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에디터들의 에디터

2020-08-28     천소현 기자
< 트래비 > 부편집장 천소현

데뷔의 계절인가 봅니다. 놀라울 만큼 ‘ 지인 출신 ’ 작가들이 쏟아집니다. 이제 ‘ 작가 ’ 라고 불려 마땅한 그들의 첫 페이지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여행을 좀 기록해 보고 싶다던 여행가 , 트래비아카데미의 특강에 참가했던 직장인 , 독자 이벤트에 당첨되 어 함께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등이었습니다. 여행매거진과 아카데미의 책임자로 , 길게는 10 년 가까이 성장기와 고군분투를 간헐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 일 ’ 이기도 하 고 ‘ 마음 ’ 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에게는 두 가지 능력 ( 혹은 권한 ) 이 있습니다 ( 또 , 있어야 합니다 ). 지면을 배정 할 수 있는 권한과 평범한 글을 비범하게 만드는 에디팅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저는 두 능력이 ‘ 공공재 ’ 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쪽입니다. 지면은 당연히 제 것이 아 니라 매체로부터 , 대중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 중인 것이고 , 에디팅은 그에 부속된 기술일 뿐이니까요. 


제 것이 아닌 지면을 함부로 내줄 수 없으니 , 돌아보면 필자들에게 뼈 아픈 소리를 많이도 했습니다. 분량이 넘친다는 핑계로 문단을 통째로 들어내고 , 비문이라도 나 오면 이때다 싶어 지적질을 시연했습니다. 1 년 넘게 연재하는 동안 그 ‘ 갑질 ’을 오롯 이 견뎌 내고 ‘출판 계약 ’ 이라는 낭보를 전해 주신 유호상 작가와 김민수 작가님께 ‘ 찐 ’ 축하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 감사하다 ’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보았습니다. <JOBS EDITOR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 내는 사람 > 이라는 긴 제목이었습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는 좋은 에디터 ( 필자 ) 에 있 습니다 . ‘ 좋아하는 것 ’ 만 추구하는 사람 , ‘ 좋은 것 ’ 과 ‘ 나쁜 것 ’ 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 람은 좋은 에디터도 , 좋은 사람도 아니더군요 . 자격을 갖춘 에디터에게 < 트래비 > 를 맡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여전히 ‘ 줄 수 있는 것은 지면뿐 ’ 이고 , ‘ 할 수 있는 것은 에디팅 ’ 뿐이니까요. 

 

< 트래비 > 부편집장 천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