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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아름다운 '경산' 두 개의 연못과 한 개의 숲 이야기

  • Editor. 장태동
  • 입력 2023.07.1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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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지.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사람들이 멈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촬영명소다.
반곡지.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사람들이 멈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촬영명소다.

●300년 버드나무숲길을 걷다

복사꽃, 반영, 300년 버드나무숲길,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다. 

반곡지의 규모는 대략 동서 길이 180m, 남북 길이 200m 정도다. 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도 1km가 안 된다. 쉬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15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이 작은 저수지에 해마다 봄이면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곡지 둘레에 난 길을 걸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
반곡지 둘레에 난 길을 걸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

반곡지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의 출발지점은 주차장 한쪽에 있는 정자다. 정자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카메라를 꺼내 짐정리를 하고 출발. 어느 쪽으로 걸어도 출발한 정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반곡지 옆 복숭아나무. 나뭇가지가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반곡지 옆 복숭아나무. 나뭇가지가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정자 주변 저수지 가에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제법 굵은 가지가 제멋대로 구불거리며 자랐다. 꽃 진 가지에 초록빛 잎이 생생하다. 지고 없는 복사꽃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물 건너편에 줄지어선 버드나무가 물에 비친 풍경이었다. 

반곡지 반영
반곡지 반영

데크길을 걷다 멈춰 정면을 보았다. 물 건너편에 높게 자란 버드나무가 둑을 따라 줄지어 섰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버드나무, 버드나무 줄기 아래 물에 비친 버드나무의 푸르름, 버드나무의 푸르른 반영과 함께 비치는 파란 하늘. 대칭으로 표현되는 실제와 반영의 조화는 평범한 작은 저수지를 사진촬영명소로 만들었다. 

길은 숲으로 이어졌다. 짧은 오르막 계단을 다 올라서서 숲길을 따르다 보면 이내 버드나무 고목이 줄지어선 뚝방길이 나온다. 이른바 ‘버드나무숲길’이다. 조금 전 물 건너편에서 보았던 버드나무 뚝방길을 걷는 것이다. 

반곡지 버드나무숲길을 걸었다
반곡지 버드나무숲길을 걸었다.

‘버드나무숲길’로 들어설 무렵 낮은 곳에서 피어난 하얀 민들레가 눈에 띄었다. 천천히 걷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하얀 민들레꽃 앞에 쪼그려 앉았다.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 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예전에 읽었던, 제목도 시인의 이름도 모르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노래로도 만들어진 시인데, 그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버드나무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곡지 버드나무숲길. 버드나무 줄기가 기이하게 자랐다.
반곡지 버드나무숲길. 버드나무 줄기가 기이하게 자랐다.
반곡지. 물 건너편 버드나무 반영을 보기 좋은 곳
반곡지. 물 건너편 버드나무 반영을 보기 좋은 곳

버드나무 줄기가 생각 보다 굵었다. 갈라지고 터진 줄기는 그 굵은 몸통마저 비틀며 자랐다. 흉터처럼 남은 옹이는 줄기 곳곳에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옆으로, 하늘로 구불거리며 뻗은 가지 또한 평범치 않았다. 구불거리는 가지가 물에 닿은 버드나무도 있었다. 줄기가 물에 잠긴 채 자라는 버드나무, 물속 가지에서 뻗어 나와 공중으로 자라는 가지, 속이 텅 빈 줄기가 안간힘으로 가지를 키워내고 푸르른 잎을 무성하게 피워낸 버드나무. 일이십년 혹은 삼사십년의 세월로는 만들 수 없는 비범한 풍경이다.

물로 가지를 늘어뜨린 반곡지 버드나무
물로 가지를 늘어뜨린 반곡지 버드나무

그런 버드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멈추어 쉬고 쉬며 생각했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춘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버드나무숲길을 오고 가고 멈추어 오래 머무른다. 300년 버드나무가 피워낸 푸르른 생명력은 버드나무에서 피어난 초록잎 만이 아니었다.  
 
●삼정지와 말무덤

저수지 안에 무덤이 있다. 물에 갇힌 무덤, 그곳 사람들은 그 무덤을 ‘말무덤’이라고 부른다. 경북 경산시 자인면 서부리 원효로 도로 가에 있는 저수지, 삼정지 안에 있는 무덤을 보러 갔다. 

삼정지와 말무덤
삼정지와 말무덤

삼정지는 면적이 약 3만㎡, 저수능력은 7만3800톤 정도라고 알려졌다. 세 골짜기에서 물이 흘러내려 모인다고해서 삼정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냥 보기에는 시골 도로 옆 저수지인데, 삼정지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정지 말무덤
삼정지 말무덤

삼정지는 조선시대 성종 임금 때인 1480년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삼정지에 있는 무덤은 마을의 수호신인 한장군이 탔던 말의 무덤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무덤을 ‘한장군 말무덤’ 혹은 ‘말무덤’이라고 부른다. 1988년에 삼정지 밑바닥에 쌓인 모래흙을 퍼냈는데, 그때 ‘말무덤’ 주변에서 토기와 기와 등 여러 개의 유물이 출토됐다고 한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무덤 둘레에 석축을 쌓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무덤을 만들었다. 

마을 집 앞에 있는 삼정지. 삼정지 안에 말무덤이 있다.
마을 집 앞에 있는 삼정지. 삼정지 안에 말무덤이 있다.

평범해보였던 저수지가 말무덤의 전설로 특별하게 보인다. 오후의 햇살이 부서지는 삼정지의 윤슬이 길상 같았다. 

 

●계정숲과 한장군묘

삼정지 말무덤 이야기에 나오는 한장군을 찾아 나섰다. 삼정지 옆 도로를 건너는 육교 위로 올라갔다. 풀밭에 설치된 커다란 그네를 타는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보인다. 그네가 신나는지 아이들 소리가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다.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들 얼굴에도 웃음이 한가득이다. 육교 계단을 내려서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노는 풀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계정숲
계정숲

이름이 붙은 숲이었다. ‘계정숲’이라는 이름의 이 숲은 구릉지에 남아있는 천연림군락지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이팝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숲을 이루었다.  

숲을 잘 가꾼 게 느껴진다. 숲 사이로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산책길도 깨끗하고 정겹다. 여기저기 놓인 운동기구와 의자 등 쉼터도 편해 보인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숲 그늘 아래서 느긋하게 쉬고 걷는다. 평온한 일상을 품은 숲이다. 

계정숲에 있는 한장군묘
계정숲에 있는 한장군묘

갈라지고 다시 만나는 숲길을 이리저리 걸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도 한 것은 숲이 맑아서였다. 그렇게 걷다가 삼정지 말무덤에 묻혔다고 전해지는 말의 주인인 한장군의 무덤을 만났다. 

한장군묘로 가는 길에 있는 홍살문
한장군묘로 가는 길에 있는 홍살문

한장군이 신라시대~고려시대 무렵 도천산에 출몰한 왜구를 물리친 이야기가 무덤 앞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1968년 8월 자인중•고등학교 본관 신축 공사를 하던 중 석실묘가 발견되어 발굴조사를 했고, 두개골이 포함된 유물과 은으로 제작된 갑옷, 투구, 철제창,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고 한다. 출토된 부장품은 영남대학교 박물관으로 옮겼고(후에 대구박물관으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유해는 1969년 이곳으로 옮겨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진충묘
진충묘

한장군 무덤을 뒤로하고 가보지 못한 숲길로 더 걸었다. 그 숲에는 한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진충묘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북사리에 있었던 한장군의 사당을 일본인들이 강제로 철거했다. 해방 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진충묘라는 이름으로 사당을 만든 것이라고 전해진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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