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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말고 ‘놀러 가고 싶은’ 두바이의 도서관들

  • Editor. 이유미
  • 입력 2022.11.2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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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분 화려한 건물과 고급 호텔, 도로를 점령한 슈퍼카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다음은 아마도 사막. 그렇지만 여행자와 생활인의 경계를 오가며, 두바이에서 두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화려한 삶과 사막 외에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지닌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문화 산업 진흥을 위한 두바이 정부의 통 큰 노력도 이러한 깨달음에 큰 영향을 줬다. 그 좋은 예가 두바이의 ‘도서관’이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문예 부흥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정신의 세계를 대표하는 메디체아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이라는 사실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Al Safa Art & Design Library
Al Safa Art & Design Library

놀러 가고 싶어지는 두바이의 도서관들

오늘날의 도서관은 과거의 도서관과 확실히 다르다. 활자화된 지식의 저장소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재미라는 요소를 곁들여 색다른 매력을 더해야 하는 시대다. 이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재미있는, 그래서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드는 두바이의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과연 어떤 곳들이길래!

Al Safa Art & Design Library
Al Safa Art & Design Library

●알 사파 아트 앤 디자인 도서관
Al Safa Art & Design Library

2017년 두바이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UNESCO City of Design)로 선정됐다. 중동 지역에서는 최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디자인에 방점을 찍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두바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의미에서 이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 디자인 전문도서관의 존재는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두바이문화예술진흥원(Dubai Culture & Arts Authority)은 두바이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분야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이곳은 두바이의 공공도서관 운영도 맡고 있으며 그중에서 유일한 예술·디자인 전문도서관이 바로 알 사파 아트 앤 디자인 도서관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도서관의 소장자료 대부분은 예술 또는 디자인 관련 도서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서적이나 한 권 한 권 직접 사 보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총천연색의 화보집들도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들춰볼 수 있다. 책을 빌리기 위해서는 유료 회원 가입을 해야 하지만 도서관 공간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책을 읽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된다.

공간 자체도 이름에 걸맞게 디자인적으로 매우 아름답다. 그뿐만 아니다. 도서관 내 전시공간이 있고 그곳에는 늘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때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중동 지역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감상하고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여기가 갤러리야 카페야 아니면 도서관이야 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고야 마는 것이다.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
Mohammed Bin Rashid Library

2022년 6월, 두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대중에게 공개됐다. 아랍에미리트의 부통령이자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이름을 따 지어진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거, 두바이의 중심지였던 두바이 크릭(Dubai Creek)에 면해 지어진 이 도서관은 신기한 외관 덕에 완공 전부터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책을 펼쳐 놓은 모양처럼도 보이는 이 건물은 사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올려두던 전통 나무 받침대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란다. 두바이 정부가 오랜 기간 큰 재원을 들여 지은 건물인 데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에서 코란과 관련한 사물을 본떠 만들었고 이름마저 통치자의 이름을 따 지었으니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대중의 이목을 끌 수밖에.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총 아홉 군데의 주제별 열람실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소규모 회의실부터 대규모 공연장, 카페, 그리고 전 세계에서 수집한 책과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전시관까지! 로봇 사서가 맞아주는 어린이 도서관에는 놀랍게도 미끄럼틀과 시소와 같은 놀이시설까지 있어 꼬마 애서가들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 아, 때로는 미끄럼틀이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과도하게 사로잡은 탓에 책을 읽는 아이들보다 뛰어노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단점(?)도 있지만 말이다.

도서관에는 무려 30개 언어로 된 110만권 가량의 책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지은 도서관답게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대출, 반납, 분류, 정리하는 과정 대부분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화돼 있단다.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에 자리한 곳인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공간, 그리하여 놀러 가고 싶은 마음까지 동하게 만드는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 두바이를 방문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다.


●하우스 오브 위즈덤
House of Wisdom

지금부터 소개할 도서관은 엄밀히 말하자면 행정구역상 두바이가 아닌 두바이와 접하고 있는 또 다른 토후국, 샤르자(Sharjah)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와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몰(Dubai Mall)에서 자동차로 30분,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자동차로 단 20분이면 다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다. 무엇보다 꼭 한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목록에 넣었다.

유네스코는 매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해 도시 한 곳을 세계 책의 수도(UNESCO World Book Capital)로 선정한다. 샤르자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는 세 번째로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곳이다. 그것을 기념해 2019년 세워진 도서관이 바로 하우스 오브 위즈덤(House of Wisdom)이다.

그런데 이 도서관, 이름이 심상치 않다. 하우스 오브 위즈덤, 일명 그랜드 라이브러리 오브 바그다그(Grand Library of Baghdad)는 기원후 8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슬람 세계를 지배했던 아바스 칼리파국(Abbasid)의 도서관이자 연구기관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후 파란만장한 몇 세기를 지나면서 도서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고 이제 그것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기록을 통해서만 유추할 수 있게 됐다고. 그럼에도 하우스 오브 위즈덤은 이슬람 세계의 수많은 도서관에 영향을 미쳐왔고 샤르자의 하우스 오브 위즈덤도 예외는 아니기에 굳이 먼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숟가락을 얹어 봤다. 

런던과 홍콩, 베이징의 국제공항 설계를 맡았던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Partners)가 프로젝트를 맡아 탄생시킨 이 도서관은 사막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미색(米色)과 더불어 매트한 재질의 골드와 블랙 컬러가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운 느낌을 발산한다.

하우스 오브 위즈덤을 방문한다면 내부 정원과 외부 정원을 꼭 둘러보기를 권한다. 도서관 지상 1층 한가운데에는 놀랍게도 정원이 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있는 풀과 나무에 둘러싸여 숨을 크게 들이쉬다 보면 머릿속에 엉켜 있던 많은 생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서관 외부 정원도 놓치지 말 것. 특히 한국보다 족히 배는 더 커 보이는 중동의 붉고 둥글고 커다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외부 정원에는 조각가, 게리 주다(Gerry Judah)의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고대 시대의 두루마리 종이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는 그것은 두루마리가 회오리처럼 둥글게 말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모습을 하고 있다. 종이를 만드는 일에도 그리고 그 위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 넣는 일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을까. 두루마리로 시작되어 종이책으로, 그리고 이제는 전자책으로. 그렇게 인류는 경험과 지식을 그리고 정성과 마음을 다음 세대에 전해온 것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유미(여행하는가족)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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