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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의 또 다른 하늘, 안두키 호수

악어의 등장을 조심하세요

  • Editor. 이효진
  • 입력 2022.04.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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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Brunei Darussalam)는 브루나이-무아라(Brunei-Muara), 투통(Tutong), 벨라잇(Belait), 템부롱(Temburong) 4개의 주로 나뉜다.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대부분 수도 반다르 스리 브가완(Bandar Seri Begawan)이 있는 무아라 지역에 몰려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여행이 어렵지만, 향후 브루나이를 여행할 때 무아라 지역만 보고 간다면 한국에 와서 서울 일부만 둘러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브루나이 각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과 특색있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레크레이션 파크
레크레이션 파크
10억 배럴 기념비
10억 배럴 기념비

산유국에서만 가능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원유 생산의 핵심 지역인 벨라잇 주를 둘러볼까.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원유 시추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수도에서 약 90km 떨어진 벨라잇의 세리아(Seria) 지역에는 1991년에 완공된 ‘10억 배럴 기념비(Billionth Barrel Monument)’가 있다. 원유 10억 배럴을 생산한 기념으로 브루나이 최초 유전인 S-1에서 38m 떨어진 곳에 세웠다고 한다. 

레크레이션 파크 시추 장비 모형
레크레이션 파크 시추 장비 모형

근처의 넓은 해변가 일대는 세리아 에너지 레크리에이셔널 공원(Seria Energy Recreational Park)으로 탈바꿈했다. 공원 내에는 석유 및 가스 디스커버리 센터(The Oil and Gas Discovery Centre)가 있고, 넓은 잔디밭 곳곳에는 유전 시추 과정을 설명해 주는 작은 장비 모형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산유국인 브루나이에서 신의 선물과도 같은 원유의 생산 과정을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학습 공원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초록 가득한 잔디밭 위에 놓인 시추 장비라니, 상상했던 석유 시추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도. 

안두키 호수 가는 길
안두키 호수 가는 길

혹시 석유엔 별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벨라잇을 여행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그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다. 세리아 지역의 안두키(Anduki) 호수 공원에 가면, 하늘이 가득 담긴 호수에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길 테니까.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브루나이 공항에서 안두키 호수로 쉽게 갈 수 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쯤 달리다 안두키 호수 공원의 이정표를 따라 국도로 빠져나가면 된다. 새파란 도화지 같은 하늘은 여러 모양의 구름을 키우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뿌리기도 하고, 더없이 반가운 무지개를 내리기도 한다. 공항에서 안두키 호수를 찾아가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은 지루할 새 없이 그 자체로 여행이 된다. 호수 공원에 닿을 때까지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 초행길에도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안두키 호수
안두키 호수

브루나이 강의 색은 녹색이 감돌거나 황톳빛인 경우가 많은데, 안두키 호수는 유난히도 파랗다. 호숫가로 가는 산책로는 탄탄하게 포장되어 있고, 초록의 풀밭은 까까머리처럼 짧고 단정하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물 위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새하얀 구름은 물 위를 둥실둥실 떠다닌다. 새파란 물빛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반짝이는 잔물결이 눈부시다. 기분 좋은 찡그림이다. 

안두키 호수
안두키 호수

브루나이의 하늘을 담은 호수 공원은 힐링 그 자체다. 호수를 산책하다 잠시 벤치에서 땀을 식혀도 좋고, 솔솔 불어오는 호수 바람을 맞으며 책 한 권 읽어봐도 좋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뒹굴뒹굴 여유를 즐기다 자연 속에서 짧게 즐기는 낮잠 한 자락을 청하는 상상을 해본다. 각자의 휴식을 만끽하는 안두키 호수에서라면 현대인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호숫가에서 오래 머물 예정이라면 벌레 기피제를 잊지 말 것. 개미나 모기, 샌드플라이에게 평화를 방해 받을 수는 없으니까.

▶악어를 조심하세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숫가를 걷다 보면 한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물가에 흔히 설치하는 안전 주의겠거니 했는데, 악어 그림이 단숨에 시선을 빼앗는다. 악어주의. 브루나이의 강에는 악어도 있고, 바닷가 근처에는 비버도 있다고 했던 브루나이 현지인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끔 현지 신문에서 구조대가 아주 커다란 악어를 잡았다는 기사를 볼 수도 있다. 악어가 출몰해서 사람을 해치는 경우는 크게 없었다지만, 물에 가까이 갈 때는 다소 경계심을 지닐 것. 호수 곳곳에서는 가까이에서 낚시에 푹 빠진 강태공들이 많은데, 악어를 경계하는 건 여행자들만의 몫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뭐 어때. 호수 공원을 걷다가 악어 생각에 긴장하게 되는 나라, 여기는 브루나이.

 

글·사진 이효진 자료제공 트래비(Travie),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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