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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하늘과 강을 여행하는 방법

  • Editor. 김정흠
  • 입력 2023.06.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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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고도, 부여로 향했다. 
자동차를 타고 물 위를 달렸고
열기구에 올라 부여의 하늘을 여행했다.

●부여관광 수륙양용 시티투어 버스

부여 백마강을 달리다

부소산성 앞 주차장으로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여태껏 본 적 없었던, 독특하게 생긴 버스다. 2층 버스도 아닌 것이 높이만 해도 3m는 족히 되어 보인다. 버스가 아니라 장갑차를 보는 느낌이었다. 배기구가 버스 위에 굴뚝처럼 달려 있는가 하면, 앞면에는 숨구멍 같은 것을 열어 놓기도 했다. 뒤에는 프로펠러도 두 개나 숨겨져 있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여에서 운행 중이라는 ‘수륙양용 시티투어 버스’다. 육지에서는 일반 차량처럼 도로를 달리는 버스로, 물에 ‘입수’한 뒤에는 프로펠러에 동력을 실어 달리는 보트 형태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탑승 전에 승선신고서를 작성했던 것도 우리가 배를 타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륙양용버스는 육지에서는 일반 대형 버스와 거의 동일한 성능으로 달릴 수 있으며, 물 위에서는 10노트(약 18km/h)로 나아간다. 버스를 운전하는 선장은 해기사 6급 이상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형버스 운전면허도 취득한 베테랑이다. 문화유산해설사 역할을 하는 승무원 또한 기관사 면허와 소형선박 조종면허를 갖추고 있어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매월 전 직원이 자체적 또는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비상조끼 등 탈출용품 점검과 방역 소독도 꾸준히 이루어진다.

 

뱃고동 인사

수륙양용버스가 힘차게 출발했다. 부소산성 주차장에서 시내를 빠져나간 뒤, 국도 40호선을 타고 백마강교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백마강을 도하하고 있는 또 다른 수륙양용버스를 만났다. 기분이 오묘해졌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버스도 곧 저렇게 강으로 뛰어든다는 것이 아닌가. 

도로를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유난히 힘찬 엔진 소리를 내면서 박차를 가했다. 승무원이자, 안전요원, 그리고 문화유산해설을 도맡는 선생님이 외쳤다. “우리 버스는 곧 강물에 입수합니다. 자, 준비하세요. 하나, 둘, 셋!” 버스의 앞부분이 슬로프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 이내 강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버스가 배로 변신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물에 빠져 버린 것이다. 심지어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기까지 했다. 당황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저 동공만 이리저리 움직일 뿐. 선생님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자, 좌우 균형을 맞춰야 해서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승객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좌우측 좌석에 나누어 앉았다. 그제야 버스는 수평을 유지했다. 안심이다. 곧이어 생소한 기계음이 들리더니, 버스가 강을 힘차게 가르고 나아갔다. 두 개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장님은 무심한 표정으로 운전석 우측에 설치된 또 하나의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방향을 잡고 있었다. 아, 저 특이하게 생긴 것이 타륜이구나. 

백마강에 입수한 수륙양용버스는 부소산성 낙화암이 있는 곳까지 달렸다. 배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버스에 앉아 물을 가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에 훨씬 더 가까웠다는 이야기다. 좌우로 펼쳐지는 자연경관과 유적지를 두고 문화유산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죄송하게도 선생님의 말씀보다는 이 순간에 우리가 버스를 타고 물 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더욱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반환점인 천정대에 이르자, 반대편에서 또 하나의 수륙양용버스가 다가왔다. 마치 인사를 나누듯 두 대의 수륙양용버스가 동시에 뱃고동을 울렸다. 그렇다. 분명히 버스의 경적이 아니라, 뱃고동이었다. 우리는 창문 너머로 반대편 승객들에게 손 인사로 화답하며 40여 분에 걸친 백마강 항해는 끝을 맺었다. 슬로프를 타고 올라온 버스는 프로펠러를 접은 뒤, 다시 도로를 내달렸다. 한 번도 강을 누빈 적이 없다는 듯이.

●스카이배너 열기구 체험
 
진짜 하늘을 날았다니까

이른 새벽,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벼가며 백마강 강가에 도착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일찍 왔음에도 이미 약속 장소는 북적거리고 있었다. 거대한 바스켓에 매달린, 거대한 구피를 펼치며 이륙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순간까지만 해도 내가 날아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테이블에 놓인 체험 비행 동의서를 쓰고는 항공기 탑승권처럼 생긴 티켓을 받았다. 이름과 날짜, 이륙 장소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러는 새에 열기구를 운용하는 스카이배너 팀 크루들이 구피 안에 공기를 한껏 집어넣고는, 버너를 점화하며 온도를 높이는 게 보였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승객들을 향해 스카이배너 팀의 수장이자, 열기구 국가대표, 30여 년의 비행 경력을 자랑하는 치프 파일럿 ‘서정목 대표’가 말했다. “이 정도 크기의 구피에는 12톤의 공기가 들어갑니다. 버너의 열기로 구피 내 공기의 온도가 100℃ 이상으로 높아지면, 기구가 공중에 떠오릅니다. 반대로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면 기구는 천천히 하강하죠.”

다들 궁금한 점을 묻다 보니 어느덧 이륙 준비 완료. 파일럿이 탑승하는 한가운데를 제외하고 네 개 구역으로 나뉜 바구니에 차례로 올라탔다. “이륙합니다!” 치프 파일럿의 외침과 함께 열기구가 둥실 떠올랐다. 패러글라이딩 경험은 전무, 집라인도 덜덜 떨면서 타는 내가 열기구를 타고 있다니.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을 것만 같았지만, 이게 웬걸. 생각보다 부드럽게 이륙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달까.

하늘을 나는 기분

“저희,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 건가요?” 한 승객의 물음에 파일럿은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웃었다. “400m쯤 올라왔어요. 최고 600m까지도 올라가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평균치보다 조금 더 높게 올라올 수 있었네요.”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바스켓 너머로 펼쳐지는 백마강 일대와 부여의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시간과 거리 감각을 잃은 것에 가까웠다. 파일럿은 능숙하게 기구를 회전시키기도 했다. 바스켓 내에서 이동할 수 없는 승객들에게 부여의 다채로운 풍경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유였다.

발아래로 궁남지와 부소산성이 눈에 띄었다. 부여 시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도, 백마강을 가로지르는 부여대교와 백제교를 건너는 자동차들의 행렬도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맑은 날씨 덕분에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백마강을 따라 은은하게 피어오른 물안개도, 산의 능선을 타고 넘나드는 구름도 그저 완벽했다. 하늘 위에서 직접 두 눈으로 이 모든 풍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40여 분의 비행은 순식간에 끝났다. 열기구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백마강변 들판에 착륙했다. 바스켓에서 내려온 뒤, 스카이배너 팀에서 준비한 무알콜 샴페인으로 성공적인 비행을 축하하는 세레머니를 즐겼다. 

파일럿 서정목 대표가 설명했다. “옛날에 열기구는 유럽 귀족들의 산물이었어요. 그들은 하인들을 데리고 열기구 비행을 즐겼습니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열기구는 갑작스레 백성들이 살아가는 집 앞마당에, 경작지에 착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당연히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죠. 그래서 귀족들은 열기구를 착륙시킨 곳의 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그게 지금도 열기구를 탄 사람들이 착륙 후에 식사하는 문화처럼 굳어졌어요. 일종의 전통인 셈입니다.”

비행기를 타고도 쉽사리 느끼기 어려웠던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단언컨대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다.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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