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과 코타

2021-09-01     곽서희 기자

아버지의 낡은 필름 카메라와 코닥 필름의 조합.
코타키나발루의 하루가 인화됐다.

●휴양지 향

무슨 향을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엔 답이 정해져 있다. 
휴양지 리조트 로비의 향. 
만다린 오렌지, 시트러스, 유칼립투스, 라임.
세상의 온갖 풋풋하고 상큼한 것들은  다 갈아 넣은 향.
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휴양지스러운’ 향이다.

●암실

빛이 진다. 코타키나발루의 저녁 놀.
초점은 맞았을까, 노출은 적당했나.
지금은 깜깜하다.
어둠을 인내해야 빛이 되어 나온다.

●직감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사고보다 한 발 빠르고, 오감보다도 한 수 앞선.
설명할 방법도, 증명할 길도 없지만 
놀라울 만큼 정확하다.
첫 소절만 들어도 ‘이건 내 노래다’ 싶은 음악.
첫눈에 ‘이 사람과 지독한 사랑을 하겠군’ 하는 느낌.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는 그런 대상이었다. 
그냥 이번 여름엔 대책 없이 이곳에 빠져버리고 말겠네, 하는.
예감은 적중했고 직감은 솔직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