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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계곡 물길 따라 산청 나들이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3.07.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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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높고 물 맑은 산청은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청량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하모니를 이룬 대원사 계곡길이 제격이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이어진 물길을 따라 숲길과 도로를 넘나드는 탐방로가 잘 닦여 있다.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고, 대원사 계곡길 

바위 사이를 에둘러 흘러가는 물소리가 마치 다람쥐가 폴짝거리는 경쾌한 발걸음처럼 들린다. 돌돌거리는 장단에 맞춰 걷는 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진다. 지리산국립공원 동쪽 자락에 있는 대원사 계곡은 짙푸른 숲과 굽이치는 계곡이 숨은 절경을 이룬 곳이다. 트레킹 코스는 대원주차장부터 유평마을까지 약 3.5km에 걸쳐 이어져 있으며 편도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쉬엄쉬엄 갈 요량이라면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대원사 계곡길 입구에는 소막골 야영장으로 가는 작은 다리가 있다. 다리 오른쪽에 계곡을 따라 나무 덱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들이 있지만 길은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계곡과 가까이 걷는 구간이 많아 어디서든 잠깐 멈춰서 투명한 물빛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누워서 숲의 향기를 맡으며 달콤한 휴식을 즐겨 본다. 

얼마나 걸었을까. 물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우렁차게 들려온다. 바위 사이를 질주하듯 달리는 계곡수가 급류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는 게 왠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이다. 그래, 바로 이런 게 계곡 트레킹의 맛이지! 

계곡을 내려다보면 바닥이 온통 옥돌로 이뤄진 듯 햇빛에 비친 물이 영롱하게 빛난다. 계곡길 곳곳에 전설이 서려 있는데, 용이 승천했다고 알려진 용소와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처로 삼았던 소막골 등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를 돋운다. 대원사 계곡길은 전체 코스를 왕복하면 4시간이 훌쩍 넘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춰 걷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에 자리한 대원사까지 걸어도 계곡 트레킹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굴곡진 세월을 품은, 지리산 대원사

대원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 곳이다. 경내를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원사는 처음 창건된 때가 548년 진흥왕 시기로 천년을 훌쩍 넘은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에는 평원사(平原寺)라 불렸는데 임진왜란 때 폐사된 것을 숙종 때 운권 스님이 옛터에 절 건물을 세우고 대원암(大源庵)이라 이름 붙였다. 1890년 구봉 스님이 전각과 누각 등을 중건한 후부터 대원사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1948년 여수반란사건 진압군에 의해 전소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만허당 법일 스님이 들어오면서 오늘날 비구니 참선 도량으로 자리매김했다. 

긴 시간 속에서 몇 번의 화재와 중창을 겪은 사찰은 굴곡진 세월을 견뎌온 사람 마냥 단단하고 야무지게 보인다. 화려한 단청과 문살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굳건하게 사찰을 지켜온 것에 대한 보상이다. 대원사는 천년 세월을 이어온 보물을 품고 있는데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처음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다층석탑이 있다. 임진왜란 때 파괴되었으나 조선 정조 때 다시 세운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travel tip. 

이 길을 걸으면 젊어질까?! 항노화산들길

계곡 트레킹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항노화산들길을 추천한다. 왠지 이름만 들어도 걷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길이다. 군내에서 멀지 않은 데다 탐방 덱과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아이들과도 걷기 편하다. 산청군청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코스가 나뉘는데 경호강을 따라 이어진 느림의 길이 경치가 가장 좋다. 두껍게 이끼 낀 오래된 고목들이 걷는 맛을 더하며 정자에서 쉬어가는 동안 한적한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다. 

 

커피 한 잔의 운치, 카페 산청요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카페 산청요는 한옥과 잘 가꿔진 정원이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푸릇한 잔디마당 가운데 수형이 잘 잡힌 소나무와 연못 둘레에 핀 붓꽃이 흐린 날에 운치를 더한다. 실내 공간도 반듯하고 단아하다. 커피를 주문하면 그윽하게 퍼지는 향이 아담한 공간을 꽉 채운다. 

혹시나 손에 닿는 컵의 질감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면 제대로 감을 잡은 것이다. 카페 맞은편에 도예가 민영기 장인의 작업실을 겸한 전시 공간이 있다. 일본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도예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여러 번 방문했을 만큼 장인의 명성은 일본에서도 자자하다. 전시관에서 투박한 질감의 찻사발과 도자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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