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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부탐험 홋카이도 ② 오타루 - 영화 <러브레터>가 탄생된 바로 그곳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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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를 아시는지? 영화 <러브레터>를 감명깊게 본 이들라면 오타루라는 지명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바로 오타루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이츠키가 근무하는 도서관이나 히로코와 이츠키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 이츠키가 실려가는 병원 장면들이 모두 오타루에서 촬영되었다. 이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역사와 로맨스의 도시, 오늘은 수현과 승은이 영화 같은 그곳에 푹 빠져 보기로 한 날이다.

삿포로역에서 출발한 지 40분 여. 작은 간이역처럼 아담해 보이는 미나미 오타루 역에 닿았다.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몇 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오르골 전당을 찾은 그녀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맑게 울려 퍼지는 오르골 소리가 여기저기 사방에서 들려온다. 일본 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곳에는 수백 종류의 다양한 오르골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워낙에 오르골을 좋아한다는 승은은 그대로 ‘필’이 꽂힌 분위기다. “어머, 어떻게 해. 나 진짜 오르골 좋아하는데, 여기 너무 예쁘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탐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승은이와 달리 수현은 조금 무덤덤한 표정. “오르골엔 큰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도 여기 진짜 별의별 오르골들이 많네요.” 그도 그럴 것이, 19세기 앤티크 오르골을 비롯해 화려하게 꾸며진 관람차부터 자동차, 고양이, 초밥, 게다 등 ‘이런 것도 오르골이야?’하고 반문할 만큼 처음 보는 특이한 오르골들이 많다. 심지어 벽걸이형 오르골까지. 가히 ‘오르골의 전당’이라고 할 만하다. 

관심이 없다던 수현도 워낙에 신기한 것들이 많은 탓인지 승은이와 함께 여기저기 둘러보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내심 호기심을 보인다. “여기 비틀즈 노래도 있네?” 오르골 아래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적어 놓아 듣고 싶은 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센스 만점이다. 이것저것 오르골들을 구경하는 사이 시간은 금세 흘러가 버리고, 승은은 보석함 오르골을 하나 골라 놓고선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오르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필수 코스.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지인들 선물을 사기 위한 코스로 활용할 만하다.

미나미 오타루역 부근 멜헨 교차로에 위치. 오르골에 따라 가격은 모두 다르다. 가벼운 선물용으로 좋은 초밥이나 벽걸이 오르골 등은 2,000엔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연중 무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동절기 6시) 문을 연다. 0134-22-1108



** 신치토세공항이나 삿포로역에서 JR선을 이용하면 편하고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 쾌속 에어포트를 타면 신치토세공항에서 72분, 삿포로에서 32분 정도면 도착한다. 출발역에서 오타루까지 왕복 JR권과 오타루 내에서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1일 패스가 포함된 오타루 프리 티켓도 판매한다. 1,900엔(삿포로 역 출발 기준) 






오타루, 그 아름다움에 푸~욱 빠지다




오타루 전당을 나오니 안 그래도 가득 눈덮힌 거리 위로 살짝 눈발이 휘날린다. 내렸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눈이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이 계속되는 걸 보니 순백색으로 칠해진 오타루의 겨울도 곧 지나가 버릴 것만 같다. 

오타루는 유리 공예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오르골 전당에서 오타루 운하까지 이어진 사카이마치 거리를 따라 기타이치 유리관을 비롯한 갤러리, 공방, 공예품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공예품들 하나하나마다 장인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듯 아름다움의 깊이가 달라 보인다. “와, 빛깔이 예술이다. 어쩜 이리 고운 색을 낼 수 있는 거지?” 승은이 기가 막히다며 감탄사를 내지른다. “그러게 말이야. 이 잔도 진짜 예쁘다.” 진열된 유리 제품들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 수현과 승은. 마음에 드는 만큼 값도 저렴하면 좋으련만, 가격은 그다지 싼 편은 아니다. 발길을 돌리기는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뒤로 꽂히는 게 아쉽기만 한 그녀들이다. 

오타루 운하로 가기 전 만나게 되는 이로나이 교차로. 영화 <러브레터>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히로코와 편지를 부치려고 길을 나선 이츠키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영화 속에서는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사연이 얽힌 배경지로 등장을 하지만 사실 현실 속에선 그다지 특별할 건 없는 거리이다. 그래도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감흥에 젖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오타루 운하 또한 상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그래도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터라 추운 날씨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수현과 승은이도 빠질 수는 없다면서 다리에 걸터 서서 이런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 댄다. “나, 오타루 운하에 도착했어요!” 

혹여나 운하라고 해서 거대한 물줄기를 기대했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기 쉽다. 하지만 오타루 운하는 ‘오타루’에 걸맞는 또 다른 이곳만의 운치를 품고 있는 곳이다. 옛 정취를 품고 있는 아담한 운하 자체도 그렇고, 운하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와 오래된 석조 창고들이 또 그렇고, 주변을 거니는 인력거들 또한 오타루 운하만이 지닌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돋워 준다. 아쉽게도 가스등이 점등되는 오타루 운하의 밤 풍경은 보지 못하고 돌아서지만, 그렇기에 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건물 외관이 철조 구조물로 밋밋해 보이긴 하지만 안에 들어서면 아늑해 보이는 공간이 여행자들에게 잠시 쉬어 갈 쉼터가 되어 준다. 더구나 이곳엔 맛있는 빵과 케익, 과자들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시식 코너를 만들어 놓아 먼저 맛보고 고를 수 있게 한 센스도 엿보인다. 수현이와 승은이는 벌써 과자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맛을 음미하기에 바쁘다. “으음, 이 과자 맛있는데.” 맛은 일품인데 가격까지 저렴한 게 수현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보다. 과자를 한뭉텅이 집어 들더니 계산대 앞으로 척척 걸어 나간다.

짭짤하면서 바삭한 과자도 인기지만 특히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나이테 케이크가 이 가게의 트레이드 마크다. 반죽부터 숙성, 구워 내놓는 과정들이 오픈 키친을 통해 모두 공개된다. 그래서인지 가게 안에는 항상 고소한 빵 굽는 내음이 가득하다. 신선한 찰기가 느껴지는 진한 슈크림이 든 빵과 사과 케익도 이곳의 인기 만점 품목.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 카페도 문을 열지만 아쉽게도 아직 오타루는 겨울인지라 그 멋을 느껴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문 여는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나이테 케익은 두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4cm 1,050엔, 6cm 1,575엔, 8cm 2,100엔. 오르골 전당에서 오타루 운하 방향쪽으로 5분 거리. 슈크림 빵과 아이스크림, 커피가 함께 나오는 기타카로 세트는 500엔. 0134-31-3464/www.kitakaro.com





오타루의 터줏대감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전통 과자 전문점인 니이쿠라야는 같은 상호로 가게를  운영해 온 지 108년이 된 유서가 깊은 곳이다. 떡과 과자들이 메인 메뉴로 그중에서도 동그란 모양의 떡인 단고에 간장 소스가 끼얹어진 것이 이곳 대표 메뉴다. 처음 먹어 보는 맛임에도 불구하고 수현과 승은은 엄지 손가락을 쳐 든다.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함이 끝에 맴도는 게 표현 그대로 맛있다. 녹차 앙금이 든 단고를 고른 승은은 “앙금이 부드러우면서도 살살 녹아요”하며 미소를 짓는다. 이 밖에도 일본 전통 과자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단골집 같은 곳.

※ 문 여는 시간     오전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0134-27-2121

수현과 승은, 진짜배기 일본 술에 취하다

한국과 시차는 나지 않지만 지리상 더 동쪽에 위치해서인지 홋카이도의 밤은 더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5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게 수현과 승은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를 재촉해 가며 다나카 주조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타루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인 다나카 주조는 옛날 방식 그대로 술을 빚어내는 일본 전통 양조장. 오르골 전당에서는 승은이 신이 나 어쩔 줄 몰라했다면 다나카 주조로 향하는 수현의 발걸음엔 신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일본 술 맛은 어떤지 궁금하잖아요. 아, 신나는데!” 이미 오전에 오타루 샴페인와 와인을 살짝 맛본 그녀들이지만, 일본 전통 술이라니. 궁금하기 짝이 없는 눈빛이다.

다나카 주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화악~하고 술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게 벌써부터 취하는 기분이다. 이곳에서는 예전부터 따르던 전통 방식 그대로 쌀을 도정하고 효모를 섞어 발효시키고, 숙성하고, 걸러내면서 진짜배기 일본 술을 빚어내고 있다. 쌀과 효모, 물이 뒤섞여 보글보글 발효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 짝이 없다. 술이 빚어지는 과정을 둘러보다 보니 왠지 한잔 땡기는 기분~. 안그래도 다음 코스가 바로 시음 코너이다. 이것저것 몇 가지 술을 마셔 보더니 수현과 승은 모두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각
자 평가를 내린다. “음, 이 술이 괜찮은데”, “난 이 열처리하지 않은 술이 더 좋은 것 같아” 하며 각자가 고른 술병을 들고 주거니 받거니 연출까지 해 보인다. 혹시 진짜 취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오타루의 저녁 하늘 위로 곱게 퍼지는 노을과 함께 홋카이도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이 살풋 저물어 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은 무료이다. 제조 공정을 견학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술들을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일년에 몇 번 마지막 공정에서 처음 뽑아낸 생원료를 한정품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특이하게도 1달 정도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가격은 3,470엔.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0134-21-2390



올해로 문을 연 지 71년 되는 곳이다. 고객층이 주로 노인분들이어서 그런지 정겨운 분위기가 우리네 멋스러운 옛 다방 같은 느낌이 난다. 대표 메뉴인 시로이(하얀) 티라미스는 커피 맛이 살짝 감도는 생크림도 그렇고, 티라미스 안에 밥알과 오렌지 껍데기를 말려 넣은 녹록치 않은 솜씨가 ‘역시!’라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만든다.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조화가 대단하다. 시로이 티라미스도 예사롭지 않은 맛이지만, 이곳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스폰지 케익도 한 번 맛볼 만하다. 기포제를 쓰지 않고 요리사가 오랜 감으로 노하우를 발휘해 만들어 내는 스폰지 케이크는 이곳만의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오타루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껴 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 문 여는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커피가 곁들여진 삿포로 시로이 티라미스 세트 672엔. 
0134-23-2211/ www.c-yakata.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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