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낯선 공간에 나를 놓는 일이다. 온돌방에 고운 한지로 정성스럽게 도배한 한옥. 익숙한 것 같지만, 낯설다. 대청마루에 앉아 친구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기와 사이 난 네모난 창 너머로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즈넉한 여유를 만끽하다 보면 왜 한옥에서 묵어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종로구를 중심으로 한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잠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 한국관광공사가 품질을 인증한 한옥 숙소 14곳을 소개한다. ●드라마 ‘별 그대’ 도민준의 방이 있는 담소정고풍스러운
난생처음 서울에 놀러 온 내 친구 윌리엄. 여행 무식자인 나에게 숙소를 추천해달란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가봤어도 서울 여행은 해본 적 없으니, 실상은 나 역시 윌리엄과 다를 바 없는 초짜였다. 그래서 이참에 꼼꼼히 찾아봤다. 전망 좋은 호텔방부터 장기 투숙을 위한 레지던스, 가성비 좋은 게스트하우스, 한국의 정을 듬뿍 나누는 홈스테이까지. 이름하여 ‘외국인 친구를 위한 가지각색 숙소 열전’.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서 와, 윌리엄. 서울은 처음이지? ●한국 친구의 정을 담뿍 느끼는 달콤 게스트하우스 충무로달콤 게스트
하늘도 산도 곱게 색을 차려 입은 때.각기 다른 색색의 전라도 브루어리들을 탐방했다. ●고창우리 보리의 맛파머스 맥주 ‘국산’ 보리로 만든 맥주라니? 맥주를 잘 아는 이라면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일 것이다. 주로 맥주 양조에 쓰이는 ‘두줄보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의미가 있다. 2013년 6월 전북 고창에 설립된 파머스 맥주(구 GDC 브루어리)는 국내에서 생산한 보리를 맥주의 기본 맥아로 사용한다. 김제와 고창에서 공수해 온 국산 보리로 ‘우리 맥주’를 만든다고. 파머스 맥주에서 즐길 수 있는 맥주는 총
바야흐로 ‘인증샷’의 시대다.찍어야 사는 세상, 해시태그가 주렁주렁 달린 사진 대신 스탬프를 찍어 보자.지문에 잉크를 묻혀 가며 찍다 보면 기념품이 절로 따라올지니. ●지역별 스탬프투어언젠가부터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장 스마트폰부터 부여잡게 된다. 지역의 명소를 놓치지 않으려 여러 블로그를 넘나들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주변 맛집을 찾기 위해 눈과 손이 분주하다. 그러다 보면 정작 여행지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놓아 두기엔 또 불안하다. 행여 꼭 가 봐야 할 명소를 모른 채 여행이 끝나지 않을
●서산 瑞山서산 동부시장 배를 든든히 채우고 본격적인 시장투어! 서산 동부시장을 고른 이유는 충남 서북부의 최대시장이자, 어시장이 잘 형성되었다는 정보 때문이었어요. 가 보니 역시 입구부터 어시장이 있고 들어가는 내내 조개, 꽃게, 낙지 그리고 제철인 새우까지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에다가 옷가게, 분식집, 채소가게 등 없는 것이 없는 큰 시장이었죠. 우럭젓국 | 서산 동부시장에서 즐긴 서산 별미인 우럭젓국은 서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음식이래요. 우럭을 반건조시켜 새우젓과 함께 맑은 탕을 끓여서 만든 것인데 시원하고 깊은 맛이 일품
●아산 牙山 친숙한 길 ‘읍내동’오전 8시25분, 온양온천역에서 외암민속마을로 향하는 10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창을 통과하는 가을볕에 곡식의 고개뿐 아니라 사람들도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15분쯤 지났을까, 버스는 읍내동에 있는 한 친숙한 길목에 들어섰고 나는 창밖을 응시하며 깊은 사색에 잠긴다. ‘읍내동’은 할머니가 살아생전 거주했던 동네였기에 애정을 넘어 애환이 서린 장소였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버스도 정류장을 떠나듯, 먹먹해진 마음도 곧 지나리라 믿고 현실에 주어진 여행길에 집중했다. 우여곡절 끝
●공주 公州처음으로 올랐던 공산성돌로 쌓아 놓은 산성과 높게 자란 나무와 하늘이 근사한 곳이었다. 오르는 길이 그리 가파르지는 않지만 한 보 옆이 바로 낭떠러지라 주의해서 올라야 했다. 마침 앞서 가는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무섭다고 벌벌 떠는 친구를 둘러싸고 응원해 가면서 오르고 있어서 나도 그 에너지를 받아 함께 올랐다.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산성으로 웅진성으로 불리다가 고려시대부터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웅진으로 천도해 공주를 수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산성으로 중심 산성이었다. 현재 사진에 보이는 곳은 공산성의 관문 역할을 하고
‘기압골의 영향으로 주말 동안 중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고…’화창한 하늘이 무색하게 하는 내일의 기상예보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한 우리 커플의 귓가로 흘러든다. 11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와 나는 셀프웨딩촬영을 위해 서해안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몇 벌의 웨딩드레스와 소품을 준비하며 제발 날씨가 좋기만을 바라 왔는데, 이보다 더 기운 빠지는 소식이 또 있을까. “오빠, 여행 다른 날짜에 가면 안 되겠지?” 여행은 ‘떠나는 순간’이 아닌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문득 스친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
울릉도는 패키지여행의 이점이 크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맘대로, 또 손쉽게 여행하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한 부분이 많아서다. 그래도 나만의 홀가분한 자유여행을 포기하는 것도 퍽이나 아쉽다. 그래서 패키지에 자유를 줬다. ‘울릉도 패키지 자유여행’이라고 하면 될까? 도동항에서 시작해 행남등대까지 이어지는 도동 해안산책로는 화산섬의 지질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인과 부부,가족끼리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상전벽해의 울릉도비행기 날고 크루즈선 뜰 날10년쯤 지났겠구나, 망망대해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 울릉도를 보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이틀 전 시원하게 쏟아진 빗물 덕분이었을까. 산 속을 걷는 틈틈이 흐르는 물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덤.그렇게 인제는 한 발짝 먼저 내 품에 가을을 안겨줬다. 자작나무 숲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길이 마련돼 있다 ●산속 깊이 숨어있는 새하얀 숲자작나무 숲이라고 했다. 분명 ‘숲’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왜 가벼운 산책쯤 일거라 생각했었을까. 3년 전 처음 자작나무 숲을 찾았을 때 이야기다. 한여름이라 옷차림은 가벼웠고 샌들까지 신었더랬다. 2시간 이상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바닷가 도시 동해를 올랐다. 수평의 바다에서도 수직의 오른다는 말은 성립했다. 고되고 고단했지만 생기가 넘쳤던 옛 사람들의 삶에 닿았고, 신선이 노닐던 절경에 빠졌다. 논골담길과 무릉계곡 등반기다. 논골담길 담에는 옛날 이곳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았던 논골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해 논골담길 벽돌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더니…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던 마을이래서 뭣도 모른 채 기대했다. 그 정도로 부촌이었으면 마을도 제법 근사하겠구나, 그런 지레짐작. 빗나갔다. 머릿속에 단아하고 기품 있는 한옥마을을 지어 올렸지만 웬걸, 언
부산에 다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배달한 만두로 수 년을 버틴 의 오대수도, 흰여울문화마을에서 국밥을 들이키던 의 송우석도. 부산을 영화처럼 여행할 필요가 있음이 확실하다. 마침 10월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리니 완벽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요트투어.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풍경은 역동적이다 ●도심으로 녹아든 영화의 현장을 찾아서작고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포개진 초량리 산복마을이나 묵직한 철강 크레인들이 거인들처럼 솟아있는 영도를 보라. 단 한 시간만이라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국내 패키지여행을 했다. 그도 좋았지만 ‘운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여행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설레었다. 아내와 함께 한 홍천·속초·양양·인제 1박2일 패키지여행 이야기! 낙산사 홍련암 수타사는 성덕왕 7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수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생태 숲 산책길 ●두근두근 패키지 ‘함께 또 따로’1박2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관광버스는 서울역과 신길역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마지막 집결지인 잠실종합운동장역으로 온다. 손님은 많을까, 어떤 사람들일까, 가이드는 친절할까…. 국내 첫 패키지여행이어
힐튼 부산 Hilton Busan 힐튼 부산의 그랜드 오픈을 이틀 앞둔 기자간담회 현장. 아난티 코브 운영사인 에머슨퍼시픽 이만규 대표가 말하길, “우리나라 사람들이 멋진 풍경을 만나면 외국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부산 기장 지역은 외국 부럽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해 이곳에 휴양지를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럼 일단은 성공이다. 나를 포함해 힐튼 부산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리스 같다”,“발리 풀빌라 같다”, “싱가포르의 모 호텔을 빼닮았다”는 첫인상 소회를 쏟아냈다. 힐튼 부산주소: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
미국에 포틀랜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부산이 있다.푸른 바다와 하늘마저 그 시원한 맛을 거드니세계 그 어느 맥주 도시가 부럽지 않았다. ●도깨비를 마시는 시간아키투 브루잉 컴퍼니수메르 시대, 맥주의 원료인 보리를 수확하는 축제였던 ‘아키투(AKITU)’에서 이름을 따온 아키투 브루잉 컴퍼니는 2003년 양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브루어리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아키투 브루잉 컴퍼니의 대표 맥주는 단연 도깨비(Dokkaebi) 맥주.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 재래식 메주의 다양한 토종 유산균과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사워 에일(Sour Ale)
여름은 초록과 파랑 사이의 어딘가 즈음이다. 싱그러운 초록 숲 향기를 맡고 새파란 하늘 아래 카누를 타며 물레길을 휘젓고 돌아왔다. 탁하고 후덥지근한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니 여름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었다. 남이섬 송파은행길. 남이섬 산책의 묘미는 사람 키보다 몇 곱절 큰 나무들이 일렬로 이어진 길을 걷는 것 남이섬 내 하늘 자전거 춘천 낭만에 대하여 그래, 당신 말이 맞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으로 끙끙 앓던 청춘은 뜨거웠다. 그리고 청춘은 여전히 춘천에 머물러 있다. 청춘과 춘천이라는 두 단어는 마치 의도한
담양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나무라야 했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그야말로 나무의 마을이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거칠수록 나무는 짙은 그늘로 서늘했고, 그 어둑함 사이로 서걱서걱 청량한 노래가 흘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름이면 푸른 터널로 여행객들을 보듬는다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메타세쿼이아 길푸른 터널 속으로담양하면 당연히 죽, 대나무다. 아니 그랬었다. 담양의 상징으로서 대나무가 누린 독보적 명성에 메타세쿼이아가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담양 메
서해안 중간 어딘가에 자리한 그곳.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대신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매력이 가득해 더 정겨운 곳. 한 발자국 내딛으며 일상에서의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동네, 홍성에 다녀왔다. 갯벌과 바다, 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남당항 1 오후에는 배가 정박해 있다 2 새조개와 대하를 상징하는 조각물 3 봄철에는 바지락과 쭈꾸미를 넣은 해물 칼국수가 일품이다 수수한 매력과 맛에 취하다한적한 홍성에 들어섰다. 홍성역에서 출발한 지 30분 만에 도착한 곳은 남당항. 조금 이른 도착이었는지 남당항에 늘어선
당연하다고 방심하진 마임실에 치즈라. 반전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 임실에는 그 이상의 이야기와 재미가 있었으니. 터덜터덜. 임실 치즈마을로 향하는 수단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니었다. 푸른 논밭을 가로지르는 경운기다. 눈치 챘을까. 반전이 없다 했지만 반전이 있는 게 임실의 반전이란 사실을. 산과 나무와 지붕이 서로 맞닿아 있는 필봉문화촌의 취락원 장담한다. 임실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 ‘지정환’ 신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는 1966년,
●타임머신을 탄 오후 시간에는 힘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도 꼭 이만 한 슈퍼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어김없이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는데, 있는지도 몰랐던 그 기억들이 여기서야 문득 떠오른 것이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오후였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는 구수하고 정겹다. 지나치는 벽화마저도 초원사진관에는 정원과 다림의 사랑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향수가 담겼다 전라북도, 군산 근대역사거리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을 한편에 자리한 초원사진관도 20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