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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산수유마을'

이천·양평 산수유마을

  • Editor. 이진경
  • 입력 2022.03.31 08:55
  • 수정 2023.03.28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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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산수유는 벚꽃보다 앞서 봄을 알리는 대표 꽃나무다. 남쪽에 매화와 산수유가 지고 벚꽃이 한창인 지금, 수도권은 비로소 매화와 산수유로 시작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봉은사의 홍매화는 3월 중순 만개했고, 창덕궁의 홍매화와 청계천의 매화는 4월 초에 절정을 맞이할 전망이다. 서울 고궁에 드문드문 자라난 산수유는 매화보다 일찍 펴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구례 산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천과 양평의 산수유마을은 서울보다 조금 늦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 산수유는 4월 초, 절정을 뽐내기 위해 단장 중이다. 오늘 내일 잴 것 없이 지금 이 순간, 이천과 양평으로 달려가자. 온 세상이 노랗게 물 드는 봄꽃의 마법에 빠지게 된다. 

이천 산수유마을
이천 산수유마을

●경기도 대표 산수유 군락지
이천 산수유마을


유명한 순서로 치자면 구례, 이천, 양평이다. 겨울 추위에 몸살 난 우리네는 이제나 저제나 봄이 올까 하며, 봄인지 겨울인지 모를 3월 중순이면 남도로 떠나곤 했다. 몇 해 동안은 이 조차도 망설였다. 올해도 저어하는 마음으로 남도로 떼지 못한 그 발걸음, 가볍게 이천으로 옮겨본다. 

이천 산수유마을은 백사면의 도립리·송말리·경사리 일대다. 조선 중종 당시인 1519년, 기묘사화를 피해 낙향한 6명의 선비가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6그루의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으며 산수유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에는 100년 수령에 이르는 산수유나무 1만 그루 이상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가 가장 예쁠 때인 3월 말~4월 초에는 마을 내 차량 진입을 통제한다. 2000년부터 열린 축제가 올해를 포함해 지난 몇 해 동안 열리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차량 통제는 이뤄진다. 걱정할 건 없다. 마을 입구 주차장이 엄청나게 넓다. 주차장이 꽉 차면 주차장 건너 농로를 따라 주차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마을로 진입하면 드문드문 산수유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담장 너머와 개울가에 핀 꽃을 감상하며 언덕을 오른다. 천천히, 천천히...... 아래쪽 산수유 꽃은 천천히 걸으며 자세히 봐야 온전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마을 가장 위쪽 언덕에 닿는다. 수백, 수천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룬, 온통 노란 언덕이다.

각종 행사와 함께하는 축제가 열리지 않아도 이곳은 축제의 현장이다. 소리 없는 감탄과 도를 넘은 탄성, 조용한 휴식과 분주한 움직임이 뒤섞여 아우성친다. 
이천 산수유마을을 구경하려면 최소 1시간가량 소요된다. 

 

●덜 알려져 더 아름다운
양평 산수유마을


양평 산수유마을은 이천과 더불어 경기도를 대표하는 산수유 군락지다. 양평 개군면 내리·주읍리 일대로 걷기 목적의 여행이 아니라면 내리와 주읍리를 따로 방문하는 편이 낫다. 산수유 군락지는 내리 언덕 꼭대기와 주읍리 노인회관 인근. 함께 피어 이룬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시골 풍경과 어우러진 산수유의 소박한 매력이 뛰어나므로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산책하듯 돌아보면 좋다. 유명세가 덜한 덕분에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양평 산수유마을에는 100년 이상 수령의 1만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자라고 있다. 마을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산수유마을의 역사는 300~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첫 산수유나무를 세조가 하사했다는 설도 있다. 세종대왕의 영릉 터를 조성하던 조선 왕실은 능을 조성할 터에서 물이 나와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그때 한 노승이 산수유마을의 뒷산인 추읍산의 우물을 파면 수맥이 빠져나가 물이 차지 않을 거라 조언한다. 덕분에 무사히 영릉을 조성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세조는 귀한 산수유나무를 마을에 하사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산수유가 전통적으로 마을의 귀한 소득원이었던 건 알 수 있다. 

“옛적엔 산수유 열매 한 줌과 쌀 세 말을 바꿔 먹었어요. 집안에 산수유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학비 걱정은 없었다니까.” 

요즘 양평 산수유마을에서는 열매를 수확하지 않는다고 한다. 값싼 중국산 산수유 열매에 경쟁력을 잃었다는 어르신의 말이다. 

내리와 주읍리의 마을을 돌아보려면 30분~1시간가량, 추읍산 산행에 나서면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글·사진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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