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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의 대표, 자작나무 하얀 숲과 겨울 바다

  • Editor. 장태동
  • 입력 2021.12.2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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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의 대표 주제, 겨울산과 겨울바다.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 겨울 숲과 강릉의 겨울바다를 보러 떠났다. 겨울 바다도 자작나무 하얀 숲도 다 따듯했다. 동해의 겨울 대표 음식 도루묵과 양미리 요리는 강원도 바닷가 겨울 여행의 감초다.

자작나무숲은 하얗다
자작나무숲은 하얗다

●한계령 넘어 사천진 해변에 도착하다


강원도 태백산맥의 등줄기를 넘나드는 고갯길은 여러 개다. 가장 북쪽 진부령을 넘으면 고성군이 나온다. 그 남쪽에 속초로 넘어가는 미시령이 있다. 미시령 남쪽 한계령은 양양과 이어지고, 한계령 남쪽 대관령은 강릉에 닿는다. 이렇게 잘 알려진 고갯길 말도고 운두령, 닭목령 등 사연 많을 것 같은 고갯길이 첩첩 산중을 비집고 흐르며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들을 오가게 한다.

한계령에서 필례약수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한계령에서 필례약수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겨울여행의 매력 중 하나가 이런 고갯길을 넘는 것이다. 그중 겨울 풍경의 백미는 한계령이다. 강릉의 겨울바다를 보려면 대관령을 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르지만 한계령을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강릉 사천진 해변
강릉 사천진 해변

한계령 고갯마루에서 겨울 산의 운치를 즐기고 양양으로 향했다. 7번 국도를 만나 남쪽으로 차를 달렸다. 바다에 뿌리를 둔 기암절벽의 하조대, 바다를 앞마당 삼은 절 휴휴암, 생활의 편린이 묻어나는 잔잔한 항구 남애항, 활력 넘치는 주문진항 등 쟁쟁한 여행지를 들르지 않고 차를 달린 건 이름 없는 작은 바닷가, 사천진해변 때문이었다. 익숙해서 마음 편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봐도 좋은 곳이 그곳이다. 그래서 사천진해변은 늘 새롭기도 했다.

강릉 사천진 해변 바위섬
강릉 사천진 해변 바위섬

겨울 동해는 바람에 세다.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진 파도의 포말이 낚싯대를 들고 있는 사람을 적신다. 갈매기가 떼로 모여 어슬렁거리는 백사장을 갈매기와 함께 거닐었다. 수평선 위 하늘이 연하게 붉어지며 파스텔 톤으로 빛을 낸다. 동해에도 노을이 있다.


●동해의 겨울 맛


동해의 겨울 별미는 도루묵과 양미리다. 어제 그냥 지나친 주문진 항구 뒤편 식당에서 도루묵찌개와 양미리조림을 시켰다. 두 생선은 요리를 잘 해야 맛이 산다. 특히 도루묵찌개는 맛내기가 쉽지 않다.

도루묵은 암컷과 수컷의 맛이 다르다. 암컷은 주로 겨울에 구이나 찌개로 먹는다. 알이 많기 때문에 알을 톡톡 터뜨리며 씹는 재미도 있다. 수컷은 가을에 먹는 게 맛있다. 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그 위에 수컷 도루묵을 올린 뒤 갖은 양념을 넣고 조려서 먹는다.

강원도 북부 바닷가 마을의 겨울 별미 중 하나가 양미리다. 굵은 소금을 쳐서 숯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한다. 강원도 북쪽 바닷가 마을에서는 겨울이면 집집마다 양미리찌개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김치를 숭숭 썰어 넣은 양미리김치찌개, 무와 두부 등을 넣고 벌겋게 끓이는 양미리찌개가 대표적이다.

주문진 식당에서는 도루묵을 찌개로 먹고 양미리를 조림으로 먹었다. 푸짐한 아침상을 물리고 주문진항을 돌아봤다. 주문진항 새벽 경매시장의 활기는 언제 봐도 새로운데, 이미 경매는 끝난 지 오래다. 항구는 깨끗했다. 배는 항구에 가득했고 갈매기만 분주하게 항구 위를 날다가 뱃전에 내려앉는다.

●하얀 비, 자작나무 숲


강릉을 벗어난 차가 한계령을 넘는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고개를 올라가는 데 눈발이 날린다. 차가 걷는 속도로 간다. 한계령 정상 못 미쳐 좌회전, 필례약수터에 들렀다가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에 도착했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숲 사이로 길이 났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숲 사이로 길이 났다

임도처럼 넓은 숲길 3.2km를 걷는다. 가는 길 가에도 온통 자작나무다.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등에 땀이 구른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자작나무 하얀 숲이 우거졌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저 아래 구불거리는 길이 또 어디론가 이어진다.

자작나무숲에서 짜작짜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얀 소나기 빗줄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작나무숲은 25헥타르(약 7만5600평)다. 그곳에 길을 내고 숲을 가꾼 것이다. 자작나무숲이 하얗다. 숲 밖에서 숲을 보면 하얀 빗줄기가 땅에 박히는 것 같다. 자작나무를 보고 있으면 ‘짜작짜작’ 모닥불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왕복 6.4km 정도 된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왕복 6.4km 정도 된다

처음에는 자작나무 하얀 숲을 거닐었다. 그러다 더 깊은 하얀 숲으로 들어갔다. 길을 벗어나 길 아닌 길로 걷고 싶었다. 줄기도 가지도 다 하얀 자작나무가 촘촘하게 들어찬, 온통 하얀빛 자작나무 숲에 혼자였다. 아무도 없는 게 더 좋았다. 하얀 숲이 감싸주는 느낌이 따듯했다. 실제가 환상이었다.

속삭이는자작나무숲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자작나무숲 안내소
입장료: 무료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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