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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 오늘은 황리단길 대신 '불리단길'

  • Editor. 김수진
  • 입력 2022.09.15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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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은 예쁘지만 너무 붐벼!”
경주까지 와서 인파에 휩쓸려 다니고 싶지 않다면, 오늘은 황리단길 대신 불리단길이 어떨까? 수학여행 때 단체로 밥도 먹고 잠도 잤을, 불국사 앞 상가 단지가 불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Point 1. 불리단길 산책

수학여행의 메카인 경주. 그 중심에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다. 그만큼 불국사 앞 상가 단지는 단체 관광객으로 번성하던 곳인데, 세월호, 메르스,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활력을 잃었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나 숙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동네는 썰렁해졌다.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상가 단지는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반듯반듯 구획한 길을 따라 기와지붕으로 각을 맞춘 건물들이 늘어선 불리단길을 자박자박 걸어보자. 우체국과 소방서는 물론 주유소까지 한옥 지붕을 인 풍경이 재미있다. 오랫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냈을 법한 유스호스텔이나 식당들 사이로, 요즈음 감성을 실은 공간들이 어우러진다. 모두 지붕은 ‘한옥 스타일’로 통일한 채. 주택가 담장을 채운, 식상할 뻔한 알록달록한 벽화도 뾰족한 한옥 지붕을 만나 빛을 발한다. 

불리단길 중심부에는 아담한 공원이 있다. 낮은 한옥으로 둘러싸인 공원은 호젓하게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공원에는 유명 정크 아티스트인 김후철 작가의 정크 아트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버려진 고철로 만든 웅장한 사천왕을 비롯해 장난스러운 곰돌이,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치미를 재현한 작품 등이 전시된다. 


●Point 2. 불리단길 카페 놀이

불리단길을 걷다 보면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카페가 눈길을 끈다. 불국사 주차장 바로 맞은편에 내류사라는 한옥식 대형 카페가 자리한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불국사 앞에 있는 또 하나의 절집인가 싶다. 기존 한옥식 건물의 틀을 살린 채 카페로 개조한 덕에 올해 문을 열었지만 마치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듯한 포스를 풍긴다. 군데군데 풀이 자란 유려한 곡선의 기와지붕, 카페 앞의 커다란 고목, 카페 옆의 전통 정자가 어우러져 ‘신생’이면서도 터줏대감 같은 위엄을 뽐낸다. 

내류사는 사방을 통유리로 에워싸 실내와 야외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게다가 실내에 물이 흐른다. 카페 가운데 길게 수반을 설치해 물이 흐르게 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흡사 절집에 오르는 어느 계곡 옆에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정자가 내다보이는 야외 테라스 자리는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불국사 여행의 기분을 이어가기 좋다. 내류사 오렌지, 내류사 카카오 등의 시그니처 메뉴와 함께 쌍화라테, 미숫가루, 오미자차 같은 전통 메뉴도 선보인다. 경주산 현미쌀 100%로 만드는 빵도 특색 있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디멘션커피가 있다. 이곳 역시 오래된 건물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내부는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인데 창밖으로 흐르는 고풍스러운 풍경과 이질적인 듯 묘한 조화를 이룬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내내 ‘내가 있는 곳이 불리단길’임을 자각하게 된다.

벽면 한쪽을 채운 커피 관련 각종 자격증과 증서가 이 집 커피의 품질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직접 로스팅한 다양한 원두로 내리는 필터커피부터 달콤한 바닐라빈라테나 꿀땅콩라테까지 커피 종류가 다양하다. 커피에 알코올을 가미한 커피 칵테일도 맛볼 수 있다. 홍차를 베이스로 블렌딩한 여러 종류의 밀크티와 과일허브티라테 등 비커피 메뉴도 제공한다.

그밖에도 카페 선택지는 다양하다. 2층에서 바라보는 액자 뷰 전망이 압권인 ‘로머스커피’, 잠봉뵈르와 쑥팥페너가 맛있는 ‘유어 라운드 YOUR ROUND’, 아늑한 인테리어 감성이 돋보이는 ‘카페 올드시티’, 야외 정원이 매력적인 ‘카페 메이플’ 등 취향껏 골라가자.

 

●Point 3. 불리단길 맛집 탐방

예전에는 불국사 앞 식당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폭이 한정적이었다. 그 시절 관광지 앞에는 비슷비슷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하지만 불리단길이란 이름을 얻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여전히 산채비빔밥이나 찌개류를 파는 한식집이 건재하는 동시에 브런치, 파스타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같은 한식을 판매해도 전형적인 식당 분위기부터 카페 같은 분위기까지, 취향에 맞는 공간 선택도 가능하다. 맛과 분위기로 인기를 끄는 한식당 중 한 곳은 ‘난식당1974’. 퓨전 한식인 아보카도 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아보카도 비빔밥은 명란, 베이컨, 전복 등 종류가 여러 가지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돌솥비빔밥, 수제 돈가스, 부대찌개도 판매하니 일행 중 아보카도 ‘불호파’가 있어도 걱정 없다. 

난식당1974 옆에는 불리단길에서 유명한 브런치 카페 ‘오미뇽’이 있다. 파니니,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토스트 같은 메뉴를 선보이는데 음식 맛과 분위기 모두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인근에 2호점 ‘살렌페페’를 열고 기존 인기 메뉴였던 바게트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파스타와 전복덮밥 등을 선보이는 ‘플레도’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글·사진 김수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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