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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평범한 일상이 단숨에 유쾌해지는 법 

헬가 스텐첼 사진전

  • Editor. 장세희 기자
  • 입력 2022.12.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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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일상은 가슴 설레고 특별한 순간보다 먹고 일하고 자는 등 대부분 평범한 나날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안에서도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찾으며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하루가 이토록 다르게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관찰력’에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일상도 사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거나 유쾌하거나 감동적인 장면이 숨어 있다. 마침 ‘적극적으로 관찰하기’가 특기이자 삶의 철학인 어느 예술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정체된 일상을 새롭게 환기시키기 좋은 기회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헬가 스텐첼(Helga Stentzel)은 주변의 익숙한 사물에 애정과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종이부터 빨랫감, 세탁실, 각종 음식, 발가락이나 귀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신체의 일부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위트와 철학을 공유한다. 놀거리라고는 지역 신문 하나와 두 개의 TV 채널뿐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녀는 작은 것이라도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하는 취미를 발굴했다. 집 안의 온갖 사물이 특이한 형태를 보일 때까지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유쾌한 상상을 하며 무료한 일상을 즐거움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기쁨, 특별한 임무를 맡은 탐험가의 기분이란 얼마나 짜릿하고 통쾌할까. 현재 그녀는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비디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를 활용해 별 볼 일 없는 것의 흥미로움을 앞장서서 세상에 알리는 중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 컬러풀한 사진, 3D 조형물, 영상 작품 등 약 70점의 작품과 함께 ‘집 안의 초현실주의’라는 작가의 예술 세계에 서서히 빠져든다. 초상화, 티 타임, 먹을 수 있는 존재, 빨랫줄 동물들, 홈 플레이 & 빨래의 표정들, 생각을 위한 음식 총 6개 세션으로 나뉘는데,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는 물론이고 동물, 환경, 지속 가능성, 소외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 따뜻함과 함께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 준다. 

블랙 올리브로 눈과 코를 붙인 양상추 강아지나 체리를 번쩍 들고 있는 피칸 베어는 귀엽고 재치 있다.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줄 때’와 같은 작품은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이국적인 풍경 가운데 빨래로 소, 말, 코끼리, 북극곰 등을 연출하고 빨래집게로 뿔과 털을 세밀하게 표현한 빨랫줄 동물 시리즈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순식간에 새로움으로 재탄생하는 반전을 보여 준다. 작가가 내한 당시 전시장 곳곳에 새겨 놓은 깜찍한 낙서를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깊은 해설은 부담스럽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거나 미소 짓게 만드는 산뜻한 전시를 찾고 있다면 헬가 스텐첼 사진전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헬가 스텐첼 사진전
CxC Art Museum | 3월1일까지, 매일 11:00~20:00 (입장마감 19:30)

 

정리 장세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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