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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마을여행, 걸어서 수철리 속으로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1.12.23 15:47
  • 수정 2021.12.2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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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공원
밤섬공원

여태 몰랐던 마포의 역사. 알수록 빠져든다. 
고려시대부터 근대사까지, 마포 서민들이 사는 법.

▶걸어서 수철리 속으로 
추천코스: 지하철 광흥창역 1번 출구에서 밤섬공원까지  
길이: 2km  
소요시간: 2시간

신수동, 구수동의 비밀 수철리는 어디일까요?

마포는 조선 시대 무쇠솥과 농기구를 제조하던 공장인 ’무쇠막(무수막)‘이 있던 곳이다. 단단한 쇠(철)는 모두 사라졌지만, 오히려 오래도록 남은 것은 이름이다. 지금의 마포구 신수동, 구수동이라는 지명에 더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무수막의 한자가 수철리(水鐵里), 훗날 수철리의 구획이 나뉘면서 신수동(신수철리)과 구수동(구수철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수철리가 누구, 아니 어디인지 알았으니, 수철리 속으로 고고! 고려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버라이어티한 역사가 엮여 나온다. 

●월급 대신 전통문화를 배급하는
광흥창터

전국 각지에서 온 세곡선이 서강(한강 서쪽)에 도착한다. 배에 가득 실린 세곡은 한강 양화진에 하역된 후 와우산 남동쪽에 있는 창고로 옮겨졌다. 이 세곡은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이었고, 그 녹봉(주로 쌀과 옷감)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광흥창이었다. 현재 아파트에 둘러싸인 광흥창터의 입지에서는 잘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지만 광흥창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활발하게 기능하다가 갑오개혁 이후 월급을 화폐로 지급하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광흥창터에 세워진 광흥당은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공간이다. 마포문화원이 운영을 맡아 공민왕사당제, 전통 성년식, 혼례식, 전통악기와 한국 무용 강좌 등을 진행한다. 복도에 전시된 흑백 사진 속 마포의 옛 모습은 의외의 귀한 사료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21길 15  

●공민왕이 왜 여기서 나와? 공민왕사당

고려의 왕 공민왕(恭愍王, 1351~1374년)의 사당은 조선시대 서강에 세워진 광흥창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 덕후라면 고개를 갸웃할 조합이다. 사연은 공민왕이 광흥창 창고지기(동네 노인이라는 설도 있다)의 꿈에 나타나 이곳(공민왕이 평소 한강 뷰를 즐겼던 장소)에 사당을 짓고 제사를 올리라고 했다는 것. 이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공민왕의 후손들이 매년 음력 10월1일에 이곳에서 제례를 올리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새로 지어진 현재 공민왕사당(등록문화재 231호)은 제례 때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그 아쉬움을 달래 주는 것이 사당 주변의 노거수들인데, 수령 300년이 넘는 회화나무의 위엄이 왕처럼 높고, 장군처럼 장대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21길 13

●동네가 더욱 좋아질 이유
더욱커피

광흥당에서 멀지 않은 이 카페는 낡은 단층 주택을 조촐하게 개조해 아늑함을 채워 넣었다. 커피가 더욱 생각나는 날, 욱하는 마음이 생기는 날, 조용히 찾아가 창가에 앉을 수 있는 카페 하나쯤은 있어야, 좋은 동네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서강로1길 16

●너무 몰랐던 밤섬이야기
밤섬부군당

광흥당에서 마포 옛 사진을 눈여겨보았다면 밤섬의 옛 모습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지금의 평평한 습지와는 전혀 다른, 암벽이 우뚝한 원래의 밤섬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한강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이유로 1968년 2월에 밤섬이 폭파되면서 떠나야 했던 130세대 주민들은 와우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어느 때보다 마을의 태평과 풍요가 간절했으니 밤섬에서 정성으로 모셨던 부군신을 위한 사당을 우선적으로 재건했다. 이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밤섬부군당도 한 차례 자리를 옮겼지만, 매년 음력 1월2일이면 옛 밤섬 주민들이 다시 모여 도당굿(서울시 무형문화재 35호)을 올린다. 사당과 인근 지역은 신성시되는 지역이라 평소에는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28

●우연일까, 필연일까
오롯디윰관

전국 유일의 조폐공사 플래그십 스토어가 수철리에 생긴 건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추측이었다. 조폐공사의 낡은 빌딩을 신축하면서 들어선 오롯디윰관은 조폐공사에서 찍어 낸 다양한 기념품과 순도 99.99%의 골드바를 구경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메달과 기념주화마다 대한민국의 기념비적인 행사와 인물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으니, 현대사의 장면 장면을 회상하는 기분도 든다. 오롯은 스페인어로 금을 뜻하는 ‘오로(Oro)’와 우리말 ‘오롯이’의 합성어이고, 디윰(Diyum)은 ‘쇠를 부어 만듦’을 뜻하는 우리 고어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166  

●수철리를 찾았습니다
무쇠막터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좌표다. 신수동성당 앞 기념 표지석에 무쇠막터의 이야기가 간단히 전해지고 있었다. 조선시대 무쇠솥과 농기구를 제조하던 공장인 ‘무쇠막(무수막)’은 이곳뿐 아니라 금호동(金湖洞) 일대에도 많았는데, 그 이름 역시 수철리(水鐵里)의 다른 불림이었다니, 지명의 유래만 알아도 역사의 반을 꿸 수 있을 것 같다. 솥이나 농기구의 주물 틀을 우리말로 ‘바탕’이라 불러서, 이 일대를 ‘바탕거리’라고도 불렀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189

●사수해야 할 역사 한 모금
하늘가족교회(카페 올리브)

6·25 전쟁이 발발했지만 양들을 버릴 수 없다며 ‘서울 사수’를 고집한 감리교 목회자들로부터 이 교회의 역사는 시작됐다. 전쟁으로 사망하거나 납북된 목회자 유가족을 돌보기 위해 1956년 ‘성광 모자원’이 세워지고, 이듬해 성광교회(현 하늘가족교회)가 시작되기까지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 1959년 세워진 아름다운 ‘돌 예배당’은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촬영 명소다. 현재 1층은 교육관으로, 2층은 카페 올리브로 운영되는데, 커피 맛 자체로도 인정을 받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28길 46

●새로 뜰 수도 있어요
신수시장

동네 재래시장의 스산한 풍경 사이로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의외의 맛집, 아트마켓, 중고레코드점, 공방, 베이커리를 발견하는 재미 말이다. 시장 자체는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지만, 이곳 생활인들에게는 없는 것 빼고 다 살 수 있는 중요한 장터다. 2020년 3월에 재건축을 위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저렴한 임대 공간을 찾는 젊은 상인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되어 주고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17길 17

●람사르 습지가 된 밤섬  
밤섬공원

광흥당에서 본 밤섬의 흑백 사진을 시작으로, 밤섬부군당을 거쳐 드디어 밤섬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강변에 쭉 도열한 아파트 사이, 어떻게 남겨 놓았나 싶은 쌈지 공간이 바로 밤섬공원이다. 공원은 작지만, 밤섬 전체의 탁 트인 풍경과 그 너머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숨겨진 조망 포인트다. 1968년 폭파된 밤섬은 영화 <김씨표류기>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중요한 생태자원이기도 하다. 공원에는 철새 조망을 위한 망원경과 분수대도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신정동 76-1


▶신수시장과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BEST3

똑 터지는 계란이불
양송이식당

한산한 신수시장 골목에서 이 식당이 유독 튀는 이유는, 바깥에 줄을 선 손님들 때문이다. 일본식 가정식을 파는 레스토랑의 자랑은 오므라이스.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셰프의 수세 데미그라스 소스가 톡 터지는 계란이불 오무라이스와 잘 어울려 맛집에 등극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17안길 9 

환하게 예쁘게 신수동, 그림 작업실

신수동에 환한 빛을 드리우는 배미정 작가의 작업실 겸 취미 그림 교실. 홍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녀가 오랜 공력으로 세상의 빛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5월에 출간한 <아는 여자(목수책방)>에서 배미정 작가의 작품과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17길 8

쌀로 만든 마들렌
마들렌먼로

시장의 좋은 점은 디저트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 신수시장에 자리한 마들렌먼로는 이름 그대로 마들렌을 파는 곳인데, 특이점은 밀가루가 아닌 습식 멥쌀가루를 쓴다는 것. 다시 말하면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다. 굳이 재료를 말하지 않으면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살살 녹는 마들렌과 쿠키가 입에서 장까지, 모두를 편안하게 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17길 12

 

▶마포 마을여행  
‘마포 마을여행’은 마포구 곳곳에 서린 추억과 이야기를 담은 도보여행입니다. 전문적인 문화관광해설사의 역사 설명과 재미있는 골목 스토리텔링을 여행에 곁들입니다. 알고 봐서 더욱 풍성했던 마포 마을여행을 <트래비>가 여러분들에게 생생히 전달합니다. 마포 마을여행은 마포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3월부터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이승무 취재협조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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