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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② 빙하가 할퀸 자리는 아름답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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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그리그가 연정을 품었던 피오르는 노르웨이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노르웨이를 실제 방문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마치 선험적인 존재와도 같다. 노르웨이의 피오르가 아니라 피오르의 노르웨이라 해도 별반 놀랄 일이 아니다.

자연의 완강한 신비 피오르

노르웨이의 지형은 해안선이 놀랄 만큼 복잡하다. 특히 해안선이 절단된 듯이 경사가 급한 서부 노르웨이는 더욱 심하다. 이처럼 육지로 급히 파고들어 급경사의 기슭을 가진 만을 협만, 즉 피오르(fjord)라고 한다. 피오르의 역사는 빙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00만년 전의 빙하가 중압을 견디지 못하고 하루에 20~50cm씩 계곡으로 흘러가 크고 아름다운 피오르를 형성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단면이 U자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해안에서부터 갑자기 깊어진다. 모래사장도 없어 해수욕은 할 수 없다. 대신 1km가 넘는 곳이 있을 만큼 수심이 깊어 대형 여객선이 왕래한다. 여행자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피오르의 웅장함을 조우할 수 있도록 천행을 주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 최대의 피오르는 길이가 무려 204km에 이르는 송네(Sogne) 피오르. 세계에서 가장 긴 것이기도 하다. 빙하 침식으로 인해 급사면이 직접 바다에 빠져 있어 깊이가 1,300m에 달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완강한 신비를 견지하는 자연 앞에 서면 언제나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된다.   

열차와 유람선의 조우 노르웨이 인 어 넛셀 

노르웨이에 짧게 머무는 사람들은 하루 여정의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상품을 이용해 볼 만하다. 피오르 관광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 열차도 경험할 수 있어 인기 상종가다. 출발지는 역시 베르겐. 기차와 버스, 유람선과 산악 열차 등으로 탈것을 바꿔 가며 보스, 구드방엔, 플롬, 뮈르달 등을 거친다. 구드방엔-플롬 구간에서 네뢰위(NærØy) 피오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전 8시40분 베르겐 역을 출발한 기차는 제 몸을 휘어 가며 굴곡진 철로와 수많은 터널을 통과한다. 기차 주변으로 자연이 빚은 원시의 그림이 흘러간다. 9시54분 보스에 도착하니 구드방엔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린다. 드라이버의 환영 인사와 함께 창외로 울울창창한 산림이 맥맥이 이어지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가 출몰한다. 투명한 호수는 하얀 이마의 설산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자연의 데칼코마니다. 전망 포인트인 스텔하임 호텔에서 잠시 멈춰 선 버스는 이내 구절양장을 타고 넘어간다. 아홉 번 꼬부라진 양의 창자보다 더 구불구불한 길이다. 버스는 유람선 출발 시각인 11시30분 조금 못 미쳐 구드방엔에 도착한다. 네뢰위 피오르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네뢰위는 이미 적시한 송네 피오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도 올라 있다. 유람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이 없다. 2시간 항해 내내 생룡활호(生龍活虎) 같은 자연이 이어진다. 완벽한 자연 앞에 마음의 무장해제가 절로 이뤄진다. 어느 순간엔가 뱃머리가 폭포를 향한다. 양동이를 준비한 승무원이 폭포수를 받아 승객들에게 나눠준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 실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산악 열차는 플롬-뮈르달 구간을 운행한다. 인구 450명의 조그만 마을인 플롬은 모든 경제활동을 이 산악 열차에 기댄다. 구드방엔에서 건너온 유람선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비로소 이 조용한 마을은 깨어난다. 플롬 산악 열차는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 못지않은 난공사였다. 20년의 공기가 소요된 역사(歷史)적인 역사(役事)였다. 20개의 터널이 뚫렸으며, 아찔한 협곡 위로 다리가 놓여졌다. 플롬과 뮈르달의 평균 해발은 각각 2m와 866m. 55도의 평균 경사도를 헤치며 열차는 한 시간 정도 느릿하게 나아간다. 해발 699m에서 열차는 잠시 숨을 고른다. 쇼스포센 폭포의 장관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98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우렁찬 굉음과 함께 간단없는 포말을 만들어낸다. 보는 이의 눈과 귀를 꼼짝없이 붙들어 맨다.

피오르의 정점을 만나다 트롤 피오르 호



좀더 느긋한 일정으로 피오르를 둘러보고 싶다면, 그리고 좀더 깊숙한 감흥에 젖고 싶다면 후르티그루텐(Hurtigruten) 사에서 운영하는 크루즈를 이용할 만하다. 베르겐을 기점으로 다양한 일정의 상품을 판매하는데, 예이랑에르(Geiranger) 피오르를 만나고 돌아오는 1박 2일짜리 프로그램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한다. 

저녁 8시 베르겐의 뇌스테브리겐에서 물질을 시작한 ‘트롤 피오르’호는 노르웨이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항해한다. 해가 긴 탓에 밤 10시 무렵에야 바다와 섬들이 노을에 얼굴을 붉힌다. 9층 야외 전망대에서 접의자에 몸을 기댄 사람들은 도도한 감흥에 밤늦도록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이튿날 오전 8시45분, 배는 중간 기착지인 올레순(Alesund)에 멈춰 선다. 45분 정도의 기항지 투어가 시작된다. 올레순은 아르누보 양식의 석조 건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겉모양은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 애연한 사연이 흐른다. 1904년 취객의 부주의로 큰불이 일어나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모두들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민과 관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독일을 위시한 유럽 각국의 원조를 발판으로 곧장 도시 재건에 나섰고, 오래지 않아 일관된 콘셉트를 지닌 새로운 도시가 탄생했다. 악슬라 언덕의 전망대에 오르면 ‘전화위복 도시’의 진면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질 무렵, 드디어 예이랑에르 피오르가 늠연한 자태를 드러낸다. 노르웨이의 4대 피오르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상찬을 받는 곳이다. 물은 물대로, 산은 산대로, 폭포는 폭포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무결점의 자연을 보여 준다. 어느새 갑판 위 전망대로 모인 사람들의 입에서 쉴 새 없는 탄성이 쏟아진다. 탄성은 구체적인 음절로 이어지지 못한다. 말로 주워 담을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오르드는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지만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듯도 해 더욱 마음이 쓰인다. 사실 피오르의 수려한 경관에 감탄을 하던 사람들도 휘뚤휘뚤한 해안선을 따라 끝까지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길고 긴 여정에 지칠 때가 있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내륙 쪽에 다리라도 하나 놓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텐데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오르 해안선은 때로 지루할 만큼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자, 어떤가. 별다른 지름길 없는 인생도 무릇 그러하며,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일갈하는 것 같지 않은가.

★ 피오르 즐기기

노르웨이 인 어 넛셀 상품은 피오르 투어(www.fjordtours.no 47-5555-7660)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개별 여행객을 주요 타깃으로 다채로운 피오르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 1만6,000톤의 트롤 피오르 호는 304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다. 82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 바,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등의 부대시설을 빠짐없이 구비하고 있다. 뷔페로 준비되는 식사는 무엇보다 싱싱한 해산물을 실컷 맛볼 수 있어 좋다. 8층과 9층 전면은 파노라마 라운지, 9층 갑판은 야외 전망대로 이용된다. 갑판 한편에 저쿠지도 설치돼 있다. www.hurigruten.com 47-7697-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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