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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처럼 산책하기 좋은, 사라봉공원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2.03.1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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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 명소 말고, 진짜 로컬들이 다니는 산책 코스를 찾는다면 제주 구도심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사라봉과 여러 명소가 자리한 사라봉공원이 제격이다. 

사라봉
사라봉

●항일 의병과 의녀 김만덕이 잠든 곳
모충사

 

사라봉공원 입구에는 조선 말기에 투쟁했던 항일 의병과 독립투사,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모충사가 있다. 이곳은 의미 깊은 이유는 제주도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6년 당시 제주도민 17만 명이 함께 뜻을 모아 모충사를 건립했다고 한다. 2001년 만든 제주시 타임캡슐도 이곳에 있다. 

모충사 안은 수목들이 잘 가꿔져 있어 거니는 것만으로도 휴식하는 기분이다. 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의병 항쟁 기념탑을 볼 수 있다. 양 옆으로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탑과 의녀 김만덕 묘탑이 자리한다. 조봉호 선생은 일본강점기 시절 제주도에서 군자금 모금활동을 펼쳤던 독립 운동가이다. 김만덕은 조선시대에 제주도에 가뭄이 들자 사재를 털어 구휼 활동에 나섰던 여성 거상으로 정조로부터 의녀반수를 하사받은 인물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며 멀지 않은 곳에 김만덕 기념관도 있다. 

모충사

주소 : 제주 제주시 사라봉길 75

 

●조선시대부터 이름을 떨치다 
사라봉 

 

사라봉공원의 중심인 사라봉은 옛적부터 낙조가 유명해 많은 문인들이 그 아름다움을 찬탄했던 오름이다. 조선시대 한 문인이 선정한 제주도의 뛰어난 경관 10곳을 꼽은 영주십경에도 사라봉의 낙조가 포함되어 있다. 사라봉의 저녁 노을을 가리키는 사봉낙조가 그것이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정상에 오르면 바다 너머로 지는 태양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한낮에 바라보는 경치도 감탄스럽다. 새파란 바다와 하늘, 번화한 제주 시가지와 제주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상에는 옛 봉수대가 남아 있어 이름에 ‘봉’이 붙은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일본군이 판 동굴 진지도 보존되어 있다. 그 옆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팔각정자가 서 있으며 주변에 체력 단련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언제나 주민들로 언제나 분주하다. 땀 흘리며 운동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들이 이곳이 찐 로컬 플레이스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라봉은 높이가 150m 남짓한데다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한 쪽은 임도와 같은 포장도로이고 반대쪽에는 계단길이 이어진다. 천천히 걸어도 20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탐방로를 따라 벚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환상적인 꽃길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과 로컬, 그 사이에 사라봉이 서 있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건입동 

 

●소나무 숲 아래 작고 아담한 절
보림사 

 

사라봉 기슭 아래에는 작고 아담한 보림사가 있다. 절로 향하는 길목에 커다란 야자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계단을 올라서면 소나무 숲 앞에 단정히 자리한 대웅전이 나타난다. 1957년에 창건된 보림사는 소박한 규모와는 달리 대웅전 단청과 기둥에 금박을 입힌 화려함이 눈길을 끈다. 단청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머리 조각도 독특하게 보인다.   

보림사는 창건할 당시에 순천에 있는 선암사에서 목조 관음보살좌상을 기증받았다고 한다. 제주도 유형 문화재 제18호에 지정된 이 불상은 조선 시대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절의 고즈넉함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에 북적이는 시내 풍경이 눈에 담긴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동길 61

 

●산지 등대의 이유 있는 변신
카페 물결

 

사라봉공원 북쪽 끝에는 1916년 처음 불을 밝힌 산지 등대가 있다. 100년도 훌쩍 넘은 오래된 등대로 지금은 새 등탑이 세워져 무인등대로 운영되고 있다. 두 개의 새하얀 등탑이 나란히 서 있으며, 등대 건물 옥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과 푸르게 펼쳐진 바다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등대 안 관사 건물을 개보수해 문을 연 카페 물결은 독립 출판물과 친환경 소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친환경을 내세운 제로 웨이스트 카페로 커피나 음료는 모두 다회용 컵에 담아 준다. 테이크아웃은 개인 컵을 이용할 때만 가능하다. 여행자보다는 로컬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산책을 끝낸 후 천천히 쉬어가 보자. 때때로 작은 음악회나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주소 : 제주 제주시 사라봉동길 108-1
영업시간 : 09:00~18:30

 

글·사진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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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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