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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야경시티투어 - 서울아, 너의 밤이 이러했구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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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고 서울은 또 다른 치장에 분주하다 


한강의 다리들은 제각각 다른 빛을 내며 서울의 밤을 장식한다.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여의도 또한 어둠이 내리고 불이 켜지면서 섬으로서의 제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에서 살아 가며 그저 보기만 했지 느끼지 못했던 서울의 면모들. 지난 4월19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티투어버스 야경코스는 그래서 좋다. 외국인이나 즐겨 탈 법한 시티투어버스에서 숨겨진 서울의 밤을 새롭게 느껴 본다.

침사추이에서 바라본 홍콩의 밤 풍경은 낮의 그것보다 화려하다. 바다를 건넌 저곳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 불빛이 내달리고, 바다에 비친 물그림자는 또 하나의 도시를 탄생시킨다.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밤의 홍콩은 더욱 화려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홍콩의 야경을 ´백만 불짜리´라 부른다.

그런데 서울의 야경도 홍콩의 그것만큼이나 훌륭하다. 사실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몰랐었다. 평소 일과 공부, 술에 취해 지친 승객을 싣고 내달리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는 온전히 다가오지 않았던 풍경들이었으니 말이다.

저녁 7시30분. 광화문에서 출발한 서울야경시티투어버스는 20여 분 동안 서울의 도심을 무심히 지난다. 이때까지는 조명을 밝힌 빌딩과 한강의 다리도 늘 봐 왔듯이 시시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달릴 셈인지. 지루함이 엄습할 무렵, 버스는 양화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진입한다.

생각해 보면 강변북로는 늘 키 작은 자동차를 타고 달렸던 것 같다. 기억 속에 한강이 없으니 말이다. 키 큰 버스에 타고 달리는 강변북로는 그래서 새롭다. 길가에 고개를 숙이며 선 노란 가로등도, 줄지어 선 자동차의 빨간 라이트도 예사롭지 않다.

20대 초반, 친구 손에 이끌려 한강에 간 적이 있다. 택시를 타자던 나의 요구를 묵살하고 걸어가길 원했던 친구. 길을 잘 안다던 그 친구가 나를 데려간 곳은 강변북로였다. 10분을 걷고 미친 짓임을 깨달았던, 끝내 한강으로 가지 못한 길이었다.

같은 길이지만 버스는 그 한강을 눈 아래로 모두 보여준다. 여의도의 진면목과 다채로운 조명으로 장식한 한강 다리의 아름다움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63빌딩과 쌍둥이 빌딩이, 그리고 그저 남과 북을 잇고만 있는 줄 알았던 한강의 다리들이 이리도 고왔단 말인가. 홍콩의 침사추이처럼 여유롭게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 풍경을 곱씹으며 즐길 텐데 안타깝다.

양화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따라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를 지난다. 차들이 몰리는 시간이라 간간이 막혔다가 뚫리기도 하고 그렇게 광화문에서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난 지금, 밤은 이미 깊숙이 내려앉았다.


이제 성수대교에서 유턴한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잠시 탔다가 한남대교로 오른다. 강과 어우러진 서울의 야경과 안녕을 고하고 남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 5월1일부터 남산에서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이제 남산으로는 걸어서 혹은 케이블카나 순환버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만 오를 수 있다.

저녁 8시50분. 남산에 오른 버스가 손님을 내려놓는다. 높이 262m로 나지막하지만 서울 전체를 조망하기에 손색이 없는 이곳, 남산에서 버스는 20분간 정차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아름다운 서울의 불빛을 하나하나 눈에 담기에 2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하다.

버스에서 내려 전망대까지 오른 이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봉화대지다. 서울 강북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는 이곳에서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 서울. 도심의 작은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 큰 바다를 만들고, 남산은 그 속의 섬이 되었구나.

남산전망대는 아쉽게도 공사 중이다. 10월까지 공사가 이어질 예정이라니, 사방에서 일렁이는 불빛의 바다에 빠지는 건 조금 기다려야 할 듯하다.

20분이 지나면 버스는 정확하게 출발한다. 다음 버스가 정차하는 곳은 프레스센터와 교보문고. 도심, 아니 그 불빛 속으로 굳이 들어갈 계획이 없다면 남산에 머무는 게 좋겠다. 남산 곳곳에 마련된 벤치도, 전망 좋은 카페도 상관없다. 이 밤, 서울의 야경과 함께인데 무엇인들 좋지 않겠는가.

서울야경시티투어

코스: 광화문 정차-덕수궁 정차-서소문-충정로-마포대교-여의도-여의2교-노들길-양화대교-강변북로-성수대교-올림픽대로-한남대교-남산-프레스센터 정차-교보문고 정차
출발시간: 19:30, 20:00
소요시간: 2시간
이용요금: 대인 5,000원
문의: 02-777-6090/ www.seoulcitytourb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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