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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숙 - 이 얼마나 만화가스러운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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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이현숙 (최근) 만화에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다만, 그 아이들은 우리가 학원물이라고 부르고 떠올리는 만화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또 학원물은 유치하다며 어른 취향의 만화를 선호하는 이들 조차도 그의 만화는 예외다. 그것은 마치 조숙했던 아이가 어른이 된 후 어릴 적 일기장을 읽고, 세월이 흘러도 근본적인 고민은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심정이랄까. 혹자는 말한다. 심각한 것은 대중적이지 않다. 다만, 만화 전문 매장 어디를 가 봐도 소위 잘 나간다는 ‘열혈강호’, ‘원피스’, ‘궁’ 등의 만화 포스터 옆에 나란히 걸려 있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자고로 순정만화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 아름답다 못해 심미주의적이기까지 한 세와, 세준(‘악의 꽃’ 주인공)에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글 = 이지혜 기자 
제공 Photographer 김정아
 


ⓒ트래비

이 얼마나 만화가스러운가!

그의 첫 여행지는 인도였다. 아! 이 얼마나 만화가스러운가(?). 한 달간의 배낭여행으로 떠난 ‘쎈’ 인도 여행은 그전에 경험이 있는 친구와 동행했다. 하지만 설렘과 기대 못지않게 이런 저런 걱정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아마도 스스로 가장 열심히 준비한 여행이면서 인상 깊은 여행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대견하게 생각하는 일! 10kg이나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친구 말에 여행 전 3개월 동안 45분~1시간 정도씩 빨리 걷기로 단련한 점이다. 아마 평소에 그의 만화 후기 페이지 등을 통해 스스로를 캐릭터화한 ‘한끼 밧데리’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군다나 마감 때마다 ‘밧데리’ 다해 축 늘어져 있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 3개월간의 하드 트레이닝이게 실로 그에게는 정말 신기에 가까운 실천 의지의 결과이다.

게다가 막상 여행지에 가보니 가장 쌩쌩하게 돌아다니는 쪽은 다른 친구들이 아니고, 오히려 그였다고. 또 음식이 안 맞아 고생하는 친구들과 달리, 끼니때마다 강한 생존력을 보여준 ‘충전 본능’을 더해 의기양양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인도 여행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객차간 통로가 열려 있는 인도 열차 안에서 친구가 들려준 열차에서 떨어져 목이 잘려나가 죽은 한국여행객 이야기란다. 아! 이 대답은 또한 얼마나 만화가스러운가(?). 하지만 애초에 인상 깊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지 않은 기자의 질문 선택을 자책하며, 정정해 되묻는다. 황혼 무렵 갠지스강에서 본 장례식이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뼈 가루를 강에 흘려보내고, 망자를 위한 제의식이 진행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과 신의 경계를 이어주는 듯한 승려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가. 다시 이런 식이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가 있는 부다가야에서는 동행한 친구가 달라이라마가 여는 대형법회 칼라차크라를 보기 위해 무려 13일을 머물렀다. 마음 내키는 곳의 일정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점이야말로, 자유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오래 지나다보니 눈에 익숙한 사람들도 생기고, 언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과는 친하게 지내게 됐다. 그래서 더욱 인상에 남는 제대로 인도여행. 이 얼마나 만화가스러운가!


ⓒ트래비

그러나 현실은... “고양이 맡아주실 분~~”

누구나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이 빠진 일상의 한 귀퉁이를 메워야 한다. 만화가가 빠진 일상을 벗어나 곤란해지는 것이라면 우선 잡지에 연재 중인 만화일지만, 이건 업무 배분을 고려해서 하면 되니까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정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고양이 ‘냥군’과 어머니다. 냥군을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동물병원에 맡겨놓는 것도 한계가 있다. 또 주위를 둘러봐도 선뜻 마음 편히 맡아줄 가정집을 구하기도 녹록치 않다. 궁리 끝에 데려갈까도 생각했지만, 패키지여행에는 애완동물 동반이 금지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체력을 고려하면 자유여행으로 다니는 것은 무리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어머니와 겨울여행을 다니고 있으며, 여행이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도 여행 맛을 보고 자유여행에 푹 빠질 법도 하거늘, 그를 정기여행의 세계로 이끈 것은 어머니와 함께 다녀온 제주도 여행이었다. 아직도 일을 놓지 않고 계신 어머니는 겨울 휴가만 가능하다. 그리하여 언제나 겨울에 떠나는 일주일 이내의 여행이다. 또 가까운 곳은 언제라도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이런 곳을 택하다보니, 딱 패키지다.

패키지여행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반면에 항공권 알아보지 않아도, 자고 먹는 걱정 하지 않아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그. 냥군이를 떼어 놓고 가야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연중행사가 나름 유쾌하고 좋은 추억들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주의는 작품에도 드러난다. 인도여행까지 세게 하고 온 것 치고는 그의 작품에는 딱히 여행지가 부각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만화도 물론 없다. 선남선녀의 주인공을 그리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는 모양이다. 스스로 망상이 부족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따뜻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어서, 정작 냉소적이고 건조한 일상을 얘기하는 만화를 그리게 되는 것처럼.

그런 그이지만 만화 ‘몬스터’에 나왔던 동화 같은 풍경의 북유럽에 가보고 싶다던가, 소설 ‘하드보일드원더랜드’에 나오는 이상한 손톱깎이를 담당 기자 선물로 구매하는 타입이다. 이 달 말에는 유럽 건물들이 가득해서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하우스텐보스에 친구와 함께 갈 계획으로 한껏 들 떠 있는 상태다. 

이 달 24일 석가탄신일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학여울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되는 SICAF에서 마련한 사인회 일정이 잡혀 있다. 이는 또 얼마나 인기 만화작가스러운가!

* 프로필
친구 만들기 (1992), 보이지 않는 기사 (1993), 별의 바다 (2000), The Shadow of Moon 월영 (2003), Really? 리얼리? (2004),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2004), 악의 꽃(이슈에서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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