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히든 스폿] 베니스의 숨은 16세기 호텔, 빌라 바바리치

Villa Barbarich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4.02.02 06:00
  • 수정 2024.02.02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풍스러운 ‘척’ 하는 호텔 말고 
여기, 진짜가 나타났다.

귀족의 럭셔리 

가짜가 판치는 세상일수록 진짜가 빛나는 법. 중세‘풍’이니 귀족‘식’이니 하는 그런 겉껍데기 말고. 리얼 클래식, 정통 귀족의 숨결이 녹아 있는 호텔이, 베니스에 있다. 

지금의 베니스가 세레니시마(Serenissima), 그러니까 ‘가장 고귀한 공화국’이라 불렸던 16세기. 베니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 중 하나였던 말리피에로(Malipiero) 가문은 마르체네고(Marzenego) 강변에 여름 별장을 세웠다. 위치는 베니스 본섬으로부터 약 15km 떨어진 곳. 나무가 우거지고 강물이 흐르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 별장의 뚜렷한 목적인 휴양에 딱 맞는 조건이었다. 당시 영주들은 이곳을 ‘힐링 장소’로 삼았고, 살롱에 모여 비즈니스 회의도 종종 펼쳤다고. 빌라 바바리치(Villa Barbarich)의 오래된 역사다. 

중세 귀족의 별장은 이제 어엿한 4성급 호텔로 거듭나 관광객들의 별장이 됐다. 호텔은 뭔가를 꾸며낸 것 같지도, 모방한 태가 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척’ 하는 게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리석 바닥의 복도를 지나면 현실감 없는 풍경이 나타난다. 어디 흑백 무성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콧수염 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천장에는 무라노섬의 유리 공예가가 만든 샹들리에가 반짝인다. 그 옆으로 루도비코 토에푸트(Ludovico Toeput)의 프레스코화가 걸려 있다. 빌라 바바리치는 존재 자체가 설명이자 증명이고, 가장 화려한 치장이다.

31개의 객실은 전부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채웠다. 대들보 천장마저 우아하고 빈틈이 없다. 방 안의 조그만 창문을 열면 풀냄새가 퍼진다. 호텔 주변 2만 평방미터는 온통 녹지다. 낮이면 강바람에 수풀이 흔들리고, 밤이면 붉은 열매 너머로 달이 뜬다.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2층 레스토랑이다. 가문의 이름을 딴 ‘말리피에로 레스토랑’은 공간 자체가 주는, 시대를 초월하는 압도감이 있다. 흰색 드레스 셔츠 위에 보타이를 맨 웨이터가 촛대에 불을 지펴 준다. 은색 트레이 위로 식전빵이 오른다. 만찬의 시작이다. 오래된 중세 별장에서 맛보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 ‘귀족의 럭셔리’란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냐고 힐난할 일이 아니다. 과장하게 만드는 것까지가, 빌라 바바리치의 능력이다.  

*곽서희 기자의 히든 스폿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숨은 장소 찾기’. 곽서희 기자의 히든 스폿에서는 블로그 리뷰도, 구글맵 평점도 드문, 전 세계 숨은 스폿들을 찾아냅니다. 지도 위, 크고 시원한 동그라미가 빼곡해질 그날까지!

 

글·사진 곽서희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