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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자장면 vs 변신 자장면 - 자장면에 대한 짧은 명상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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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면에 대한 짧은 명상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 트래비

음식이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닌, 어느 집단이나 민족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초밥, 한국의 김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음식이 문화적 코드나 개인의 계급, 정치적 위상 혹은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거나 혹은 일상적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있다. 음식을 소개하면서 어울리지 않게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장면이라는 음식의 다양한 함의(含意) 때문이다.


최근 영화 <외출>의 시사회 때 관중이 던진 질문이 TV에 나온 적이 있다.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왜 주인공들이 자장면을 먹느냐", 감독은 ‘이사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란 답을 던진다. 자장면은 이사 간 날 짐을 풀기 전에 외부에서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것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살인의 추억>에서의 자장면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이 영화에서 자장면은 신분의 의미나 경찰서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 일조한다. 취조실에서 피의자와 조사관이 함께 먹는(그들의 입장은 정반대지만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다) 자장면은 계급적 의미와 경찰서 조사실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소비되는 자장면은 720만 그릇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국민 분식’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많이 먹고 접하기 쉬운 음식이기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풍성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자장면은 한국화 된 중국음식의 대표선수로 원래 중국의 ‘차오위멘’이라는 중국의 면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통해 20세기 초에 들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달게 한 것이 특징이지만 최근 들어서 자장면은 여러 가지로 분화 발전하고 있다. 가격에서, 맛에서, 색깔까지 다양성이 가미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는 이색 자장면 집 두 군데를 소개한다. 둘 다 역사가 50년이 넘은 집이다. 한곳은 전통 그대로, 한 곳은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곳이다. 공통점은 둘 다 맛있다는 것이다.

 

자장면, 두들겨야 맛있다 - 현래장

ⓒ 트래비 

마포의 불교 방송국 옆을 지나다 보면 이상한 모습을 보게 된다. 대로변의 대형 유리창 너머로 면을 쳐대고, 길게 뽑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곳이 바로 ‘수타(손으로 때리는)’ 자장면으로 유명한 현래장이다.
그렇다고 이 집의 유명세가 이런 이벤트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좋은 면발의 조건은 몇 가지가 있지만 반죽을 잘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쳐 대서 안의 공기를 빼낸 그야말로 손맛이 살아 있는 면발은 졸깃하면서도 매끄럽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사실을 알아도 그 과정의 지난함 때문에 수타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다가 중국면의 특징인 납면(길게 늘이는 면을 말함. 라면의 어원이기도 하다)으로 뽑아내는 기술 역시 만만찮은 공력이 드는 방법이다. 현래장에서 연출하는 모습은 바로 이 부분이다. 면을 치대고, 마른 밀가루를 뿌려가며 두 가닥, 네 가닥, 여덟 가닥 이런 식으로 승수로 늘려가는 기술이다. 면은 어느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면발은 가늘어진다. 이런 면으로 만든 것이 바로 현래장의 자장면이다. 먹어 보시길. 참고로 현래장 근처에 있는 사람만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배달에 관한 한 전설적인 ‘고려대 번개’에 필적할 만한 배달 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 174-2
전화: 02-712-0730
찾아가는 길: 마포역 불교 방송국 방면 대로변
영업시간: 11:30-22:00

 

 

 
컬러 자장면 맛보세요 - 복성각

ⓒ 트래비

‘온고지신’, 옛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다. 복성각은 이런 의미를 자장면에 적용하고 있는 곳이다. 자장면 하면 ‘검다’라는 이미지를 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검은 색 춘장을 볶아서 만든 면이 바로 자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성각은 ‘검다’라는 자장면의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그러니 컬러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노란 자장, 빨간 자장, 납작 자장 등 현란한 색깔과 모양만큼 화려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빨간 자장은 고추기름을 사용하여 붉은 색을 낸다. 색깔처럼 매운 맛의 자장이다. 노란 자장은 기름기 많은 면이다. 납작 자장은 일반 자장면 면의 서너 배는 됨직한 널찍한 면이다. 모두 사천식을 기본으로 해서 매콤한 것이 특징이다. 복성각 역시 이런 독특한 자장면만 파는 집은 아니다. 50년이 넘은 역사가 말해 주듯 사천식 중국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학가에 위치한 이유 때문에 이런 메뉴가 개발된 것이다. 바탕이 튼튼한 곳이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1-8
전화: 02-364-1522
찾아가는 길: 2호선 신촌역 연세대 방면 신촌 새마을금고, 독수리 다방 사이 골목
영업시간: 11:00-22:00

 

 ⓒ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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