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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름축제 현장! - 여기는 아키타 간토축제의 현장입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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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여름은 뜨거웠다

 더운 밤, 축제가 끝난 길거리는 순식간에 정적이 감돈다.
거리 곳곳에 나부끼는 종이 장식 사이로
시원한 여운을 남기는 방울소리가 꿈처럼 울린다.
그들의 축제는 그들의 축제답게 뜨겁고도 깔끔하다.

아직은 낮에 가까운 시간, 대기는 뜨겁고 퍼레이드가 벌어질 중앙로 주변은 천천히 몰려드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선 어린아이들부터 곱게  치장한 10대 소녀들까지 색 고운 유카타 차림으로 전통 축제 맞이의 정성과 들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길 위에서는 각 공동체별로 간토에 매달린 등을 점검해 보기도 하고, 피리를 불어 보거나 북을 맞춰 보면서 퍼레이드 직전 마지막 워밍업을 하고 있다. 주로 어린 초등학생부터 청장년층까지, 힘 있는 그들 구성원들이 그들 마을 축제에 활기와 힘을 준다.

길 양쪽으로 정갈하게 마련된 관람석을 미리 예약한 관람자들이 질서 있게 속속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면서 퍼레이드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어둠이 살살 내리기 시작하면 골목마다 포장마차의 꼬치구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길 건너 한켠에는 축제 현장을 다니며 훼방꾼 노릇을 하는 가라쓰족(까마귀족)들이 건들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사방을 빼곡히 메운 내외지 사람들의 열기가 아키타시 전체를 뜨겁게 달군다.  

 여기는 아키타 간토축제의 현장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초롱을 매단 장대(간토)를 어깨에 메고 중앙로를 그득하게 채워 가면서 퍼레이드는 시작이다. 10m가 넘는 대나무 장대에 몇 개의 대나무를 가로질러 끼워 엮고 거기에 약 46개 전후의 초롱을 달아 장식한 간토는 무게가 약 5~60kg으로 메고 있는 사람들에 따라 간토의 규모도 차이가 있다. 그렇게 길 위에 몰려나온 간토의 수는 대략 230개 정도.  

어둠에 초롱불이 선명하게 빛날 즈음 사람들의 어깨 위에 얹혀져 움직이던 간토가 큰북 소리에 맞춰 벌떡 일어선다. 순식간에 초롱 안에서 흔들거리는 불빛들이 사람들 머리 위에서 너풀거린다. 밤하늘에서 흔들리는 밝은 벼이삭의 형상. 어두운 밤하늘에 탄성이 울려 퍼지고 거기에 더해 간토를 가지고 펼쳐 보이는 각종 기예는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청년들의 기예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아이들도 무리지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얼굴 위에 스치는 긴장감과 우쭐함. 아이들의 기예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보호하고 이끌어 주는 어른들과 또 그 어린 재주에 격려와 찬사를 보내는 관람자들의 모습은 부럽다 못해 가슴이 아리는 정경이다.

흥겨운 리듬의 반복적인 외침과 힘 있는 북소리, 높은 음조의 단조로운 피리 소리가 가히 집단 최면의 상태로 몰고 가는 가운데, 기예를 동반한 불 잔치는 그야말로 마음과 머리 속에까지 불을 지피고야 만다.

축제가 마무리될 무렵이면 흥에 겨운 관람자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진행자들 안으로 섞여들기도 하고…그렇게 축제는 끝이 난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 구석에도 소진하지 못한 흥을 주체치 못해 난장을 부리는 자들을 볼 수 없다. 멍석 펼친 김에 조금 더 논들 무슨 흉이 될까마는 모두가 그런 건 생각조차 못한 일이라는 듯. 축제가 끝난 거리는 순식간에 일상으로 복귀하고 쓰레기조차 흥을 풀 기회를 얻지 못한다. 밀려오는 아쉬움에 쩔쩔 매는 이방
인은 맥주 한잔으로라도 난감함을 풀어야 할 일이다. 아키타현 아키타시의 간토 축제는 8월3일에서 6일까지 열린다.

 
일상 안에 녹아 있는 일탈, 일본인들의 축제(마쯔리)

 일본에는 지역마다 계절마다 수많은 축제(마쯔리)가 있다. 애초에는 조상과 신에게 바치던 의식이었으나 점차 마을에 기념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모두 모여 진행하는 행사로 바뀌면서 마을의 친목도모나 지역 페스티벌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기에 지역 축제의 성격상 대중적이고 자발적이다.

진행 단계에서 지역의 기업들이나 공동체가 적극 참여, 재원 마련에 힘쓰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마을만의 행사를 넘어서 외부에서 행사를 보러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도 되는 등,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해외관광시장의 시각에서 볼 때, 마쯔리는 일본 고유의 체험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축제는 마을 단위로 계절별 특성과 연계되어 1년에도 여러 차례 행해지는데, 그 순간이 바로 일상의 긴장을 벗어던지고 한바탕의 이완을 마련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들의 일탈이나 이완이란 것도, 그 준비 과정과 행사 진행과정을 보건대 그 또한 이미 또 다른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마쯔리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공동운명체로서의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강해질 뿐 아니라 단결정신, 협동정신 등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마쯔리 행사는 행사 전에 갑자기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나 학교 등의 공동체 안에서 어린아이 때부터 전수된다. 서너 살의 어린아이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특별활동 시간 등을 이용해 기술과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일본 동북지방의 다양한 여름축제들

우리나라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칠월칠석이 있다. 단지 지역 특유의 설화와 어우러져 유래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정도일 뿐. 일본 동북지방 각지에서 시작되는 여름축제들은 여름 무더위가 최정점에 달할 무렵인 칠석날을 전후해서 활발하게 펼쳐진다.

이와테현 모리오카의 산사 축제는 대표적인 동북지방 여름축제로 8월1일부터 3일까지 펼쳐진다. 인구 30만의 모리오카시에 참가 인원만도 3만여 명, 관광객이 8-90만 명에 이른다. 악귀 퇴치를 기뻐하여 시작되었다는 산사 축제는 5,000개가 넘는 북이 동원되는 일본 제일의 북퍼레이드가 압권이다.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의 네부타 축제는 여타의 여름축제와 마찬가지로 가을 추수를 앞두고 여름철 더위와 무기력을 이기고 재앙방지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8월2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네부타는 거대한 종이 인형을 장식한 수레로 안에 등을 밝힌 종이 인형에는 삼국지나 수호지의 장사의 모습을 그려 놓았는데 그 무게만도 4t가량. 협회에서는 한해에 약 20-23개 정도의 종이 인형을 제작해 내놓는다. 1개의 제작기간이 약 3개월 정도로 1년 내내 준비하는 셈이다. 그 밖의 공동체별로도 소규모로 네부타를 만들어 참가하기도 한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다나바타 축제는 8월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데 2km에 이르는 센다이시 상가와 거리를 화려한 색감의 종이 장식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 종이 장식에는 공동체나 개인의 소원을 써 놓기도 한다고 한다. 매년 2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 밖에도 야마가타현 야마가타시의 하나가사 축제는 남녀노소, 야마가타현을 상징하는 베니바나 꽃으로 장식한 삿갓을 쓰고 춤을 추면서 행진한다. 8월5일에서 7일까지가 축제기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우네메 축제는 1,300년 전, 나라시대의 아름다운 아내와 남편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로 8월 첫째 주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열린다.

일본 동북지방의 명소

난부마가리집
일본 10대 민가로 180년 전 가옥. 이와테 지방 특유의 가옥형태로 말과 함께 살았다. 이와테현

차구차구 우맛코
말의 평상시 수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정성 들여 장식한 말 100여 마리가 6월 둘째 주 토요일, ‘차구차구’ 소리를 내며 논밭과 시내를 행진하는 이와테현만의 특별한 초여름 풍경. 이와테현

고이와이 농장
일본 전역에서 제일 규모가 큰 민영농장으로 질 좋은 유제품을 맛볼 수 있고, 젖소나 양 등과 관련해서 체험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이와테현

산나이 마루야마
36ha에 조성된 5,000년 전 청동기시대의 대규모 취락지 유적지로 그 시대 옷 입기, 불 피우기 체험도 가능하다. 아오모리현

나마하게 기념관
매해 섣달 그믐날 귀신가면에 나무 식칼을 들고 아이 있는 집들을 돌던 풍습이 있었다는데. 이를 기념하여 만들어놓은 기념관으로 그때의 복색으로 풍습을 재연하기도 한다. 그렇게 귀신의 방문을 당한 집 주인들은 귀신을 환대해 맞이했고, 그로써 새해에는 액땜이 되고 복이 온다고 믿었다고. 아키타현

자오산 오카마 호수
1182년 분화로 분화구에 형성된 화산호수. 가마솥 모양이라 오카마로 이름 붙여졌다. 그 오묘한 에메랄드 물빛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한다고.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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