그리고 지중해 푸른 바다에서 그 혼돈스러운 젊음을 접고 만다.

1시간쯤 남쪽으로 달리자 멀리 수니온 곶 언덕 위에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을 모신 신전이 보인다. 블루의 향연. 날씨에 따라, 해의 방향에 따라, 깊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의 블루가 펼쳐지고 광활한 언덕 위로는 흐드러진 붉은 색 야생 양귀비와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기원전 5세기 중엽, 바다를 관장하는 신의 신전답게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졌다. 당시엔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졌을 것이나 지금은 도리아식의 원기둥 15개만이 남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다. 


ⓒ트래비

1. 그리스 야외 음악당
2. 보수공사중인 파르테논 신전
3. 아테네 산타그마 광장 무명용사의 비 앞에서 펼쳐지는 위병 교대식

신화의 강을 거슬러 문명의 고향으로 ‘아테네’

세계 최초로 민주 정치가 시작된 곳, 그리스 여행의 중심은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 아래 ‘술의 신’ 디오니소스 신전이 있고 그 옆에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이 보인다. 옛 아테네 사람들이 주 음악당으로 사용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희비극이 시연되었던 곳이다. 대리석이 기반암을 이루고 있는 언덕을 올라간다. 아크로폴리스의 관문격인 불레문을 통과하니 ‘나이키’로 잘 알려진 승리의 여신 ‘니케’를 모신 신전이 보인다. 니케 신전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균형 잡힌 건축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바 있는, 아테나 여신을 모신 파르테논 신전이 있고 그 옆으로 6개의 소녀상으로 유명한 에렉티온 신전이 있다. 2m 남짓 크기의 소녀상을 기둥으로 한 주랑이 너무도 아름다워 잠시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고 숨져 간 감옥을 둘러보고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신타그마(헌법) 광장과 무명용사의 비도 찾아가 본다. 마침 11시 정각이라 의장병들의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징이 박힌 구두로 ‘탁, 탁’ 소리를 내며 큰 보폭으로 걷는 교대식은 흥미로운 구경거리이다. 


ⓒ트래비

5. 이드라 섬의 주요 교통수단인 노새
6. 이드라 섬 골목길 풍경
7.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이드라 섬 풍경

낭만 가득한 ‘그리스 살로닉 연안 크루즈’ 

이른 아침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 항구로 향했다. 이곳은 인근 연안의 여러 섬과 지중해 그리고 멀리 유럽으로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그리스에서 지중해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일정의 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오늘의 여정은 피레우스 항을 출발해 이드라(Hydra), 포로스(Poros), 애기나(Aegina) 섬을 돌아보는 코스다. ‘지오르기스’호에 오르자 그리스 전통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환하게 반겨 준다. 흥겨운 민속음악이 흐르고 배는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빠져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항구를 떠나듯이 말이다.

맨 처음 내린 곳이 이드라 섬. 이곳의 멋진 풍경에 반해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바다를 낀 마을은 지중해 특유의 색이다. 하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들이 이어지고 대문은 바다를 닮은 파란색을 칠했다. 항구에서 나귀를 빌려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나귀는 경사가 심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물론 생필품 운반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바닷가는 온통 노천카페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과 하얀 보트가 줄지은 항구를 지나 산모퉁이까지 걸어 본다. 아름다운 항구의 풍광을 담고 있는 예술가, 다정한 연인들 그리고 여행객을 태운 나귀가 보인다. 산모퉁이를 지나자 풍차가 보인다. 바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바다로 튀어나온 언덕 위에 여러 대의 풍차를 세워 놓았다.


ⓒ트래비

1. 작고 귀여운 포로스 섬에서 본 발칸반도
2. 작고 귀여운 포로스 섬
3. 에기나 섬의 관광마차
4. 에기나 섬의 해산물 시장
5. 에기나 섬의 명물 문어구이
6. 에기나 섬의 그리스 정교회 내부

다음으로 들른 섬은 포로스 섬. 작지만 이쁜 섬이다. 선착장 뒤편에 있는 시계탑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마을 뒤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바다 건너 필로폰네소스 반도의 끝 부분이 보인다. 옛날에는 반도와 붙어 있었는데 지각 변동으로 작은 섬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에기나 섬. 오래 전 한때 독립국가로 아테네와 자웅(雌雄)를 겨루었던 섬이다. 세 섬 가운데 피레우스 항구와 가장 가깝고 제일 큰 섬이다. 섬에 내리자 하얀색의 아담한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보인다. 일행 몇몇은 1유로짜리 촛불을 밝힌다. 

이곳은 파스타치오와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스타치오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자 수산물 시장이다. 시장 뒤편 골목의 문어구이는 이곳의 명물 문어를 석쇠에 올려 노릇하게 굽고 상큼한 레몬을 곁들여 먹는 것으로 맛이 일품이다. 얼음을 넣은 잔에 그리스 토속주 우조를 따라 흔들자 우유빛으로 변한다. 행복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서쪽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배 안에서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그리스 전통춤 배우기가 한창이다. 미끈한 무용수가 시범을 보이고 유창한 한국 말로 스텝 밟는 요령을 알려 준다. 이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불러내어 ‘강강수월래’와 비슷한 춤으로 선실을 몇 바퀴 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멋,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글 사진 = Travie Photographer 김원섭 gida1@naver.com
정리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카타르 항공 02-3708-8542/ 융프라우 02-771-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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