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벗기기 - 김의원 선생님이십니까?

2006-01-13     트래비


"김의원 선생님이십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종 호텔 직원들이 외국인에게 더 친절하다는 불만을 하곤 한다. 만약 손님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 진위여부를 떠나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한 책임이 호텔측에 있다는 게 Y씨의 생각이다. Y씨와 마찬가지로 평소 손님에게 절대 차별적인 태도를 가져본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프론트의 한 직원. 그렇지만 살다 보면 어찌 마음 먹은 대로만 되랴.


어느 날인가, 한 국회의원께서 호텔에 투숙할 일이 생기신 모양이다. 원래 높으신 분인 연유로 보좌관 되는 분이 도착 전에 사전작업을 하던 상황이었는데, 모시는 분이 워낙 높은 까닭에 이 보좌관도 상당한 권위의식을 갖고 있었다. 국회의원 이름은 알 필요도 없다는 투로, “김의원께서 1시간 후에 도착하시니 방을 하나 준비해 두세요”라며 명령조로 프론트에 예약을 하는 것이다. “성함을 다시 한번 알려주시겠습니까?” “아이 참 나, ××당 ××위원장 김의원이시라니까.” 다짜고짜 짜증을 내더니 자신은 다른 일 때문에 도착시간에 보좌하지 못하니 의원나리께서 직접 오시면 ‘특별히 모시라’고 예의 그 명령조로 말하는 것이다.


호텔에 있다 보면 이런 일도 다반사. “잘 모시겠습니다” 하고 지나가도 될 일이었지만 그 날 따라 이 프론트 직원의 심통이 발동했다. 일단 보좌관이 돌아가자 컴퓨터에 예약을 소리없이 입력시킨다. 도착일자, 출발일자, 객실종류…. 드디어 주인공 의원님이 도착했다. 프론트 직원, 가끔 매스컴을 통해 본 얼굴이지만 시치미를 떼고 묻는다. “예약이 돼 있습니까? 성함을 알려주시죠.” “김×× 일세.” “예약이 안 돼 있는데요.” “그럴 리가 있나. ××당 ×××보좌관이 예약했을 텐데.” “그러십니까? 확인하겠습니다. 아! ××당 김의원씨로 예약이 돼 있습니다. 손님께서 김의원 선생님이십니까?” 알면서도 손님을 우롱한 프론트 직원의 행동은 물론 중죄에 속한다. 하지만 종을 부리는 데도 분명 기술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