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ALK BACK] 여행기자들의 2024년 2월호 뒷이야기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4.02.0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과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
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 

여행기자의 무기
입사한 지 어언 5년 차. 아직도 <트래비> 면접 당시 받은 질문 중 하나를 잊을 수 없다. ‘체력이 좋은가요?’ 그땐 참 별걸 다 묻는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체력 없는 여행기자는 총 없는 군인과 같다. 산 넘고 물 건너, 걷고 뛰고 날고 달리고. 자전거에 카약에 헬기에 보트까지. 육해공을 넘나드는 출장지는 전장이다. 모든 싸움에선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승자는 전리품으로 알찬 기사를 얻는다. 패자에겐 오로지 부실한 취재만이 남는다. 무기 대신 패기로만 맞서는 싸움의 결과는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다. 백전백패, 필패다. 나를 이길 수 있는 것도 나뿐이요, 나를 지게 하는 것도 오로지 나다. 요즘 들어 부쩍 카메라가 무겁다. 근육통도 늘었다. 총은 있다만 총알이 부족한 기분. 장전을 위해 오늘도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아직은 이기고 싶은 전쟁이 많다.

곽서희 기자


2월 다짐
“힘 빼세요.” 차갑고 뾰족한 주삿바늘이 팔뚝에 꽂혔다. 새해 첫 주부터 고열을 동반한 감기몸살. 작년 연말(정확히 2주 전)에는 독감이 한 차례 들쑤시고 지나갔다. 삿포로 여행을 코앞에 두고 찾아온 감기를 겨우 내보내고 나서야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3박 4일 동안 나는 어린아이처럼 눈밭을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싱싱한 해산물과 양고기구이, 스프 카레 곁엔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빼놓지 않았으며, 뜨거운 노천탕을 들락거리며 체온을 높였다. 마지막 날 아침의 결말은 결국 코피였다. 자꾸만 잔기침이 나오는 게,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조바심 가득했던 연말을 보내고 새해는 쉼으로 시작하자며 떠난 여행이었건만, 나도 모르게 ‘또’ 힘을 주고 말았던 거다. 뭐든 힘이 들어가면 금세 지치는 법. 이제 겨우 2월이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힘은 빼고.

손고은 기자

 

가진 것에 만족하기
앰비슈머, 중간 없는 소비, 무지출 챌린지 등 소비 형태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앰비슈머(양면적인 소비자)’는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데, 내 10여 년의 지출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정 비율을 저축하면 그때부터는 짠돌이다. 8,000~9,000원 식사 횟수는 어떻게든 줄이고 또 줄여 파티세리를 가고, 레스토랑을 다녔다. 5만원으로 시작한 한 끼 지출은 50만원까지 늘었다. 욕망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첫 출장지인 팔라완 코론에서 내 소비를 곰곰이 반추하게 됐다. 현지인들의 생활비와 버킷 리스트를 듣게 되면서부터. 한국과 필리핀의 경제 규모, 문화, 사회환경 등이 다르지만, 짧은 대화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서울살이에 적응하면 홀랑 잊겠지만, 적당히 욕심내고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를 길러 봐야겠다.

이성균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