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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① 빙하와 바다가 빚어낸 매혹의 풍경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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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노르웨이는 글에 비유하자면 초벌로 쓴 원고이자 퇴고를 거친 최종 원고다. 막 잡아 빚은 듯 거친 자연의 야성미와 동화 같은 마을이 보여 주는 정제된 풍경을 두루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부단한 언어의 조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위대하고 고매한 풍경이기는 매한가지다. 베르겐(Bergen)에서 출발해 피오르(Fjord) 투어를 거쳐 오슬로(Oslo)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떨칠 수 없는 감상이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스칸디나비안 관광청 02-777-5943
www.stb-asia.com, www.visitnorway.com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이며 피오르 관광의 관문이라는 수식어는 베르겐에게 거추장스럽다. 새뜻하고 부드러운 외양을 지닌 도시는 제 스스로 빛나기 때문이다. 도보 여행으로 적합한 도시는 항구 그리고 바다와 더불어 아름다운 정경을 완성하는데, 그 아름다운 바다를 순백의 요트들이 자유로이 활보하며, 자유로운 요트에서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환담, 쾌소, 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한 도로를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는 권태의 쾌감과 무위의 일락이 흐르고 또 흐른다.  

도시를 굽어보다 플뢰엔 산 전망대

도시의 디테일을 챙기기에 앞서 전체 생김새를 일별하고 싶은 사람들은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320m 높이의 산은 푸니쿨라(Funicular)를 타고 오른다.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느긋하게 이동하는데, 7분가량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산 중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간 정거장도 갖추고 있다. 전망대는 장쾌한 파노라마 뷰를 선사한다. 막힘이 없어 주변 조망이 활달하다. 오롱조롱한 집들과 창창한 북해의 어울림이 썩 근사해 한참 동안이나 시선을 거두기가 어렵다. 전망대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상점이 있으며, 전나무와 자작나무가 무성한 트레킹 코스도 밟아 볼 만하다. 때마침 프랑스에서 온 한 가족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노르웨이 숲’에는 상량한 바람이 분다. 

:: 푸니쿨라 출발 시간은 주중 오전 7시30분, 토요일 오전 8시, 일요일 오전 9시다. 8월31일까지는 자정까지 운행. 9월부터는 밤 11시30분까지. 요금 왕복 기준으로 어른 70크로네, 어린이 35크로네. www.floibanen.no 47-5533-6800

베르겐의 올드 타운 브리겐 

베르겐 산책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 바로 브리겐(Bryggen)이다. 도시의 옛 영화를 자신의 유전자 속에 아로새긴 장소다.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얹은 중세풍의 건물이 즐비한 구역으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의 건물들은 1702년 화마를 겪은 뒤 원형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고졸한 풍모가 사랑스럽다. 대구의 집산지였던 브리겐에는 무역선과 어선이 무수히 드나들었다. 경제적 번영은 곧 국제화로 이어졌으며 개방은 자연스러웠다. 바이킹은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라 조선술과 비즈니스 감각으로 중무장한 실사구시의 민족이었던 것이다. 선원과 상인으로 흥청거리던 거리는 지금 카페, 레스토랑, 펍, 기념품 상점들로 넘쳐나고 관광객들은 항구의 사내들이 앉았던 자리에 몸을 기댄 채 맥주를 홀짝인다. 


ⓒ트래비

활어처럼 싱싱한 삶 어시장 

베르겐의 항구 주변을 거니는 일은 하뭇하다.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요트와 육중한 몸매의 유람선, 그리고 유순한 고양이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물새는 비명 같은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는 듯하다. 태양 광선에 따라 제 몸의 색깔을 바꾸는 바다는 바다의 빛깔이 얼마나 현란할 수 있는가를 빈틈없이 입증한다. 산 중턱에 낮게 엎드린 집들은 항구와 바다를 향한 구애를 멈추는 법이 없다. 부두의 광장에는 어시장이 선다. 새우, 바다가재, 연어, 고래 고기 등 갖가지 해산물이 풍성하다. 꽃, 야채, 수공예 기념품 등도 판매한다. 캐비아의 경우 생선의 종류에 따라 색깔과 가격이 다른데, 가장 비싼 연어 알 한 통이 우리나라 돈으로 9만원 가까이 한다. 어시장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양자 간의 흥정으로 늘 왁실덕실하다. 활어처럼 싱싱한 삶은 언제나 시장에 모여 있다는 말은 베르겐에서도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 오전 7시에 장이 선다. 6~8월은 오후 7시까지, 9~5월은 오후 4시까지. www.torgetibergen.no

민족주의 작곡가를 기억하다 그리그 생가 

‘북국의 쇼팽’이라 불리는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는 노르웨이 음악의 대표적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굳이 사조를 따지자면 독일 낭만파에 젖줄을 대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여느 음악가보다 향토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거칠게 말하자면 4년간의 독일 유학이 그의 음악에 독일 낭만파의 기운을 드리웠으며, 유학 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맺은 노르웨이 청년과의 친교는 그의 음악을 민족주의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하나의 요인이 더 있으니, 바로 피오르다. 그리그는 서른다섯에 피오르 부근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그 무렵 작곡한 피아노 소품과 성악곡에는 피오르의 가경이 짙게 투영돼 있다. 피오르에서 받은 영감은 그의 작품을 더욱 ‘노르웨이스럽게’ 만들었을 터이다. 베르겐 근교에는 그리그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절벽 중간에 그리그와 그의 아내를 합장한 묘가 있다.

:: 개장 시간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5월1일부터 9월30일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60크로네, 어린이 무료, 단체 50크로네. www.troldhaugen.com 47-5592-2992.



★ 그리그 서거 100주년 

베르겐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진솔한 실내악과 서정성 짙은 피아노곡을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은 ‘페르귄트 모음곡’과 ‘피아노 협주곡.’ 평소 “예술가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다. 드레퓌스 사건 때는 항의 표시로 파리 초청 연주를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올해는 그리그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 베르겐 시는 이에 맞춰 대대적인 그리그 관련 축제(www.grieg07.com)를 준비했다. 오는 9월6일부터 나흘간 그리그 국제 합창제가 열리며, 오슬로 국립 미술관도 7월 중 그리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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