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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채언 혜초여행사 사장 - ‘착실’ 석채언의 ‘확실’한 철학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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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 석채언의 ‘확실’한 철학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떠나라!

어렸을 때부터 뭐든 성실히, 열심히 하는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착실’이라 불렸다는 혜초여행사의 석채언 사장. 티백이 아닌 잎 녹차를 오랜 시간 우려 한잔 한잔 따라 주는 모습이 정성스럽다.

1977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양정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산을 타게 됐다. 84년 부푼 꿈을 안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산을 탔다. 하지만 동계등반이라 그런지 실패로 끝났다. 86년 히말라야에 다녀온 후에 산을 함께 타던 선배가 다짜고짜 이력서를 쓰라고 했다. 그러더니 내일부터 출근하란다.

그래서 럭키항공에 신설된 트래킹 부서에서 사회생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 후 동남아를 위주로 세계의 명산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초에 입사 2년 안에 네팔을 보내 주기로 한 약속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뤄지기를 반복하자 석 사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로 떠났다. 원래 친분이 있던 네팔 왕족의 도움을 받아 네팔에서 현지 가이드로 활동했다. 그 당시 시인 고은 선생이 장선우 감독과 함께 카트만두에서 네팔 지역을 여행했다. 승려 출신의 재야인사로 이름을 날리던 고은 선생과 당시 <경마장 가는 길>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장선우 감독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성품의 소유자들. 두 달간 이 손님들과 함께 여행하며 세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당시 그의 계획은 한국으로 돌아가 트래킹 관련 여행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름은 혜초스님이 구도자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여행가라는 점에 착안했다. <왕오천축국전>에 나타난 그의 여정은 현대의 탐험가들에게도 어려운 여행길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평범한 중인 출신이라 더욱 마음이 끌렸다.

고은 선생에게 혜초 스님의 이름을 따서 여행사를 차려도 될까를 묻자 “스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써라”라는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았다. 세 사람은 각자의 근미래의 목표를 지킬 것을 약속했다. 석채언 사장은 ‘혜초여행사’를 차리고 고은 시인은 고은의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하고 장선우 감독은 <화엄경>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약속. 실패냐 성공이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돌아보면 어찌됐든 셋 다 약속을 잘 지켰으니 자신들이 너무 대견하고 뿌듯할 따름이다.

지금은 여행사 사장이 돼 있지만 엄연히 그의 출발은 ‘산악인’이었다. 박영석 대장은 산악인으로서는 후배이고 엄홍길 대장과는 동기이다. 대중들이 갖고 있는 산을 오르는 것에 대한 우문을 던져 봤다.


“산은 종교적인 의미에요. 종교처럼 산이란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거고, 무조건 믿는 거고, 힘이 들 때는 기댈 언덕도 돼 주고, 목숨 걸고 산을 오르면 비로소 ‘신’이 보여요.”

영국의 산악인인 조지 말로니가 “산이 거기 있어서 산을 넘는다”라고 말했던 것도 기자들이 자꾸 물으니 귀찮아서 그렇게 대답했을 거란다. 산을 오르는 데 무슨 이유가 있냐는 것.

“설마 해서 가는 거지요. 죽음에 대해서 겁을 내면 산을 못 가죠. 산을 오른다는 것은 개척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이란 것이 막연히 생각하면 두렵지만 죽음 바로 앞에서는 두렵지 않아요. 설악산에서 70m나 추락한 적도 있었고 산행 중 추락사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죽음을 딛고 일어나는 것이 산행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고통만을 생각하면 등반을 못하죠. 한계를 넘는다는 재미도 있는 거니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티벳’. “작가 박완서씨가 ‘바늘로 저 푸른 하늘을 툭 치면 파란 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고 말한 게 절절하게 공감이 갈 정도로 티벳은 하늘만 잘 보고 다녀도 본전을 뽑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에요. 척박한 자연환경과 싸우며 사는 고단한 삶이지만 밝게 살아가는 티벳 사람들의 미소와 감성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산 중에서는 북한산을 꼽는다. 혜초여행사의 손님들과 진달래 산악회를 결성해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 옛길을 위주로 등산을 한다.  다소 험하면서도 산세가 아름다워 모두 ‘설악산에 온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버스 한번만 타고도  올 수 있다는 게 대단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몇 해 전 혜초여행사가 이영애의 히말라야 여행을 후원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이영애가 단골이 됐고 그녀의 아버지도 혜초여행사를 이용하기도 했다. 석사장이 말하는 이영애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녀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 “아주 ‘한술’해요. 7~8차까지 술을 마시고도 멀쩡하고 네팔에서도 쇼핑을 저렴하게 했다고 일행들에게 자랑하던 모습이 매우 소박해 보였어요. 직접 동료들에게 라면도 끓여 주는 모습에서도 소탈함이 느껴지고 동시에 ‘은근히 웃기는’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굳이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그녀와 다시 한번 여행길에 동행한다면 무척 즐거울 것 같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래킹은 볼 것 많고 알뜰하고 느끼는 것도 많은 여행이고 산은 사람들 마음을 열게 만들고 삶의 재충전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단다. 그는 또 말한다. 여행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 목적이 있으면 좋지만 방랑이라도 좋다고. 여행은 살아 움직이는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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