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칼럼] 사교육과 진짜 공부
2008-08-18 트래비
확실히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학력 수준은 더 상승해 있어야 한다. 영어 수준이 상승하여 우수한 수준으로 해외 유학을 갈 수 있어야 하고 해외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이 나와야 하며 국내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이미 많이 배출되어 국익이 그만큼 늘어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교육 관계자들은 과거보다 학력 수준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에게 헛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뇌 구조는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만 할 수 있지만 점차로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아이들의 대뇌 구조는 아직 단순하여 단순한 지식의 습득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여도 공부량에 따른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습지, 학원, 영어 유치원 등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교육 과정에 빠져 창조적이고 응용할 수 있는 여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는 잘 모르니 알아야겠다는 물음표(?)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창조가 시작되며 새로운 기술, 학문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단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 스스로 물음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단지 문제를 푸는 과정의 되풀이일 뿐이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자.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www.wellmi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