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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 윤무부-그는 지금도 새들과 열애중!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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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윤무부 교수님, 지금 어디세요?”
“지금 경복궁인데요.”
아침 기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던 매서운 겨울 날, 웬만해서는 절대로 밖에 나가고 싶지 않던 그 추운 겨울 날, 윤무부 교수는 경복궁에 있었다.
“교수님, 오늘 날씨 너무 추운데 경복궁에서 뭐하고 계세요?”
“새 보고 있죠.”
윤무부 교수는 그날도 그 다음날도 경복궁에서 콩새를 만나고 있었다.
“일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이렇게 콩새를 보러 경복궁이나 그 뒷산을 찾아요.”

 

거제도 소년, 새에 눈을 뜨다

 

윤무부 교수에게 새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소중한 가족 같은 존재다. 그중에도 콩새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새다. 새장에 갇혀 지내는 새들이 불쌍해 집에서는 새를 키우지 않는다는 윤무부 교수지만, 몇 년 전까지 콩새 한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며칠 후 콩새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날아 들어오자 아내가 ‘어머님이 아닐까요?’ 하면서 키우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7년 동안 콩새를 키웠던 윤무부 교수다. 그러니 가끔씩 콩새가 그리워지는 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윤무부 교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새가 있으니 바로 ‘후투티’다. 인터뷰 당일, 윤무부 교수로부터 명함을 건네 받고는 ‘역시, 새 박사님이시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른 사람들의 명함과는 달리 윤무부 교수의 명함에는 새가 한 마리 ‘떡’ 하니 앉아 있는데, 그 새가 바로 후투티다. 그 많은 새들 중 새 박사 윤무부 교수 명함에 들어가는 영광이 후투티에게 돌아간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섬 소년 윤무부는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뛰놀며 지냈다. 바다로,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던 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마리 새를 만나게 된다. 너무나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새에 첫눈에 반한 소년은 그 새를 보는 재미에 산에 오르곤 했다. 그 새는 일년 중 어느 때가 되면 나타났다가 또 어느 때가 되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소년은 새가 안 보이면 그 새가 그리워졌고 언제 다시 돌아올까 기다리게 됐다. 새는 해마다 어김없이 때가 되면 다시 소년 앞에 나타났고, 소년은 그때부터 새에 흠뻑 빠지게 됐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앞으로 새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렇게 소년 윤무부에게 새 박사의 길을 열어 준 새가 바로 윤무부 교수 명함 속의 후투티다.

 

ⓒ 트래비

 

부전자전 새 사랑

 

윤무부 교수는 새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닌 곳이 없다. 새가 좋아서, 없는 돈에 카메라도 사고 비디오카메라도 사고 녹음기기도 샀다. 돈이 생길 때면 남들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새들에 대한 기록을 더 제대로, 더 잘 남기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사고 새를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도 생물학과를 지망한다고 했을 때, 윤무부 교수의 아내는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아들만은 다른 길을 가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그 아들 역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뜻을 굳히지 않았고, 아버지와 아들은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로 4년을 함께 보내게 됐다. 아들 윤종민씨는 현재 미국 조류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집으로 전화를 한단다. “매일같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는 부자이기 이전에 둘 다 새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 서로 새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아들은 의문 나는 부분을 나에게 묻기도 하고, 나 역시 아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답니다.” 일년에 한 번은 미국에 가서 아들이랑 함께 새 탐험 여행을 한다는 윤 교수는 나중에는 아들과 전세계 철새 도래지를 돌아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새가 좋아… 사람이 좋아…

 

윤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몽골로 탐조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오지인 만큼 힘들기도 하지만 매력이 있다고 했다. 몽골 오지의 습지에서 철새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오지에 사는 몽골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재미있다고 했다. 한번은 그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시계를 선물했더니 몽골 남편이 며칠 어디로 떠나서 돌아오지 않더란다. 나중에야 그 사람이 시계에 대한 답례로 자기 부인을 며칠 간 선물로 준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고는 당혹스러워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갈아입을 옷도, 속옷도 변변찮은 그들을 위해 갈 때마다 그들에게 선물로 줄 옷이나 속옷을 잔뜩 챙겨 간다는 윤무부 교수는 새만 사랑하는 새 박사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모두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동해안을 따라 가는 탐조여행을 즐겼는데, 동해안이 자꾸 상업적으로 개발되면서 철새들이 예전만큼 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요새는 대신 서해안으로 자주 탐조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특히 안면도를 자주 갔었는데, 안면도 역시 도로가 생기고 꽃박람회가 열리면서 아름다운 해변이 많이 훼손됐다며 가슴 아파하는 윤 교수의 모습에서 참 자연인의 모습이 읽힌다. 윤무부 교수는 그래도 삼봉해수욕장 쪽은 아직 아름다운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어 그곳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아무리 추운 날도, 아무리 더운 날도 새만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윤무부 교수. 그는 “철새들이 날아올 시기가 되면 그놈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 자꾸 기다려진다”며 “친구랑 얼마간 못 보면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나에겐 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밀려 있는 원고만 아니면 당장 새를 보러 떠나고 싶은데…"라며 아쉬움 그득한 표정을 짓는 윤무부 교수에게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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