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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싼게 비지떡, '메꾸기'를 아시나요

코로나 이후 메꾸기 비용 150달러까지 치솟아
떠나는 허리급 가이드, 교육도 없이 신입 투입
컴플레인으로 기사‧가이드 팁까지 환불하기도

  • Editor. 김다미 기자
  • 입력 2024.03.11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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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베트남 가이드 A씨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가이드 생활을 그만둔다.  코로나 이후 가이드가 감수해야하는 손해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 픽사베이
N년차 베트남 가이드 A씨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가이드 생활을 그만둔다. 코로나 이후 가이드가 감수해야하는 손해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 픽사베이

N년차 베트남 가이드 A씨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가이드 생활을 그만둔다. 패키지여행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코로나 이후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저가 패키지여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가이드가 금전적인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도 되돌아왔다.

 

●“도 넘은 메꾸기에 곡소리 난다”

현재 베트남 다낭 가이드가 패키지여행객을 받기 위해서는 여행객 1인당 100달러에서 많게는 150~160달러까지 지불해야 한다. 이를 A씨는 ‘메꾸기’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1인당 메꾸기 비용이 100달러이고 총 30명이 온다면 가이드가 지불해야 되는 금액은 3,000달러다. 한화로 따지면 약 400만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가이드는 여행안내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 금액만큼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 이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여행객의 선택 관광과 쇼핑이 필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옵션판매와 쇼핑 유도에 힘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A씨는 패키지상품을 다단계 피라미드라고 비유했다. 상위 계층에게만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최상위 계층은 한국에서 여행객을 모객하는 여행사를 의미한다.

A씨에 따르면, 여행사가 저가 패키지로 모객하면서 손님들한테 받은 여행비는 랜드사와 가이드에게 전달되지 않은 채 여행사가 대부분 가져간다. 코로나 이전 일부라도 지원해주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60달러였던 메꾸기 금액도 큰 폭으로 인상돼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메꾸기 금액 등으로 가이드가 떠안는 적자가 심해졌다”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사에서 어느 정도 부담해줬지만, 현재는 거의 없어 오로지 쇼핑과 옵션으로만 충당해야한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여기에 쇼핑 수익도 쇼핑센터와 일정 비율로 쪼개야하고, 그 수익마저도 다시 랜드사와 나눠야한다. 쪼개기의 쪼개기인 것이다. A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코로나 이후 가이드는 수익 창출보다 현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업무를 받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사팁까지 환불하게 만드는 컴플레인”

저가 패키지로 인한 트러블도 변함없다. A씨의 제보에 따르면 패키지여행 상품가에 포함되지 않고 현지에서 지불하는 기사‧가이드 팁(경비)까지 나중에 되돌려주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기사‧가이드 팁은 보통 현지에서 실비로 활용되는데, 컴플레인을 막기 위해 한국 여행사가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A씨는 “가이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현지에서 쇼핑이나, 선택 관광을 많이 하는 고객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쇼핑을 하지 않는 고객들은 공항에서 7시간씩 대기하기도 한다”라며 “이럴 때 컴플레인이 많이 난다”라고 전했다.

이때 한국 여행사와 랜드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A씨는 “한국 여행사가 손님에게 컴플레인을 받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랜드사에 연락하고, 랜드사는 가이드에게 연락해 경위서 제출과 함께 손님에게 받은 기사‧가이드팁을 환불할 것을 요구한다. 심할 경우에는 해당 손님이 진행했던 옵션 비용까지 환불해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다낭에 랜드사가 많아지니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코로나 이전에는 경위서 제출로 끝났던 일들이 이제는 환불로 이어지면서 가이드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A씨는 “다낭은 리피터가 많은 지역으로 선택 옵션과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이드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더욱 옵션과 쇼핑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라며 “저가 패키지로 오는 손님들도 이런 시스템을 다 알고 있고, 악용하는 고객도 몇몇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행객들도 해외에서 본연의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가이드들의 고충에 대해서 알아주길 바란다”라며 호소했다.

이 탓에 '허리급'에 해당하는 가이드들이 다낭을 떠나고 있다. 빈 허리를 채우기 위해 신입 가이드들은 충분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현장을 떠난 가이드가 많고, 부당한 대우를 이기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가이드도 있어 빈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여행의 질을 저하시켜 다낭여행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높다. 

A씨는 “코로나 이후에도 저가 패키지가 이어지면서 다낭여행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라며 “여행사 배만 불리는 구조가 사라져야 여행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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