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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할 수 있어, 사가현 렌터카 여행 A to Z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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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도자기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리타
400년 도자기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리타

여행이란 무릇 자유로워야 하고 여정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훨씬 더 즐거운 법. 
10분이면 누구나 사가현 렌터카 여행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시작부터 난관? 
일본 렌터카 예약하기


‘사가’는 몇 번의 여행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 있는 규슈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현이다. 새로운 여행에 ‘모험’이란 테마를 더할 수 있었던 것도 비교적 친근한 여행지였기 때문이다. 경험자들에게 물었다. “모험이 어렵진 않을까?” 돌아온 대답은 너나없이 “당연하지, 할 수 있어!”였다. 그중에서도 “10분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라는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모험이란 다름 아닌 ‘렌터카 여행’이다.

아리타 마을을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리타 마을을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신청하면 즉시 발급받을 수 있으며 방문할 때 여권, 운전면허증, 6개월 내 촬영한 여권용 사진 1매가 필요하다. 발급수수료는 8,500원. 


‘타비라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여행시 렌터카가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예약사이트다. 각각의 렌터카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을 비교한 후 취향과 조건에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어 사이트도 제공되어 편리하지만, 일본 사이트보다 조금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크롬에서 타비라이 사이트에 접속, 회원가입 후 렌터카 카테고리를 클릭한다. 렌터카 사용 기간 및 시간을 입력한 후 출발 장소와 반환 장소를 선택한다. 검색 버튼을 누르면 이용 가능한 차량이 리스트업 되는데, 그중 예쁘고 연비 좋은 도요타 아쿠아 차종을 선택했다. 총 79시간 이용에 1만8,400엔, 결제는 현지에서 하면 된다. 생각보다 쉽다.

사가공항 안내소의 모습
사가공항 안내소의 모습

사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마음은 조마조마, 걱정이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다. 다행히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 덕에 간단히 절차를 마치고 차량을 인수할 수 있었다. 한국어 지원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공항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팸플릿 등을 받아 목적지의 영문 명칭, 전화번호, 맵 코드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오른쪽에 있어 어색함이 가득 느껴지는 운전석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목적지를 설정했다. “왼쪽 길로 주행, 우회전은 크게!”를 수차례 되뇌고는 드디어 출발.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핸들을 잡았을 때만큼 조심스러웠지만 10분 정도 지났을 때,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가 여행의 특급 도우미, 사가공항 관광안내소

사가공항 국제선 로비에 자리한 사가공항 종합관광안내소(佐賀空港観光案内所)는 렌터카 이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꼭 들러 봐야 하는 필수 코스다. 국내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사가 전역의 관광 정보와 여행에 필요한 각종 팸플릿 등을 제공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대응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며 도움을 준다.

폭포는 바위의 형태를 따라 흐르는 무수한 입자들의 연속체를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폭포는 바위의 형태를 따라 흐르는 무수한 입자들의 연속체를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 
미후네야마라쿠엔


이곳은 1845년 다케오시의 28대 영주 ‘나베시마 시게요시’가 미후네산 주변으로 조성한 50만 평방미터 규모의 정원으로 국가지정기념물이다. 밤 운전의 긴장감을 극복하고 늦은 시간 이곳을 찾은 이유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전시 분야의 독보적인 그룹, 팀랩(team lab)이 꾸민 <A Forest Where God’s Live> 전시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비물질적인 디지털 기술로 ‘자연이 자연 그대로 아트가 된다’는 ‘Digitized Nature’ 프로젝트는 미후네야마라쿠엔의 바위, 동굴, 숲, 연못을 포함한 천년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며 긴 시간의 연속성 위에 있는 생명을 표현한다.

영상은 복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순간의 그림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영상은 복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순간의 그림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특히 <Drawing on the Water Surface Created by the Dance of Koi and Boats>는 연못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조각배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색이 변화하며 그 궤적을 만들어 가는 라이트 아트 작품이다. 몽환적 배경음악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광경에 보는 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높이 5.5m, 폭 4.6m의 커다란 바위 표면에 1년간 피고 지는 미후네야마라쿠엔의 꽃들을 1시간짜리 영상으로 그려 낸 <Ever Blossoming Life Rock>과 폭포를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재현해 낸 <Universe of Water Particles on a Sacred Rock> 역시 여행자의 발길을 단단히 붙들어 맨 최고의 작품이었다. 


미후네야마라쿠엔의 계절은 초봄, 봄, 초여름, 장마철, 여름, 초가을, 가을, 겨울 등으로 섬세하게 구분되며 각각 색과 테마를 달리한다. 자연과 정원의 경계를 두지 않아 화사한 꽃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신의 제단 이와쿠라(磐座)와 ‘명승 행기(668∼749, 일본에서 활동한 백제계 승려)’가 ‘오백나한상(五百羅漢像,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과를 이룬 불교 수행자 500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조각했던 동굴을 둘러볼 수 있다.

게이슈엔의 작은 정원은 일본의 명승과 자연경관을 축소해 놓은 것이다
게이슈엔의 작은 정원은 일본의 명승과 자연경관을 축소해 놓은 것이다

●그의 혼이 담긴 명품정원  
게이슈엔


사가현 다케오시에는 수많은 명소가 숨어 있다. 그래서 꾸준히 부지런 떨어야 했다. 오늘 일정의 가장 윗자리는 다케오시가 품은 명품정원, 게이슈엔(慧洲園)이다. 나카네킨사쿠(中根金作, 1917~1995)는 일본과 해외에 200개가 넘는 정원을 조성한 명장이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다이센공원 일본정원, 오호리공원 일본정원’을 비롯해 ‘지미 카터 프레지던트 센터, 보스턴 미술관 천심원’ 등이 그의 작품이다. 다케오시 ‘요코미술관(陽光美術館) 게이슈엔’은 그의 대표작이다. 

회유식 정원의 뒤편으로는 다케오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회유식 정원의 뒤편으로는 다케오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게이슈엔은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띈다. ‘회유식정원’이라고도 불리는 이 형태는 연못을 중심으로 정원 길이 빙 둘려 있고 그 길을 따라 명승과 자연경관을 축소 및 배치해 놓은,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정원 양식이다. 층이 진 연못을 따라 낮은 폭포가 흐르고 주변으로는 작은 다리와 정성스레 손질된 나무들, 그리고 계절의 향기를 듬뿍 뿜어내는 꽃밭이 놓여 있다. 녹차 밭을 따라 망루까지 이어진 조붓한 산책길도 평화롭다. 정원 내에는 간단히 녹차를 마실 수 있는 ‘미후네찻집(みふね茶屋)’이 자리한다. 한가로이 앉아 녹차 한 잔 마셨으면 좋았으련만, 지금까지 그때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장수와 행운을 빌며
다케오신사와 녹나무


사가현 다케오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다케오신사(武雄神社)다. 미후네야마(御船山)의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다케오신사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탐방객으로 북적였다. 장수, 건강, 행복, 액막이를 기원하는 참배객이다. 다케오신사는 735년, ‘도모노유키요리(伴行頼, 향후 신사의 초대 신관)’라는 인물이 신의 계시를 받고 건축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다케우치노수쿠내(竹内宿禰))’를 포함한 5명의 신을 모시고 있다. ‘다케우치노수쿠내’는 5명의 천황을 섬기며 무려 360년을 살았던 일본 최고 장수의 신이다. 

벼락을 맞아 고사했던 다케오 녹나무는 다시 살아나 현재에 이른다
벼락을 맞아 고사했던 다케오 녹나무는 다시 살아나 현재에 이른다

다케오신사가 유명한 데는 ‘다케오 녹나무’라 불리는 수령 3,000년의 신목이 큰 역할을 한다. 신사의 좌측으로 나 있는 삼나무 숲길을 따라 약 200m를 걸어가면 그 신령스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다케오 녹나무는 높이 27m, 둘레 26m에 달하는 일본 내 6번째 크기의 거목이다. 다케오 지역민들은 녹나무를 정신적으로 힘을 주는 존재라 믿었고 나무를 둘러싼 대나무숲 또한 성역으로 여겼다.

나무 밑동에는 마치 동굴과 같이 뚫린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20m2 정도의 내부에는 재단이 들어서 있다. 일본 사람들은 삼라만상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더 나가 큰 나무나 바위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다케오 녹나무에 대한 경외심은 일본의 정서와 일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녹나무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신사 입구에 있는 삼나무 연리지 주변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연리지는 한국과 다름없이 일본에서도 연인, 부부 등의 사랑을 이뤄 주고 지속시키는 인연의 상징으로 여긴다. 다케오신사에서 소망의 기운을 듬뿍 받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맛있는 도시락과 커피 한 잔의 여유 
에키벤과 다케오시립도서관


‘에키벤(駅弁)’은 일본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뜻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도시락이라고 여기기에는 그 역사가 무려 136년이나 되었다.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다케오역을 찾았다. 다케오역 에키벤은 일본 최고의 열차 도시락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규슈 에키벤 그랑프리’에서 2012, 2013년 ‘사가규 스키야키벤토(佐賀牛 すき焼き弁当)’가, 2014년에는 ‘사가규 극상갈비야키니쿠벤토(佐賀牛 極上カルビ焼肉弁当)’가 우승을 했다고 한다. 사가현의 소고기인 ‘사가규’는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을 최고의 풍경과 함께 맛보기 위해 가까운 이케노우치 호수로 자리를 옮겼다. 벤치에 앉아 에키벤을 펼쳤다. 고요한 호수와 달리 입 안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다케오역 명물 사가규스키야키벤토
다케오역 명물 사가규스키야키벤토

에키벤을 해치우고 나니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다케오 도서관 내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에 불과하지만, 연간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가현 관광의 대표 도시 중 하나다. 그 중심에 다케오 도서관이 있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의 조명은 ‘무지’를 만든 ‘하라 켄야’의 작품이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의 조명은 ‘무지’를 만든 ‘하라 켄야’의 작품이다

다케오시립도서관(武雄市図立書館)은 츠타야(TSUTAYA) 신화를 만들어 낸 기업, ‘컬쳐컨비니언스클럽(CCC)’의 ‘다카하시 사토루’ 공공서비스부분 본부장이 2013년 오픈했다. 그가 설계한 도서관의 개념은 ‘문화 플랫폼’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은 거대한 미술관이나 콘서트홀이라 해도 좋을 만큼 기발하다. 분명 사각으로 정형화된 딱딱한 도서관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권위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며 나지막한 대화가 오가는가 하면 작은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 글쓰기에 열중하던 백발의 노신사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도서관에 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리타역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
아리타역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

 

●도자기왕국 
아리타


다케오시립도서관에서 나와 ‘아리타세라(アリタセラ)’로 이동했다. ‘아리타세라’는 도자기 전문상가다. 대로변 양쪽에 늘어선 20여 개의 점포는 생활용 식기는 물론 예술 도자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고루 취급한다. ‘아리타하우스’는 2018년에 오픈한 신식 호텔이다.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서 이상적인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포함해 11개의 객실만을 운영한다. 아리타하우스는 아리타세라의 중심에서 숙박할 수 있으며, 도자기 쇼핑과 주변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에키벤으로 배가 든든한 터였지만 레스토랑에 구경 삼아 들어갔다가 런치 세트를 주문하고 말았다.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렸던 탓이다. 

트레저헌팅의 명소, 고라쿠가마
트레저헌팅의 명소, 고라쿠가마

‘고라쿠가마(幸楽窯)’는 트레저헌팅의 명소다. 트레저헌팅이란 일정한 돈을 내고 제한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도자기를 바구니에 양껏 담아 가는 쇼핑을 뜻한다. 넓은 창고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상품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적당히 눈을 맞추면 쏠쏠하게 소득을 챙길 수 있다. 


조선시대의 도공 ‘이삼평’이 처음 만들기 시작한 ‘아리타도자기’는 색감이 화려하고 내구성이 좋기로 유명하다. 아리타마을에서 열리는 봄, 가을의 도자기 축제에는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 마을 내 도자기 점포는 약 150개에 달하며 그중 일부는 국가전통건물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우레시노 온천을 즐기는 법
료칸 반쇼카쿠시키시마


사가현에서 가장 이상적인 온천여행을 계획한다면 다케오에서 하루, 우레시노에서 하루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내친김에 우레시노 온천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곧장 예약 사이트 리럭스에 들어가 서칭에 돌입했다. ‘리럭스’는 일본 내 숙박 시설을 전문적으로 예약 비교하는 사이트로, 심사 위원회가 상위 5%의 숙소만을 선정하고 소개한다는 점에서 신뢰도와 이용률이 매우 높다. 또한 가격과 만족도 그래프에 의거 숙소를 5개의 등급으로 분류하였고 9개의 타입으로 구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안드로이드나, IOS 어플이 간단하지만, 크롬으로 접속해도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다. 

반쇼카쿠시키시마의 객실에서는 온천을 즐기며 우레시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반쇼카쿠시키시마의 객실에서는 온천을 즐기며 우레시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우레시노시(嬉野市)’는 연간 2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드는 온천관광 도시다. 총 17곳에서 분출하는 온천은 용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탄산과 나트륨을 함유한 알칼리성 성분을 가지고 있어 피부미용 효과가 탁월하다. 우레시노에는 내로라하는 40여 곳의 료칸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 료칸 ‘반쇼카쿠시키시마(萬象閣敷島)’는 리럭스에서 ‘지방을 대표하는, 멀리서도 방문해 보고 싶은 숙박 시설’ 등급을 받은 우레시노의 인기 료칸이다. 한국인 방문객들의 후기를 통해 시설의 미적 수준, 응대, 청결도, 음식의 정갈함과 맛 그리고 만족도까지 익히 살펴보았기에 예약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정원을 배경으로 힐링하기 좋은 료칸 반쇼카쿠시키시마
정원을 배경으로 힐링하기 좋은 료칸 반쇼카쿠시키시마

료칸 반쇼카쿠시키시마는 공용 대욕탕, 노천탕 외에 다양한 분위기와 테마로 꾸며진 8개의 전세 노천탕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전용 노천탕이 딸린 객실도 16개나 된다. 이쯤 되면 노천탕만을 전전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객실은 초록의 정원이나 우레시노 시내 전경을 전망으로 두고 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앉으니 ‘아, 좋다’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돌이켜 보니 눈은 즐겁고 몸은 피곤한 하루였다. 역시 피로에는 온천이 최고다. 

우레시노의 명물 두부요리. 반쇼카쿠시키시마의 조식메뉴
우레시노의 명물 두부요리. 반쇼카쿠시키시마의 조식메뉴

우레시노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바로 ‘두부’다. 아침 식사에 영락없이 등장해 반가웠다. 온천수로 별다른 첨가 없이 끓여 낸 두부는 대체로 밍밍하지만, 식감은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가라쓰만의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
가라쓰성


사가현 가라쓰시(唐津市)는 우리나라 ‘당진시’와 같은 한자를 쓴다. 두 곳 모두 당나라의 문물이 드나들던 곳으로 공통점이 있다. ‘가라쓰성(唐津城)’은 ‘데라자와 히로타카(寺沢広高)’에 의해 1602년부터 7년간에 걸쳐 축조되었다. 히로타카는 본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으로 임진왜란을 위해 ‘나고야성(名護屋, 가라쓰에 있으며 나고야시(名古屋市)와는 한자가 다름)’을 건축했던 인물이다. 왜란이 끝나자 나고야성을 해체했고 그곳에서 나온 자재를 가라쓰성에 사용했다.

가라쓰성의 천수각은 축성 당시에 존재했을 것으로 상정해 1966년 재건축된 것이다
가라쓰성의 천수각은 축성 당시에 존재했을 것으로 상정해 1966년 재건축된 것이다

가라쓰성은 가라쓰만 하구 미쓰시마산 정상에 있어 ‘해성(海城)’ 또는 주변의 송림과 어우러진 모습이 춤추는 학과 같다고 해서 ‘무학성(舞鶴城)’으로도 불린다. 가라쓰성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성 아래까지 222개, 천수각까지 116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가라쓰성 내부에는 무기, 도기, 역사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가라쓰성 내부에는 무기, 도기, 역사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성의 2층은 기념품 판매점, 3층과 4층에는 봉건시대의 갑옷과 무기, 지역의 역사적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가라쓰성의 진면목은 맨 꼭대기 층 천수각에 이르러 빛을 발한다. 현재의 천수각은 1966년 새로 지어진 것으로 사방이 트여 있어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가라쓰만의 푸른 바다는 물론 다카시마섬(高島), 미츠우라강의 모습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3~4월에는 가라쓰성 일대가 벚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며 7월 중순에는 성 주변에서 사가현 최대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다.

천수각에서 바라본 가라쓰시
천수각에서 바라본 가라쓰시

 

●규슈 4대 햄버거
가라쓰버거


가라쓰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먹거리, 바로 ‘가라쓰버거’다. 가라쓰버거는 ‘국가특별명승지’며 일본 3대 송림 중 하나인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숲속 주차장 푸드트럭에서 맛볼 수 있다. ‘가라쓰버거’는 후쿠오카현 코게마치에 위치한 ‘코게 키친 할리우드 휴게소’의 ‘코게러브버거’, 오이타현 나카쓰에 위치한 ‘레스트하우스 두몬 가든’의 ‘두몬버거’ ,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빅맨버거’와 더불어 규슈 4대 햄버거로 꼽힌다. 

가라쓰버거 본점은 미니버스를 개조한 푸드트럭이다
가라쓰버거 본점은 미니버스를 개조한 푸드트럭이다

그런데 송림 주차장과 도로 곳곳을 뒤져 봐도 하단이 붉은 투톤의 미니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구글 폭풍 검색을 통해 찾아낸 또 하나의 가라쓰버거, 숲에서 멀지 않은 ‘하마사키역(浜崎駅)’ 부근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렌터카는 이럴 때 긴요하게 쓰려고 빌린 것이다.

55년 전통의 가라쓰버거 번과 패티는 위생적으로 만들어져 숙성된 것이다 
55년 전통의 가라쓰버거 번과 패티는 위생적으로 만들어져 숙성된 것이다 

상가 앞 공터에서 버스를 발견했다. 자초지종(의사소통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을 들어 보니 상가 1층에 가라쓰버거의 번과 패티를 만들고 숙성시키는 작은 공장이 있으며 버스는 재료를 가지러 잠깐 들렀던 것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가게도 살펴보고 명물 가라쓰버거까지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부드러운 빵 밑으로 육즙이 가득 흘러나오는 고기 패티, 그리고 계란, 햄, 치즈의 앙상블. 완벽이란 이런 맛이었구나.

주소: 4 Kagami, Karatsu, Saga 847-0022 

 

●선셋맛집, 텐풍맛집 
하도미사키 캠프장


대략 규슈 내 70여 개의 캠핑장을 여행했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캠핑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 ‘하도미사키 캠프장((波戸岬キャンプ場)’이다. 2018년 새 단장을 하기 전부터 눈여겨봤었고 재개장을 한 후 바로 달려가 캠핑을 즐겼다. 

하도미사키 캠프장의 붉은 저녁은 캠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도미사키 캠프장의 붉은 저녁은 캠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곳은 ‘히가시마쓰우라반도(東松浦半島)’ 최북단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정결하게 조성된 ‘현립캠핑장’이다. 프리미엄, 오토캠핑, 일반사이트, 프리사이트의 4개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 사이트에서 바다가 조망되며 어디서든 해안으로 쉽게 내려가 낚시를 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저녁 무렵이면 화산섬 ‘마다라시마(馬渡島)’ 하늘 너머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바다와 가장 가까운 프리사이트는 선셋맛집이며 ‘텐풍(텐트가 있는 풍경)맛집’으로 인기가 좋다. 

하도미사키는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의 종점이다
하도미사키는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의 종점이다

캠핑이 아니라면 16개의 객실을 갖춘 ‘국민숙사 하도마사키(国民宿舍 波戸岬)’에서 편안하게 숙박도 할 수 있다. 물론 이곳의 객실도 전부 오션뷰다. 숙소 바로 앞으로는 규슈 올레 가라쓰코스가 지나고 몇 걸음만 내디디면 오붓한 해수욕장으로, 그리고 그 위쪽에 자리한 포장마차촌으로 들어서게 된다. 포장마차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잡은 소라, 반건조 오징어와 전복, 굴을 구워 준다. 아름답고 시원한 백사장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눈과 입으로 즐기는 순간은 여정의 백미요, 하도미사키에서 꼭 하루를 묵어가야 하는 이유다.

해수욕장 우측으로 이어진 높고 널찍한 초지는 하도미사키의 가장 북쪽 땅이다. 이곳 해안 절벽 위에는 하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사랑을 약속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사랑의 성지’라고 이름을 붙였다. 


기대했던 근사한 해넘이가 시작됐다. 프리사이트에 텐트를 친 것은 역시 잘한 일이다. 관리소에서 빌려 온 화로대에 숯을 넣고 마트에서 사 온 고기를 그릴 위에 얹었다. 치익, 일몰과 어울리는 근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도 할 수 있어  사가현 여행

마지막 밤. 무작정 떠나왔던 사가현 렌터카 여행의 경험은 자신감으로 남았다. 이제 어디든 못 갈 곳이 없을 것 같다.  일본에서의 렌터카 여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10분이면 익숙해질 거야!”  하루빨리 일본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든 여행할 준비가 돼 있으니까.

 

▶사가현에서 꼭 가 봐야 할 SPOT 

취향저격 서비스
사가마도

사가마도(SAGA MADO Information Hub & Lounge)는 사가시에서 새로이 개설한 관광 정보 거점시설이다. 전문 컨시어지가 사가현 전역에 대한 관광 안내는 물론 취향에 따른 맞춤 여행도 제안한다. 또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질 높고 세련된 사가현의 공예품과 식품 등을 전시 판매하고 온·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유료 짐 보관 서비스, 휴식공간, 무료와이파이, 동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서일본 최대 아웃도어 파크
어드벤처 밸리 사가

어드벤처 밸리 사가(ADVENTURE VALLEY SAGA)는 2020년 봄 요시노가리초에 오픈한 서일본 최대의 아웃도어 파크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라는 전제하에 숲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자연 공생형 시설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용 조건, 난이도, 안전 시스템에 따라 코스가 나뉘며 산에서 산으로 약 250m를 미끄러져 내리는 ‘Zip 트립 투어’와 산악자전거 코스 ‘트레일 어드벤처’가 새로 개장해 더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로 돌아보는 사가현
사가 사이클링 클럽

사가 사이클링 클럽(SAGA Cycling CLUB)은 자전거 하나로 사가의 색다른 여행을 제안한다. 가라쓰에서 아리타로 이어지는 역사와 맛집 탐방 코스, 다이내믹한 사가를 만끽하는 아리아케해 연안 코스, 온천과 절경을 즐기는 산악 코스, 동양 제일의 가동식 다리 승개교를 질주하는 이색 코스 등 총 4개의 코스가 개설되어 있으며 사가현 17개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자전거와 함께하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질주와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가현 대표 단풍 명소
환경예술의 숲

‘가라쓰시 이쓰키마치 사쿠레이잔((作礼山)’ 남서면에 위치한 사가현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 환경예술의 숲(環境芸術の森). 이곳은 ‘단풍의 숲’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단풍나무가 무려 1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100년 전 이곳에 지어진 풍유산장(風遊山荘)은 숲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스폿이다. 옻나무 테이블에 반영된 신록과 단풍은 가히 신비롭다. ‘환경예술의 숲’에서의 단풍 산책은 마치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우레시노 온천 신상
윳쓰라 광장 족욕탕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嬉野)시에서 족욕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우레시노 온천가에 새로운 족욕시설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윳쓰라 광장 족욕탕(ゆっつら広場足湯)’. ‘윳쓰라(ゆっつら)’는 ‘천천히’란 뜻이다. 우레시노 온천마을의 3번째 족욕탕으로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갖춰져 있으며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힐링 명소
구스키노모리

이마리(伊万里)시에 위치한 구스키노모리(くすきの杜)는 심신의 건강과 아름다움의 증진, 미병 개선을 목표로 하는 동양의학을 체감할 수 있는 복합시설이다. 요가나 태극권, 약선요리 등은 물론 세심한 상담을 통해 한방처방과 침, 뜸으로 일상의 건강을 지원한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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