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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숲 테라피, 서귀포치유의숲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3.10.07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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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내 몸에도 휴식이 필요한 때이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 보자. 낙엽이 지는 계절이지만 제주의 숲은 여전히 푸르고 싱그럽다. 숲길을 걷고, 해먹에 누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힐링은 절로 찾아든다. 

●한라산 아래 온전한 쉼의 공간

한라산이 듬직하게 받치고 있는 중산간 지대에 깊고 너른 숲이 펼쳐져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웰니스 여행지 서귀포치유의숲이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320~760m 고지대에 형성된 숲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고요하고 온전한 쉼을 선사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숲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서귀포치유의숲은 이제 개방된 지 10년 남짓 되었지만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2021년에는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는 등 국내 최고의 명품 숲으로 꼽힌다. 

숲에는 붉가시나무와 콩짜개덩굴 등 다양한 자생 식물과 새와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야생 노루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고도의 편차가 큰 만큼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이 섞인 독특한 생태 환경이 눈길을 끄는데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60~70년이 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도 있다.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울창한 ‘엄부랑숲’에 들어서면 누구나 마음이 웅장해져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이곳은 조선시대에 국영 목장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화전민들이 불모지를 개간하고 숯을 구워 팔며 오랜 시간 터를 이루고 살았는데 일제 강점기 때 모두 쫓겨나고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자신도 아픈 상처를 품고 있지만 숲은 언제나 의연한 모습으로 제 품에 찾아든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다. 

서귀포치유의숲은 면적이 넓은 만큼 탐방 코스도 다양하다. 가볍게 숲길을 걷는 산책길부터  시오름까지 이어진 트레킹 코스까지 자신에게 맞는 것을 택해 다녀오면 된다. 특히 숲에 나무 덱 탐방로를 설치해 휠체어와 유모차도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노고록 무장애 나눔길은 서귀포치유의숲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내가 나무인 듯, 나무가 나인 듯

치유의숲이 처음이라면 산림휴양해설사가 동행하는 궤영숯굴보멍 프로그램 참여를 추천한다. 숲에 깃든 자연과 사람, 인문학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숲 속에서 편안히 휴식할 수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숲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이끄는 대로 걷고, 호흡하고 나무와 교감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번잡하던 생각들도 훌훌 털어진다.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자 대상으로 진행되며 가족 단위 신청도 가능하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맨발 걷기와 해먹 체험이다. 편백나무 숲에 걸어놓은 해먹은 모기장을 둘러쳐 놓아 거대한 누에고치처럼 보인다. 그 안에 누워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다 보면 까무룩 잠이 들기도 하고 나무가 된 것처럼 고요하고 적막한 숲의 시간이 느껴지기도 한다. 눈을 감으면 나무가 듣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귓가에 머문다. 나뭇잎을 바스락거리며 스쳐가는 바람과 멀리서 지저귀는 새들, 심지어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마음에 스미는 무한한 평안함은 자연이 주는 치유의 선물이다.  

흙길을 맨발로 걷는 ‘어싱(Earting)’은 발바닥의 신경들을 자극해 건강에 도움을 주며 땅과 직접 접촉하는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자연 치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걷다 보면 점점 발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다. 맨발 걷기 후에는 숲 속 족욕이 기다리고 있다. 초록빛 세상에 둘러싸여 따끈한 물에 발을 담그면 남아 있는 피곤함까지 사르르 녹아내린다. 여기에 빛깔 고운 차 한 잔을 곁들이면 숲 속의 힐링 시간이 완성된다. 

 

●전통 차롱에 담긴 치유 밥상

제주 향토 음식들로 꾸려진 차롱치유밥상은 숲에서 즐기는 특별한 한 끼다. 숲을 방문하기 전 2~3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하며 짙푸른 녹음이 둘러싼 힐링 하우스에서 고기 산적과 전복 꼬치, 빙떡, 주먹밥과 과일 등 건강하고 든든한 로컬 힐링푸드를 맛볼 수 있다. 마치 도시락처럼 작은 차롱 안에 호근동 주민들의 손맛과 정성이 담긴 먹거리들이 가득 채워져 나온다. 

차롱은 밥이나 떡, 빵 등 음식들을 담기 위해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던 바구니인데 물기나 습기에 강해 오래 보관해도 쉬이 상하지 않는다. 식사에 제공된 차롱은 가져갈 수 없지만 숲 입구에 있는 차롱가게에서 별도 구입이 가능하다. 지역 특산물과 기념품도 판매하며 숲 탐방 후 쉬어갈 수 있는 아담한 카페 공간도 있다.  

▶travel tip.

· 서귀포치유의숲은 방문 전에 미리 온라인을 통해 예약해야 탐방이 가능하다(잔여 인원이 있을 경우 당일 인터넷 예약 가능). 숲의 치유 기능을 높이고 쾌적한 탐방 환경을 위해 하루 600명까지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운동화나 등산화 착용은 필수다.

· 반려인들에겐 아쉽지만 반려동물은 출입이 불가하며 숲에 음식물을 갖고 오거나 섭취하는 것도 금지 사항이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숲을 오래도록 보전하려면 꼭 지켜야 할 것들이다.

· 개인 탐방 외에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숲을 탐방할 수 있다. 단체인 경우 맞춤형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글· 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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