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정훈 - 착한 '나르시스'와의 조우
탤런트 김정훈 - 착한 '나르시스'와의 조우
  • 트래비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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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팬들 사이에서는 완벽한 조건 때문에 ‘미친 미모’, ‘미친 두뇌’, ‘정말 이기적인 율군’으로 통하는 김정훈.
만화 속 ‘꽃미남의 화신’ 혹은 신화 속의 ‘나르시스’처럼 제 아름다움에 심취해 버릴 것만 같은 그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소심한 소시민들을 기죽인다. 이 명석한 미소년에게 단 하나도 꼬투리 잡을 게 없다고
생각한 무리들은 그에 관한 편견을 만들어 낸다. 생긴 것처럼 싸가지가 없다더라, 팬들을 무시한다더라 ...

이미지와 소문에 미약한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저 잘난 청년에 대한 묘한 질시가 있었나 보다. 개인적으로 아는 방송계 사람들의 “김정훈,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너무 착해서 걱정이다”라는 한결같은 반응에 ‘의외네’, ‘가식 아냐?’라고 생각했으니까. 일단 신중하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겠다. 잠깐의 대화로 그 사람의 특성을 이래저래 재단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독자에게도 할 짓이 못 되니까.

보여지는 것을 초탈하다

그를 만난 것은 SICAF(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홍보대사 위촉식이 진행된 서울의 한 호텔에서였다. 멀리서 본 그의 모습은 꽃미소를 날리는 말끔한 미소년이었지만 인터뷰를 위해 가까이 자리를 잡고 앉자 입가의 거뭇한 수염과 언뜻 보기에도 지쳐 있는 듯한 표정, 힘없는 말투가 역력했다. 더구나 방금 전 먹은 듯한 짙은 약 냄새까지. 

“<궁> 마지막 촬영 때 급성장염으로 병원에 실려 갔어요. 그 이후 계속 쉬고는 있는데 아직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아요.” 안쓰러워하는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실제로 보니 너무 멋있어서 떨리네요”라고 말하는 주책 맞은 기자에게 “아이~ 왜 이러세요~”라며 쑥스러워한다. 하지만 ‘순정만화 주인공’, ‘꽃미남’, ‘미소년’ 등의 외모 칭찬은 그에게 썩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출연했던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했던 인터넷 조사에서 ‘얼굴로 떴을 것 같은 연예인 1위’에 뽑혔을 때 기분이 씁쓸했어요. 외모가 부각되는 것이 연예인으로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 있거든요.”
주변에서 하도 ‘예쁘다’, ‘여성스럽다’고 말하니 어렸을 때부터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 일부러 짓궂은 장난도 치고 격한 스포츠도 했다. 술도 잘 먹는다. ‘잘 나갈 땐’ 한자리에서 소주 네 병은 들이켰다. 

“처음에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벗어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워낙 그런 말을 자주 들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지만 썩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대중이 갖고 있는 지금의 이미지를 깨려고 조바심 내거나 불평만 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른 이미지로 어필할 수도 있겠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다


실패를 모르고 1등만 해온 것은 아니다.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자퇴한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각했고 상처도 받았다. 연예인을 그만두려는 마음까지 먹었으니. “그때 사람들도 말이 많았어요. 솔직히 모든 걸 포기하고 차라리 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김정훈은 연기자로도 제법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이규형 감독의 <DMZ 비무장지대>에서는 주인공 김지훈 일병 역으로, 오지명 감독의 <까불지마>에서는 조연으로 최불암, 노주현 등과 함께 연기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작품의 성적은 아쉽게도 좋지 않았다. 또 알다시피 그는 그룹 UN의 리더였다. 5집까지 UN으로 활동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룹을 전격해체한 뒤 드라마 <궁>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널리 인정받았다. 앞으로 노래를 다시 하거나 UN이 재결합할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애매모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음악을 다시 한다, 안 한다를 지금 정확히 답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가수 활동을 하며 음악이 100% 제 욕구 충족을 못 해준 부분이 있었어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에 좌절한 순간도 있었고, 그래서 음반 활동을 잠정적으로 그만두게 됐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팬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연기자로서의 매력에 빠져 재미를 느끼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노래를 하고 싶다. 

이처럼 여러가지 신상에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쳤을 때 마침 <궁>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그 결과는 일단 성공적. 배역에 대해 진지하고 정확한 분석을 하는 배우로서의 김정훈. 그에 대해 이규형 감독은 영화 촬영을 마친 후 “김정훈이 신인상을 받지 않으면 자살할 것이다”라고 극단적인 찬사를 보냈으며    <궁>의 인은아 작가 역시 대본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캐릭터를 연구하고 작가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진짜 율로서 7개월을 살아간 김정훈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김정훈과 인연 많은 ‘영국’

시간이 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다니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건상 자주 여행을 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일본 지역은 그가 자주 찾는 여행지. 

“남부지방의 미야자키나 북부의 삿포로가 좋더라고요. 두 곳은 날씨가 극도로 상반된 곳인데도 불구하고 각 지방만의 매력들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어요. 또 프랑스와 스위스 처럼 우리와 생각의 차이가 확연한‘유럽 지역’이 인상에 남아요.” 

앞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영국.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봤을 때 영국의 음악이나 패션 그리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관심이 많이 갔다. 

“UN 5집에서 브리티시락을 살짝 맛보기만 봤는데 그때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궁>에서 율도 영국에서 왔고. 나름대로 계속 관련이 생기더라고요.” 

그에게 여행은 방전된 배터리의 충전이나 단순한 여가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행을 다녀오면 정신 상태가 바뀌어요. 저처럼 게으른 사람들한테는 여행은 정말 필요해요. 쉽게 말해 무장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 살아온 모습을 보며 뭘 채워 나가야 하고, 뭘 잃었었는가가 떠오르고요. 플러스의 가능성이 있는 긍정적인 활동인 것 같아요.” 


ⓒ트래비

어느 것 하나 ‘실패’ 없이 성공가도만 걸어왔을 것 같은 귀하게 자란 듯한 이미지의 미소년. 그는 단순한 아이돌을 뛰어넘어 이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고민하고, 찾아가고 있다. 평범한 학생에서 가수로 그리고 연기자로의 활동에서 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는 영화감독을 목표로 한단다. “아직 연기는 잘 모르지만 당장은 하고 싶어요. 그런데 체력이 별로 좋지 않아요. 그래서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욕심이 생겨도 몸이 비실비실하면 원하는 일을 못하잖아요.” 

너무 짧아서 꿈 같은 봄날처럼 인터뷰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 잠깐이었다. 밖에서 보채 대는 각종 프로그램의 인터뷰 요청과 담당자의 채근에 서둘러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마쳐야 했다. 아직도 미처 상세히 묻지 못했던 질문.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감은 얻었지만 패기는 잃었다”고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그의 그 말이 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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