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강영호 - 카메라를 든 음유시인
사진작가 강영호 - 카메라를 든 음유시인
  • 트래비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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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솔직히 천재적인 광인(狂人)을 떠올렸다. TV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며 마치 블랙홀처럼 스튜디오의 대기를 긴장시키는 그의 열정 가득한 모습은. 하지만 로맨틱한 시인(詩人)이었다. 사랑에 부드러워지고 세월에 여유로워진 그의 현재는.

<인터뷰>, <파이란>, <집으로> 등의 영화 포스터에 감흥을 받아 자연히 사진작가 강영호에 대한 관심이 생길 무렵, 소위 톱스타들의 촬영현장 스케치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공중파의 각종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작업하는 강영호라는 사진작가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춤을 추며 소리 지르고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특이한 촬영 방법은 톱스타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광기(?) 어린 작업 스타일은 강영호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최근에 그는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상대는 배우 성현아. 사랑 때문일까. 그는 또 변했다고 말한다.
“좀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생활이 변해서인지 감정적으로도 유연해졌고… 전에는 서서 사진 찍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요새는 주로 앉아서 찍어요. 예전에는 모델과 말도 많이 하고 액션도 컸지만 지금은 깊고 섬세한 감정을 따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찍으려고 하죠.”

사진, 감동을 전하는 작업

그의 작업공간인 ‘상상박물관’ 5층 접견실 한 쪽 벽면은 그와 작업했던 수많은 스타들의 사진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황정민, 보아, 이미연, 홍명보, 배용준, 전지현, 차인표 등 이름만 열거해도 숨이 찰 정도로 수많은 톱스타와 작업을 했던 그의 촬영 히스토리를 이곳에서 제일 먼저 만나 볼 수 있다. 벽에 걸린 저 많은 사진 혹은 숨어 있는 작품들까지. 하나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욱 흥미진진할 것만 같았다. 흔쾌히 아끼는 작품들을 꺼내어 설명한다.

Travie: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말 썩히기 아까운 걸작이 있다면? 

강영호: 프랑스에서 올림푸스 광고를 찍을 때, 스탭들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전지현과 둘이 뛰놀며 사진을 찍었어요. 한 손에는 컴포넌트, 다른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음악을 크게 틀고 광장을 내달리며 찍었던 사진은 공개할 수는 없는 개인적인 사진이지만 나만의 걸작이에요. 파리의 낯선 광장을 배경으로 전지현의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머리와 행복한 표정, 전체적으로 유연한 곡선이 돋보이고 감정이 살아 있어 무척 아끼는 사진이죠. 

Travie: 촬영장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사진을 찍을 때의 강영호만의 노하우는? 

강영호: 나 자신을 가꾸는 게 중요해요. 사진을 찍고 찍히는 과정은 일종의 섹슈얼리티가 오가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과정이에요. 따라서 찍는 사람이 매력이 있어야 찍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편하게 열어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내 자신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가꾸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강한 액션으로 모델을 흥분시켰는데 이제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해요. 무조건 사진을 찍을 때 “웃어 봐”, “미쳐 봐”가 아니라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미치는 거에요. 가령 아침에 침대에서 막 일어난 듯한 사진을 찍는다면 그 모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하며 상대가 자연스럽게 컨셉에 심취하고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Travie: 함께 작업한 사람 중 최고의 모델, 그리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사람을 꼽는다면? 

강영호: 최고는 당연히 여자친구(성현아)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찍어 보고 싶어요.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나 그를 통해 이 시대의 ‘코드’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에게 사진이란 ‘감동’을 주는 일이다. 세계적인 예술로 추앙받는 피카소도 어찌 보면 어린애들의 낙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대중과 공감대가 형성돼 깊이 있는 히스토리를 가졌기 때문에 비로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작품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이제는 사진기를 들이대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사진이란 게 심리 게임이거든요. 사람을 잘 볼 줄 알아서 억압된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좀 전에 배용준씨 사진 보고 배용준 아닌 줄 알았다고 말한 것처럼 그 사람도 의식하지 못했던 표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공기를 만들어 내는 거죠.”

여행, 그 나라 사람으로 살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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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한 달 동안 주역을 공부해서 터득한 손금 보기와 거리 공연으로 돈을 벌었다. 그걸로 유스호스텔 비용과 기타 여행 경비를 충당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곳에서 진득하니 생활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호텔이 굉장히 중요해요. 특히 호텔 창문이 플레임이 되어 창을 열면 그 동네가 액자 속의 그림처럼 다 보여야 해요.”

사막에서 도적 떼를 만났던 충격적인 기억 때문에 오지보다는 휴양지를 선호한다. 어렸을 때는 여행 하면 쇼핑만 생각했다. 최근 세부와 하와이를 여행해 보니 마냥 해변에 누워 쉬기만 하거나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파아란 바다를 배경으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의 여행을 꿈꿔 본다. 

거의 ‘일’로 여행을 다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바로 프랑스 파리. 그를 성공 가도로 올려놓은 <인터뷰>의 촬영 장소이기도 한 퐁 데자르는 <인터뷰> 이후 프랑스 여행의 명소가 됐다. 

“퐁 데자르라는 다리 위에서 시간이 없어서 저녁 무렵에 서둘러 촬영한 게 대박이 터졌어요. 제 인생의 엄청난 터닝 포인트였죠. 그 이후에도 올림푸스와 김동률씨의 자켓 사진도 그곳에서 찍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곳이에요.” 

그는 현재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99인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은 데다 사진 전공자가 아닌 그에게 있어서는 새록새록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작업이라고 여겨 999인 프로젝트로 수정했다. 

“사람에 대한 여행이에요. 천차만별의 표정과 영혼을 뽑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대화하고 사랑하는, 이 새로운 작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작업이지만 보람 있어요. 요즘 이 작업을 하며 내가 왜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어요.”

그 해답은 바로 사진으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너무 고맙다며 마치 은인을 대하듯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지만 향후 이렇게 찍은 999인의 사진은 그의 첫 작품 전시회에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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