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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송용진 - 송용진, 당신은 누구길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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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어느 날 우연히 대학로 소극장 공연 티켓을 얻게 된 S씨.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판에 꽤나 이름 난 뮤지컬 공연을 마다할 리가 없다. 금요일 저녁 10시, 기묘한 무대, 불편한 객석에 몸을 앉히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헤드윅> 시즌1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조승우도, 이 뮤지컬로 뮤지컬 대상을 수상한 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는 오만석도 아닌, 한 배우에 대한 화두로 객석은 들썩인다. 

어디 그뿐이던가. 뮤지컬 내내 관객과 배우 사이의 폭발적인 피드백은 공연 종료 후 3번의 앵콜 무대 후에도 관객들을 공연장에서 쉬이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송용진, 당신은 누구길래.

글  신중숙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오진민

내 인생을 만든, 헤드윅

<렌트>, <그리스>, <알타 보이즈>, <컨페션>, <하드 락 카페> 등 유명 뮤지컬에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주인공을 맡아 왔지만 ‘헤드윅’만큼 송용진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영화로 더 잘 알려진 <헤드윅>은 동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 장벽을 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렌스젠더 헤드윅의 이야기. 게다가 수술의 실패로 남게 된 1인치 살덩이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 그는 자신의 단 하나의 희망인 ‘음악’에 기대 살아가다 ‘토미 노시스’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했지만 그마저도 헤드윅의 ‘1인치 살덩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 버린다.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둔 동독과 서독의 경계, 1인치 살덩이를 가지고 살아가는 여자와 남자의 경계, 애인의 배신, 사랑의 실패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의 분신이자 그림자인 이츠학에 대한 막연한 미움과 경쟁심 등. 어느 연기 하나 녹록치 않아 보이는 헤드윅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송용진은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아줌마에서 상처받은 트렌스젠더, 천재 락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광분하는 한 인간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연기한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헤드윅’이라는 가십거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한 인간을 무대라는 공간에서 모놀로그라는 방식을 통해 주인공과 관객 사이의 공명을 이끌어낸다.

이제 목표는 ‘헤드윅 전용관’이다!

ⓒ트래비

“2002년, 처음으로 영화 <헤드윅>을 보게 됐어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제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작품이에요. ‘비리던 녀석’에서 어떤 신조와 의식이 있는 인간으로 바뀌게 된 계기랄까.” 

<헤드윅>이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로도 공연된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공연 제작자들을 만나면 <헤드윅>이라는 매력적인 뮤지컬에 대해 꾸준히 언질을 주고 헤드윅 DVD를 보여주며 헤드윅 출연에 열의를 불태웠다. 

“헤드윅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간단해요. 사춘기 때 들국화, 김현식, 도어즈 음악을 들으며 락커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헤드윅>을 보면서 꼭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주변 사람들에게 “니가 그렇게 꿈꾸던 헤드윅이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귀띔을 전해 듣고 오디션을 보고 헤드윅 공연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16일,어느새 헤드윅이 500회 공연을 맞았다. 

“500회 중 130회를 제가 무대에 올랐어요. 5분의 1을 공연한 유일한 배우니까 <헤드윅>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하려고 해요. 제가 다른 배우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더 많은 배우는 분명 아니지만 헤드윅을 제일 잘 이해하고 가장 헤드윅을 사랑하는 배우, 가장 오랫동안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자심감을 가지고 해요. ‘자뻑’이지만.” 

너무 일찍 꿈을 이뤄, 더 이상 욕심나는 배역도 없다. 이제 그의 작은(?) 목표는 1년 내내 언제든 <헤드윅>을 볼 수 있는 전용관을 만드는 것. 전용관 개관 공연 무대에 꼭 오르고 싶다는 그를 ‘헤드윅의 에이스’, ‘소속 배우’라고 칭하며 “헤드윅으로 명함을 파 주겠다”는 공연 기획사의 가벼운 농이 정색하고 진지하게 하는 말보다 곱절은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송드윅, 금요일 심야공연을 부탁해!

“<헤드윅> 시즌1을 연출했던 이지나 선생님이 연기를 가르쳐 주시면서 연기에 재미 붙이면 세상에 연기보다 재밌는 게 없다고 하신 말씀을 지금에야 알겠어요. 제 연기에 항상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요즘 연기가 되게 재밌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올해나 내년쯤에는 연극이나 스타일이 있는 단편 영화에 출연할 의향도 있다. 앞으로 연기자로의 본격적인 계획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머리를 스치는 기우 하나. 가장 헤드윅다운 헤드윅, 헤드윅에 빠져 사는 이 배우에게 어쩌면 ‘헤드윅’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이 아닐까. 

“극복해야 할 것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헤드윅> 공연을 하면서 가치관뿐만 아니라 말투나 행동까지도 분명히 변한 부분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가끔가다 그런 부분은 있어요. 밴드 활동을 하며 공연장에서 항상 하던 퍼포먼스를 전부터 보신 분들은 ‘아 저게 송용진 특유의 퍼포먼스지’하지만 <헤드윅>을 먼저 보신 분들은 ‘아 저거 <헤드윅>에서 나온 건데’라며 다른 작품에도 그 이미지를 고스란히 대입하시거든요.” 

하지만 ‘헤드윅’으로 이미지가 굳어 간다는 것이 그에게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닌 그가 바라 왔던 꿈의 연장이고 자부심이란다. 

“헤드윅으로 이미지가 굳어진다? 굳어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심도 욕심이지만 아무래도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생관이 바뀌고 음악을 처음 할 때의 순수함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자신의 모습처럼 이름 모르는 누군가가 이 공연을 만나 용기와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과 책임감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고, 선명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체력적으로는 공연을 두 번 한 것만큼 힘들지만 앞으로도 금요일 심야공연은 꼭 제가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시즌마다 불러주시면 저는 무조건 갈 거에요.”

유럽에서 한류를 만들고파!

학창시절 삐딱하고 공부 안하던 학생이었던 송용진에게 있어서 최후의 순간 그의 몸을 사리게 만들던 두 가지는 음악과 신앙이었다. 

“중 3때 도어즈(Doors)를 알게 됐어요. 때마침 발 킬머가 주연했던 영화도 나왔었고… 그때 얼마나 그 목소리에, 그 음악에 눈물을 흘렸던지. 나도 짐 모리슨처럼 27살이 되면 죽어야지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이미 5년이나 지나버렸지만 27살의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5년 전이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죽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죠. 그때 영화 <헤드윅>을 보고 삶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월드컵이 열렸죠. 다시 태어나면 축구 잘하는 축구선수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축구, 사랑하죠.”

행복한 추억을 안겨주는 여행을 늘 꿈꾸고 계획하곤 하지만 거의 매일같이 공연과 연습이 겹치는 바람에 지난 2년 간 지방 공연 외에 여행을 통 즐기지 못했다. 

“주변에 러시아 친구들이 참 많아요. 러시아의 친구 어머니를 위한 노래를 불렀는데 어머님께서 어렸을 적 봤던 ‘빅토르 최’같다는 칭찬을 해주셨을 때 그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또 제  계획 중 하나가 5년 안에 뮤지션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거에요. 유럽에서 제가 한류(韓流)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시장조사(?)를 위해 그리고 열심히 일한 자신을 위해, 1~2년 안에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 중이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축구 빅리그가 있는 나라를 돌며 경기도 관람하고 가능하다면 작은 클럽에서 노래도 불러 보며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즐겨 보고 싶단다. “제 바람은 통일이 돼서 북한을 통해 러시아, 유럽을 여행하는 거에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저는 목표를 크게 잡아요. 꿈을 가지면 바랐던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되더라고요.”
즐거운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그가 갖고 있다는 목표만 해도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너무 다양해 허무맹랑할 수 있는 수많은 바람들에 세세한 계획을 잡아 한 발 한 발 그 꿈에 다가가는 그의 넘치는 열정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는 살아 있는 심장소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광로같은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헤드윅 전용관이 생겨 5천만 모두가 헤드윅을 만날 그날, 대한민국 최고의 헤드윅으로 송용진을 기억하는 그날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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