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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튤립 축제, 네덜란드 쾨켄호프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4.03.0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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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쾨켄호프,
튤립을 타고 봄이 부는 곳.

매년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1년에 딱 두 달. 네덜란드 리세(Lisse)의 쾨켄호프에서는 세계 최대 꽃 축제가 열린다. 얼마나 ‘최대’냐면, 32만 평방미터가 넘는 부지에 700만개 이상의 꽃 구근이 심겨 있다. 그중 튤립 종류만 무려 800여 종. 여기에 히아신스, 프리지어, 국화, 장미, 수선화까지 없는 꽃이 없다.

사실 숫자들을 구구절절 나열해 봤자 별 의미 없고, 직접 가 보면 0이 여러 개 붙은 그 숫자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색색의 꽃봉오리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향기는 그보다 더하다. 마치 신이 가꾼 꽃밭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은 느낌. 황홀하다 못해 황송하기까지 하다. 실로 원예 강국다운 위엄을 자랑하는 대축제다.

‘쾨켄호프에 꽃이 피면 유럽의 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보통 3월 중순부터 개화하기 시작하는데, 튤립이 만개하는 4월 중순이 피크다. 이맘때면 꽃들이 가장 밝고 쨍한 색을 띠며 고개를 든다. 지구상에 나보다 더 빛나는 생명은 없다는 듯. 과장이 아니라, 포토샵에서 채도를 100까지 과하게 끌어올린 색. 너무 비현실적이라 좀 의아해지기까지 하는 색이 꽃들에게서 발현된다. 그렇게 네덜란드에, 유럽에, 이 세상에, 봄이 온다. 선명하게, 청명하게, 활달하게, 귀하게. 계절을 계절이게 하는 건 꽃의 가장 좋은 습관 중 하나다. 

관광지로서의 쾨켄호프야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지만, 이곳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쾨켄호프는 네덜란드 화훼 시장을 위한 거대한 비즈니스 장이다. 전국의 구근 재배 농가와 화훼업자들은 축제의 전시 디자인을 구상하고, 700만개의 구근을 직접 심고 관리한다. 전시 구역마다 팻말에 업체명이 적혀 있고, 축제 기간 동안 전시된 구근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들에게 판매된다. 정원은 그 자체로 100여 개 참여 기업들의 카탈로그인 셈. 이들에게 쾨켄호프란 네트워크 구축의 장이자 비즈니스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두 달간의 축제가 끝나면 모든 구근을 파내어 동면시키고, 다음 해 봄에 선보일 전시를 위한 조경가들의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첫서리가 내리면 또다시 구근을 심는다. 이런 사이클이 계절처럼 75번 반복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2024년은 쾨켄호프 개장 75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는 3월21일부터 5월12일까지 문을 연다. 꽃도, 봄도, 계절도 그리고 여행도, 오직 찰나이기에 특별하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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