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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아만파윤의 방식

AMAN Fayun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4.01.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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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의 아만파윤에 대하여.

아만의 방식, 항저우의 파윤

2024년, 바야흐로 나그네가 몸 누일 곳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여행자가 하룻밤 머물고자 하면 선택지가 도처에 있다. 만약 당신이 그 많은 선택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한다면, 그것은 머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층고 높은 로비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 이야기가 아니다. 대리석이 번쩍이는 고급스러운 객실과 눈 맞추며 웃어 주는 호텔리어도 좋지만, 여행자의 본질은 결국 여행이므로…

호텔에서 여행을 찾는다. 결과에 대한 호오는 취향에 따라 나뉘겠지만, 어쨌든 숙박과 경험을 밀착하려고 애쓰는 호텔이 다수다. 그 정점에 닿으면, 결국 아만(Aman)이 남는다. 

아만은 전 세계 20개국에 총 35개의 프로퍼티를 운영 중인 호텔 & 리조트 체인이다. 아만의 특징을 3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 독보적인 위치, 두 번째 독창적인 디자인, 세 번째 투숙객을 기억하는 서비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핵심은 ‘프라이빗한 여행’이다. ‘아만 정키’는 아만 중독자를 일컫는데, 세계적인 셀럽들이 스스로 나서 자신을 ‘아만 정키’라고 표현한다. 그들에게 아만은 자신의 안식처라 공표할 수 있을 만큼 믿음과 자부심의 아이콘인 것이다. 

아만파윤 객실의 지붕. 파윤 마을은 연중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골짜기 지형이라 이끼가 잘 자란다. 필요 이상으로 음습하고 진한 초록빛은 아만파윤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아만파윤 객실의 지붕. 파윤 마을은 연중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골짜기 지형이라 이끼가 잘 자란다. 필요 이상으로 음습하고 진한 초록빛은 아만파윤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중국에는 총 4개의 아만이 있다. 베이징의 ‘아만 썸머 팰리스’, 상하이의 ‘아만양윤’, 리장의 ‘아만다얀’, 그리고 항저우의 ‘아만파윤’. 항저우로 향했다.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이란 말이 있다. 하늘 위에는 천당이 있고, 하늘 아래는 소주(쑤저우, 蘇州)와 항주(항저우, 杭州)가 있다는 뜻이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항저우는 그야말로 나이값을 한다. 점잖고 품위가 있다. 연중 기온이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해 인심도 좋다. 12~13세기 남송(南宋, 송나라 후기를 이르는 말)의 수도였으며, 현재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 본사가 자리한 대도시다. 

영복사의 새벽은 아만파윤 투숙객의 특권이다. 오로지 아만파윤 투숙객만 영복사의 새벽 예불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빗자루로 낙엽 훔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뿌옇게 낀 물안개는 서늘하다
영복사의 새벽은 아만파윤 투숙객의 특권이다. 오로지 아만파윤 투숙객만 영복사의 새벽 예불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빗자루로 낙엽 훔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뿌옇게 낀 물안개는 서늘하다

항저우에는 미인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 아름다운 사람을 묘사하는 말인데, 중국 4대 미인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한나라의 ‘왕소군’이 하늘을 날던 기러기 바라보니 새가 넋을 놓아 떨어졌다 하여 ‘낙안(落雁)’, 삼국지의 ‘초선’이 달을 바라보니 그 미모에 달이 놀라 구름 뒤로 숨었다고 하여 ‘폐월(閉月)’, 당나라 ‘양귀비’의 옷자락이 꽃에 스치자 그 꽃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여 ‘수화(羞花)’, 마지막으로 월나라 ‘서시’가 호수에 얼굴을 비추니 물고기가 넋을 잃어 헤엄치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하여 ‘침어(浸魚)’라고 한다. 서시는 항저우 출신이다. 그녀가 얼굴을 비춰 물고기를 수장시켰다는 호수가 바로 항저우의 ‘서호’고. 

서호는 중국 10대 명승지에 손꼽히는 인공 호수다. 청나라의 6대 황제인 건륭제가 서호를 유람하며 주변에서 수확한 차를 마시곤, 18그루 차나무를 어차(御茶, 황제가 마시는 차)로 지정했다. 그 차가 항저우의 ‘서호용정차(西湖龍井)’다.

아만파윤은 7개의 불교 사원과 불교 아카데미로 구성된 고대 순례 순회코스가 관통한다. 리조트 내 산책길에는 석불이 자리한다. 이것들은 오로지 아만파윤 투숙객만 볼 수 있다
아만파윤은 7개의 불교 사원과 불교 아카데미로 구성된 고대 순례 순회코스가 관통한다. 리조트 내 산책길에는 석불이 자리한다. 이것들은 오로지 아만파윤 투숙객만 볼 수 있다

'파윤(法云)’은 과거 서호 뒷산에서 용정차밭을 터전 삼아 살아가던 농부들의 마을이었다. 그 터전을 아만 리조트가 인수해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한 곳이 바로 지금의 ‘아만파윤’이다. 리조트라는 목적의 변화와 무관하게, 이곳은 여전히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마을이다. 집과 차밭. 무성한 대나무와 자생림, 그리고 그곳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만은 파윤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해 과거의 시간을 총 46개의 공간으로 복원했다. 이 작은 마을이, 그러니까 아만파윤이 항저우 역사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명백한 이유다.


아만파윤의 모든 객실은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살았던 고택을 개조한 것이다. 중국에서 ‘고택’이라 하면 최소 100년은 우습게 넘본다. 아만파윤은 인도네시아 출신 ‘자야 이브라힘(Jaya Ibrahim)’이 디자인했는데, 그가 생전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꼽아 왔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싱가포르 카펠라’ 같은 굵직한 리조트를 수도 없이 디자인한 그의 정수는 ‘그곳이 그곳다운 디자인’이다.

아만파윤의 객실. 조도가 낮은 편이다. 밤이 되면 꽤나 어둡다. 모든 객실의 내부 바닥은 석재 또는 목재로 구성했고 곳곳에 중국 서예가 작품이 걸려 있다. 객실 내부에는 욕조가 별도로 없다. 대신 아만 스파에서 무료로 욕조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시간에 맞춰 욕탕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기 때문이다. 야간에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태프가 욕탕까지 이르는 길을 등불로 밝혀 주는데, 괜스레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아만파윤의 밤은 어두워서 별이 쏟아진다
아만파윤의 객실. 조도가 낮은 편이다. 밤이 되면 꽤나 어둡다. 모든 객실의 내부 바닥은 석재 또는 목재로 구성했고 곳곳에 중국 서예가 작품이 걸려 있다. 객실 내부에는 욕조가 별도로 없다. 대신 아만 스파에서 무료로 욕조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시간에 맞춰 욕탕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기 때문이다. 야간에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태프가 욕탕까지 이르는 길을 등불로 밝혀 주는데, 괜스레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아만파윤의 밤은 어두워서 별이 쏟아진다

객실 조도가 너무 어둡지 않냐고 물으면, 아만파윤은 이 마을이 원래 그런 곳이라고 대답한다. 과거 파윤 마을에는 대부분 중국 만주족이 거주했다. 만주족의 전통 가옥은 욕실이 별채에 있고, 실내를 어둡게 하여 등을 밝히고 살았단다. 당시의 파윤이 그런 곳이라서 아만도 그렇게 따르는 것이다. 방을 밝히는 조명은 송나라 시대에 사용했던 양초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제 촛불은 아니지만, 빛이 불처럼 여리고 아른거린다. 룸 타입은 총 7개로 나뉜다. 빌리지룸의 경우는 하나의 마당을 공유하기도 하고, 빌라룸의 경우는 마당 딸린 2층 건물을 통째로 쓰기도 한다. 모든 방에는 파윤 마을에서 재배한 홍차와 용정차가 준비되어 있다. 

아만파윤의 모든 객실은 과거 파윤 마을에서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실제 농부들의 집이다. 현재는 그 집을 리모델링해 객실로 사용한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노린재를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차밭에는 노린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만파윤의 모든 객실은 과거 파윤 마을에서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실제 농부들의 집이다. 현재는 그 집을 리모델링해 객실로 사용한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노린재를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차밭에는 노린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용정차는 발효를 시키지 않는 녹차다. 대신 ‘고기(捻)’라고 부르는 가공 과정을 거친다. 고기는 찻잎을 적절한 손의 압력과 일관된 방향으로 말아 티궈랑(茶條)이라는 긴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향이 매력적이다. 중간에 감도는 은은한 고소함은 ‘고기’를 거칠 때 찻잎이 손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오구유(烏桕油)’의 맛이다. 오구유는 오구나무 열매를 짜낸 기름이다. 용정차는 맛을 두고 ‘사절(四絶)’이라 칭송받는다. 색은 녹색이고, 향이 짙으며, 맛이 달고, 형상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한 김 식힌 물(약 80도)로 3분 정도 우려낸 뒤 마신다. 서호용정차의 맛은 마치 아무것도 마시지 않은 듯 담백하다. 이와 볼 사이에 차가 닿으면 아주 약간의 달콤함과 크리미한 촉감만 남는데, 그 무미(無味)의 맛을 두고 용정차의 절묘함이라고 이른다. 반면 향기는 생기롭다. 고소한 콩향과 이른 봄의 풀향기가 난다. 녹차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청량감이 돌아 기름진 음식과 상성이 좋다. 아만파윤의 별 하늘 아래, 용정차 호호 불며 식혀 가던 그 밤의 향기를 평생 잊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파윤 플레이스. 용정차를 덖는 기술자가 살았던 집을 라운지로 꾸몄다. 2층은 도서관이다. 아만파윤 스태프의 조언에 따르면 겨울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파윤 플레이스. 용정차를 덖는 기술자가 살았던 집을 라운지로 꾸몄다. 2층은 도서관이다. 아만파윤 스태프의 조언에 따르면 겨울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아만파윤을 역시 아만답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통상적인 아만 리조트와 결이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만의 핵심은 ‘프라이빗’이다. 그런데 아만파윤은 ‘파윤 패스웨이(Fayun Pathway)’라는 메인거리가 리조트 중심을 관통한다. 이토록 우아하게 조성한 돌길은 오로지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여행객부터 주변 사찰에서 수행하는 스님들까지, 파윤 마을을 방문하는 모두를 위해 아만이 가꾼 길이다. 물론 객실이 있는 골목은 투숙객만 입장할 수 있지만, 메인거리로 나오면 반드시 낯선 누군가와 마주쳐야 한다는 점에서 아만파윤은 아만 중에서도 월등히 특별한 곳이라는 결론을 지을 수 있다.

투숙객의 호사를 줄이고 경험을 유지하는 방식은 아만이 선택한 파윤 마을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이 덕분에 파윤 마을의 안팎에는 그 시절 마을이 품었던 고고하고 정체된 분위기가 여전히 서려 있다. 여행객이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만큼은, 아만의 방식으로 항저우 파윤 마을의 주민이 되어 보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는 것도 경험, 차밭을 보는 것도 경험, 누군가와 목례를 나누는 것도 경험, 마침내 마을을 떠나는 것도 경험. 아만의 방식으로 파윤 마을을 여행했고 마침내 경험했다. 아만파윤은 그래서 유일하다.

01 Temple 

아만파윤 주변으로 총 7개의 불교 사원이 산재해 있다. 그중 영은사(靈隱寺, 링인쓰)는 가히 압도적이다. 중국 내 가장 크고 부유한 불교 사원으로 무려 326년 인도 고승이 창건했다고 알려진다. 사찰의 역사가 1,700년도 넘는 셈. 더 놀라운 사실은 3,000명 이상의 승려가 영은사에 거주한다는 점. 아만파윤 투숙객은 영은사와 영복사(永福寺, 용푸사) 입장권이 무료로 제공된다. 아만파윤 투숙객이라면 영복사의 새벽 예불에 참여할 수 있다.

02 Dining 

아만파윤의 고택 사이사이에는 총 5개의 다이닝 공간이 자리한다. 더 레스토랑 & 바(The Restaurant & Bar)는 투숙객들의 조식 공간이며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양식을 주로 선보인다. 스팀 하우스(Steam House)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동파육과 생선찜, 항저우식 국수를 추천한다. 항저우 하우스(Hangzhou House)에서는 주로 정통 항저우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용정 찻잎으로 요리한 새우튀김과 돼지고기 조림 등을 추천한다. 티 하우스와 파윤 카페는 파윤 패스웨이를 거닐며 잠시 들러 목을 축이기 좋다.

03 Activity

아만파윤의 중심에는 ‘파윤 플레이스’가 있다. 안뜰이 있는 2층짜리 주택 2채가 연결된 공간인데, 리조트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2층은 도서관이고 1층은 아만에서 엄선한 액티비티를 체험하는 장소다. 서예, 다도, 중국 악기들을 다뤄 볼 수 있다.    

*강화송 기자의 호소문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강화송 기자의 휴식 호소문. 어떻게 하면 호텔에서 좀 더 뒹굴 수 있을까. 기자 생활 내내 고민 끝에 찾은 단 하나의 돌파구. 1년 365일 쉬고 싶은 강화송 기자가 선택한 세계 곳곳의 .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Amanfa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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