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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가는 대로 ‘완주’하기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2.04.25 10:40
  • 수정 2023.06.13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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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건축기행’.
그 속에는 문화예술, 한옥, 종교가 담겼다.
완주의 시간이 녹아든 공간들.
여기 다 모았다.

아원고택
아원고택

●지나간 시간의 새활용
비비정예술열차

끊겼던 철길을 문화로 다시 이었다. 만경강 철교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비비정예술열차’. 열차는 레스토랑과 아트숍, 카페,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완주군에서 4량짜리 새마을호 폐열차를 구매해 리모델링 했는데, 더 많은 사연이 있다.

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1928년 7월에 지어졌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2011년, 누구도 지나다니지 않는 침탈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가 2017년에 예술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결국 비비정예술열차는 지나간 아픔의 시간을 새활용(업사이클링) 한 사례다.

열차의 공간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테라스다. 단아한 만경강과 ‘완주 9경’ 중 하나인 비비정(영조 28년 중건)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만경강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도 압권이다. 특히 벚꽃과 만경강이 조화를 이루는 봄에는 주말 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언제나, 누구나 예술
복합문화지구 누에

완주의 건축 여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예술, 종교 그리고 한옥. 그중 복합문화지구 ‘누에(nu-e)’는 예술과 문화를 담당하는 큰 축이다. 원래는 1987년부터 호남 잠종장으로 운영되던 곳인데 잠종장이 부안으로 이전하면서 완주군이 이곳에 문화재생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물로 누에아트홀, 섬유실, 금속실, 목공실, 게스트하우스, 누에살롱(식당), 소병진소목장 전수교육관 등이 있는 누에가 탄생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 등이 열리고, 에너지 자립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옛 군수 사택을 활용한 어울림카페 등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인증숏 스폿도 다양하다. 건물 사이사이를 형형색색의 조형물과 벽화가 채우고 있을 뿐 아니라 건물 자체를 화려하게 꾸며 놓기도 했다. 작은 공원, 뽕나무 숲 등 자연도 누릴 수 있어 주말 오후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예술로 승화된 과거
삼례문화예술촌

일제강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양곡창고가 문화예술공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아픔의 역사에서 여행객과 주민 모두가 예술을 향유하는 사랑방이 됐다.

건물의 포인트는 옛 양곡창고의 일본 건축 양식을 보존한 채, 다양한 예술로 채웠다는 점.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 및 판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내부에 들어서면 삼나무를 빗살무늬 형태로 배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양곡 관리에 있어서 통풍이 중요한 만큼 양곡이 벽에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겉과 속 모두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현대적으로 활용한 완주의 노력이 돋보인다. 

 

●삼례를 밝힌 지식창고
삼례책마을 & 그림책미술관

양곡창고의 또 다른 변신, 삼례책마을과 그림책미술관. 1950년대까지 곡식과 비료로 가득했던 곳이 책과 그림으로 채워진 지식창고가 됐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하우스를 중심으로 전시와 강연 시설도 갖추고 있다. 언제든지 방문해 책을 접하고 고서 특유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삼례책마을 
삼례책마을 

삼례책마을의 고서점은 여러 책방이 모여 각양각색의 고서를 갖춘 것이 특징. 박대헌 관장이 수집한 문자와 종이 등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아이들에겐 그림책미술관이 좀 더 친숙할 듯 싶다.

그림책미술관
그림책미술관

미술관에 발을 들이면 아이들이 좋아할 조각과 벽화, 캐릭터 조형물이 곳곳에 있다. 복층으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에 대한 소개와 1940년대 영국 동화작가 그레이브스를 만난다. 작가 나오미 헤더가 그림을 그린 <요정과 마법의 숲> 관련 전시도 진행 중.
 

 

●서양 문화와 만난 한옥
되재성당

되재성당에는 ‘최초’ 타이틀이 두 개나 붙는다. 1895년에 세워진 최초의 한옥 성당이자, 한강 이남의 첫 성당. ‘되재’라는 이름도 독특하지 않은가. 당시 성당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깊은 산골에 자리 잡았는데, 성당으로 가는 길이 상당히 고달팠다고. 그리하여 힘들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 ‘되다’의 구어체 ‘되재’로 이름을 지었다.

바실리카 교회 건축 양식을 한식 목구조에 적용했다는 사실은 기와를 얹은 단층 한식 팔작집과 목조 종탑이 말해 준다. 팔작집은 지붕의 네 귀퉁이에 끝이 번쩍 들린 처마를 달아 지은 집. 지금은 신부님이 없는 공소(公所)지만 여전히 천주교 성지 중 한 곳으로 사랑받는다.

내부도 요즘 성당과 확연히 다르다. 남녀를 구분했던 당시 풍습에 따라 출입문이 각각 있으며 중앙에 가림막도 설치돼 있다. 제단에서 봤을 때 오른쪽이 남성, 왼쪽이 여성 신도의 자리. 성당 출입문이 3개나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아쉽게도 초기 성당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1954년 새 공소 건물을 세운 이후 2006년 복원사업을 통해 일부 복원됐다. 성당 뒤편에는 전라도에서 활동했던 프랑스 선교사인 조스 신부와 라푸르카트 신부의 묘가 있다.

 

●산에 핀 극락
화암사

700m의 짧은 산행 끝에 화암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품격과 역사는 무척 인상적인 곳. 극락전의 정문 격인 우화루부터 압도적이다. 우화루의 정면은 누문(누각 아래에 설치한 문) 형식, 후면은 단층 건물로 반누각식이다. 조선 광해군 3년(1611)에 지어진 이후 수차례 수리됐으나 크게 변형되지 않은 걸로 추정된다. 긴 시간 화암사를 지킨 것과 진배없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암사의 얼굴인 ‘극락전’이 반긴다. 극락전은 우리나라의 흔치 않은 하앙식 구조 건물. 하앙은 일반 지붕보다 처마를 훨씬 길게 늘여 뺀 건축 방식이다. 지붕의 하중을 분산시키고자 기둥과 지붕 사이에 끼운 긴 서까래를 처마와 나란히 경사지게 놓았다. 하앙의 뼈대를 이루는 목재 때문에 극락전 글자를 각각 나눠서 건 것도 특징이다. 또 극락전의 천장을 보면 다채로운 그림도 볼 수 있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곳.

●자연에 푹 안겨
오스갤러리

넓은 마당과 고풍스러운 건물, 현대적인 외관의 갤러리가 함께 있는 ‘오스갤러리’. 원래 잠종장이었는데, 1995년을 기점으로 카페와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오성제와 종남산, 되실봉 등 자연과 어우러져 자연 친화적이면서 현대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카페에서는 고품질 원두를 활용해 수준 높은 커피와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초록이 내려앉은 봄과 여름, 이때의 오스갤러리는 완주를 추억하기 가장 좋은 공간 중 하나다.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성제와 숲길을 따라 거니는 것도 좋다.

 

●우리들의 정원
아원고택

아원(我園)은 전통 한옥과 현대적인 건축의 미술관, 생활관이 공존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완주 종남산 산자락 아래 오성마을로 옮겨 지었다. 아원 여행의 시작은 미술관 관람. 명상을 주제로 한 ‘Time Drop’ 전시가 11월15일까지 진행된다. 한지, 삼베를 활용한 작품들을 보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다. 

전시를 감상한 뒤 본격적인 고택 탐방에 나선다. 아주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그 끝에 화사한 빛과 대나무 숲이 반긴다. 고택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꽤 인상적이다. 바람 부는 날에는 바스락바스락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 이윽고 천목다실과 설화당(안채)이 모습을 드러내면 고택의 진수를 목격하게 된다.  

만휴당은 아원 인증숏 1번지로, 종남산을 앞마당으로 둔 한옥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투숙객이 아닌 일반인 관람객은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고택의 고요한 저녁과 안개 낀 새벽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1박 이상 머물러야 한다. 아원은 새로운 고택을 이축하는 등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한없이 머물고 싶어라
소양고택

아원고택과 함께 완주 한옥의 대표격인 소양고택. 고창과 무안의 조선시대 말기 고택 3채를 이축해 온 한옥이다. 180여 년 된 고택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멋스럽게 관리되고 있다. 최근에는 철거 위기에 놓인 포항의 백 년 고택을 복원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아원이 현대적이면서 화려함이 돋보인다면, 소양고택은 단아한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 공간도 전통적인 기법을 그대로 지켜 유리 창문, 방충망이 하나도 없다. 소소한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제월당의 기와는 제법 알록달록하다. 검은색으로 통일된 보통 기와와 달라 눈에 띈다. 제월당 툇마루에 앉아 볼 수 있는데, 앉는 순간 특별한 여행이 된다. 완주의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 한옥을 지탱하는 기둥도 사각기둥과 원기둥으로 서로 다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옥마다 다른 예쁨을 발견할 수 있다.

갤러리 카페 ‘두베’와 독립서점 ‘플리커책방’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예술적 경험까지 채워 준다. 카페와 책방은 상반된 매력을 지녔다. 완주 여행 인증숏을 위한 베스트 포인트니 놓치지 말 것.

 

●주민이 가꾼 터전
오성한옥마을

곳곳에 정성이 묻어 있다. 소양면 오성마을 주민의 손에서 탄생한 오성한옥마을. 2012년 4월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해 2016년 5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외지인들은 녹운재, 소담원, 죽림원 등에서 한옥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으며, 풍류학교 같은 문화예술공간, 한옥 식당 및 카페 등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한옥 모양의 작은 팻말이 걸린 곳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실제 주민들의 거주공간이기도 해 좀 더 정감 있는 한옥마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오성마을의 특징이다. 충분히 둘러봤다면 마지막으로 BTS 힐링 성지인 오성제와 홀로 서 있는 외톨이 나무를 꼭 찾아볼 것. 인증숏 안 남기면 손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에디터 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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