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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로컬 바이브 카페 3

  • Editor. 서진영
  • 입력 2022.05.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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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허투루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여행의 순간. 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지역+여행’을 키워드로 검색 삼매경에 빠지고 욕심이 가득 묻어나는 일정을 짜기 마련이다. 통영 여행을 앞둔 욕심쟁이 여행자에게 추천하고픈 곳이 있다. 통영 특유의 기운을 담뿍 느끼는 동시에 여행의 피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그러면서도 포토제닉한 장소를 말이다. 

카페 배양장
카페 배양장

●멍게를 배양하던 곳에서 문화를 배양하는 곳으로
카페 배양장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한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상당수가 성업 중에 있지만 기존의 역할과 기능은 사라지고 그 분위기만 차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리적 변화를 최소화하여 콘크리트 벽이나 낡은 골조 등 특유의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은 그것대로 좋지만 인테리어 요소로만 즐기기엔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카페 배양장이 다수의 유효 공간 활용 카페와 같고도 다른 점이 있다면 20년 넘게 통영 바닷물을 머금은 전복과 멍게를 배양해 온 곳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과 여전히 일부 공간에서 멍게를 배양하고 있다는 것. 카페 배양장이 자리한 곳은 통영 함박항. 주변에 이름난 명소는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임에도 이곳이 ‘핫한’ 카페가 된 건 통영 로컬 바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너른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바다 풍경도 훌륭하지만 배양 수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루프톱과 작은 선박들이 접안하는 부둣가에도 테이블을 두어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통영 바다를 누릴 수 있다. 멍게 배양 기간이 아닐 때에는 빈 배양장에서 전시를 열기도 한다. 카페 배양장은 멍게만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배양하는 곳으로 진화 중이다.

카페 배양장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함박길 51 
영업시간 : 11:00~19:00, 매주 화요일 휴무


●촌스럽지 않은 촌집의 정겨움
통영 촌집 화소반

2019년 7월 남해 은모래비치, 2020년 7월에는 거제 다대방파제 곁에, 그리고 2021년 12월 통영 작은 어촌마을 풍화리 명지항에 차례로 문을 연 카페 화소반은 어촌 마을의 빈집을 개조하여 ‘꽃을 닮은 작은 찻상’을 차려내고 있다. 화소반이라는 이름 앞에 ‘촌집’이라는 수식을 붙이는데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동네에 자연스레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스스로 촌집이라 해도 촌스러운 인상이 없이 정겹기만 하다. 

남해, 거제, 통영 모두 촌집을 개조한 것은 동일하지만 분위기와 메뉴 구성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통영 화소반은 자개농과 소반 등 통영의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옛 가구들과 레트로 소품들로 꾸몄다. 참기름병을 연상시키는 유리병에 담아주는 밀크티, 소쿠리에 차려낸 잠봉뵈르 샌드위치 등 메뉴 역시나 ‘올드&뉴’ 퓨전 스타일로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소리를 유발한다. 볕쬐기 좋은 평상과 툇마루, 겨울이면 바닥이 절절 끓는다는 중간채, 큰 창 너머로 어촌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깥채까지 자리마다 즐길 수 있는 것이 다채로운 것도 매력이다.

통영 촌집 화소반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일주로 649-17
영업시간 : 11:00~18:00


●통영에서 나고 자란 성악가의 이타심으로
이타라운지

오페라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익힌 성악가. 그것도 밀라노 국립음악원 오페라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 이타(ita)는 촉망받는 젊은 성악가 김영광이 고향 통영으로 돌아와 마련한 공간이라 했다. 숙박시설 ‘이타미니 호텔’과 카페 ‘이타 라운지’가 운영되는 가운데 둥근 원형으로 구현한 중정은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영에 모인 사람들이 클래식을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서로 교류하며 지역의 문화가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공간이다.

이타는 2020년 한국건축사협회상을 수상할 만큼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통영항 그리고 오페라하우스라는 두 축을 반영했다. 건물 가운데를 비워 만든 중정에서 고개를 들면 건물 내벽이 하늘을 둥그렇게 감싼다. 마치 바닷가 작은 만이 하늘에 구현된 것처럼 느껴지고, 자연스레 중정은 깊이가 느껴지는 공연장으로 손색없는 아우라를 갖게 된다. 이는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는 주변 환경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고도 제한과 이질성, 경사진 지형을 두루 반영하여 외벽은 성곽의 형태를 띤 전벽돌로 마감하고 건물 내부에 입체성을 더한 것이다.

공간만 색다른 것이 아니라 증기압을 이용하여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이타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클래식 선율과 그윽한 커피 향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타라운지
주소 : 경남 통영시 서문1길 3
영업시간 : 11:00~18:00, 매주 수요일 휴무


글·사진 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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