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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우일 - ‘수염 기른 소년’의 여행 스케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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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매체에서만 얼핏 스치듯 보아 온 얼굴이라,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막상 ‘못 알아보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얼핏 했더랬다. 하지만 약속 장소인 홍대 앞에서 가방 하나 없이 만화책만을 달랑 꺼내어 읽고 있는 구부정한 큰 키의 남자를 보자마자 ‘그’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푹 눌러쓴 모자와 청바지, 손에 든 만화책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만화가 이우일. 동안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수염마저도 대화 속에서 스르르 융화되었을 만큼 그와의 대화는 톡톡 튀듯, 발랄하게 이어졌다.   

글  오경연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트래비

공식 타이틀은 ‘만화가’. 하지만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문어발(?)처럼 그가 손을 뻗은 분야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10여 분 분량의 단편영화 <굿바이 알라딘>을 선보이며 영화 연출의 세계로까지 그 무대를 넓혔다.

“<굿바이 알라딘>은 몇몇 영화 비전문가들이 뭉쳐 선보이는 프로젝트 영화작품 중의 일부분입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이용해 만들었죠. 5월경에는 이 사진들을 바탕으로 한 영상사진집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원래 다재다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우일은 씩 웃으며 겸손히‘주변의 공’으로 돌린다. “관심사가 많기도 하지만, 제가 운이 좋은 편이에요. 사진만 해도 저보다 훨씬 잘 찍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저는 아는 출판사와 컨셉트도 잘 맞아떨어졌고 어찌 하다 보니 책까지 내게 됐네요.”

기자가 처음 이우일의 작품을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 모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도날드 닭’이었다. 이우일의 간판 캐릭터이자 그를 세상에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이우일은 그에게 그닥 진한 애착을 갖지는 않는 듯. “워낙 성격이 지극하게 한 캐릭터를 오래 붙잡고 있는 성격이 못 되거든요. 상황, 컨셉트, 관심사와 이야기 내용 등등에 따라서 캐릭터는 늘 변화하거든요.”

“사진과 만화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그는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영상집까지 낼 정도로 사진찍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굿바이 알라딘>의 모태가 된 폴라로이드 SX-70을 포함해 폴라로이드 카메라만 3대, 총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 대수만 30여 개에 육박한다고. 주로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똑딱이 수준의 ‘초보자용’이고, 전문적인 수준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편은 아니란다. 

“대학(시각디자인학과) 시절부터 수업을 듣기도 했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죠. 하지만 사진을 앵글에 맞춰, ‘의도적’으로 찍지는 않아요. 그저 감수성이 느껴지는 대로 찍는 거죠. 그런 면으로 보면 만화와 사진은 닮은 것 같아요. 내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주제를 강요하면 감동이 떨어지거든요. 의도하지 않은 감수성이 오히려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죠.”

‘알콩달콩’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커플

이우일은 동안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벌써 결혼 10년차에 접어드는 ‘중견’ 유부남이다. 부인인 동화작가 선현경씨와는 홍대 캠퍼스 커플 출신. 10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열혈 커플’이니만큼, 로맨틱한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심심한 연애담이 돌아온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제가 쫓아다녔어요(웃음). 한번 차이고,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면서 죽~간 거죠. 중간에 선현경씨가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잘 만나서 살고 있습니다” 96년에 그들이 감행한 신혼여행담은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라는 2권의 두꺼운(!) 책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무려 303일, 집 마련할 돈을 탈탈 털어 무작정 떠나서 돈 떨어지자 귀환한, 당시로서는 무모하기 짝이 없었던 가출기(?)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기억만을 안겨주죠

이우일만큼이나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도 드물다. 303일간의 신혼여행 외에도 그는 부인, 딸과 함께 1달간 멕시코, 쿠바 등지를 여행하고 <이우일, 카리브해에 누워 데낄라를 마시다>라는 책을 지난해에 펴내기도 했다. 또한 올 해 안에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여행기>에 이은 ‘도쿄 여행기’ 2탄을 펴낼 예정이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워요! 심지어 환전사기에 지갑까지 털리더라도 ‘내가 부주의했으려니’ 하고 툭툭 털고서는 늘 즐겁게 여행을 다니죠.” 여행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는, 나이 먹기 전과 후가 변했단다. “이전에는 진짜 무작위로, 대책없이 그냥 훌쩍 떠났어요. 심지어 신혼여행도 계획없이 떠났다면 말 다했죠 뭐.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준비, 계획 등을 철저히 하고 떠나는 편이에요. 특히 일로 여행을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대책 없이 떠나면 곤란하죠.” 하지만 선호하는 여행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밋밋한’ 휴양지보다는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대도시를 선호하는 편. “그래서 도쿄를 자주 가는 편이에요. 뉴욕도 어렸을 때 잠깐 스치듯 들르고 아직 못갔는데,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어요.”

이우일이 꼽은 베스트 여행지 3

이우일에게 이제껏 방문했던 수많은 여행지 중 ‘베스트 3’를 꼽아 달라고 요청했다. “너무 많아서…”라며 주저하는 그에게 닦달하다시피(?) 뺏어낸 여행지 3곳. 아무래도 유럽여행을 많이 하고, 또 좋아해서인지 3지역 모두 유럽이다. 반면에 ‘워스트 3’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는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어느 여행이든지 추억이 남고, 즐거웠어요. 나쁜 여행지? 그런 거 없어요.”

best 1 그리스 크레타섬 처음에는 만화 취재차 들렀어요. 이후에 아내의 사촌동생이 결혼식을 크레타섬에서 하는 바람에 몇 년 만에 또 들렀구요. 왜 좋았냐구요? 그냥 무작정 좋은 동네에요. 경치야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도 좋았고. 또 무엇보다도 서양문명의 발상인 그리스 신화의 배경지잖아요.

best 2체코 프라하 95년에 첫 해외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곳이 바로 프라하에요. 당시에는 사회주의였던 체코가 문호를 개방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던 때라, ‘관광지다운’ 면모가 없었죠. 사람들도 순박하고, 상업적인 분위기도 없고. 이후에도 프라하는 여러 번 찾았지만, 갈수록 관광지 분위기에 찌들어 가는 것이 아쉽죠. 그래도 좋냐구요? 당연하죠!
best 3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뭐니 뭐니 해도 ‘밤이 즐거운’ 동네죠! 암스테르담에 가면 반드시 클럽에 들러요. 현지인들이 매우 개방적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친하게 되고, 이야기도 나누고…. 분위기 좋죠. ‘커피숍’에도 들러 봤어요. ‘카페’ 말고 ‘커피숍’!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긴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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