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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부터 요트 투어까지, 신안 섬 여행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3.06.29 06:05
  • 수정 2023.06.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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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천사대교 개통 이후, 신안의 많은 섬들이 육로로 연결됐다. 접근성이 좋아지니 관광객 수가 늘었고, 코로나를 겪으며 관광 인프라는 더욱 단단해졌다.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 옆으로는 독살이 설치되어 있다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 옆으로는 독살이 설치되어 있다

●섬과 섬이 이어지는 까닭

국제법상 섬은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다. 그 때문에 육지와의 사이에 다리가 놓여 차량으로 드나들 수 있다고 해도 섬의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 다리 아래로 섬에 닿는 부분은 여전히 바다이기 때문이다.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기존의 압해도는 물론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신안의 수많은 섬들이 육로로 연결됐다. 여전히 섬 지역이지만, 접근이 쉬워지니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지역의 관광 인프라는 더욱 단단해지는 기회가 됐다. 

할미도 해송 숲길을 지나면 바다 풍경을 펼쳐 둔 전망대가 나타난다
할미도 해송 숲길을 지나면 바다 풍경을 펼쳐 둔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중 자은도의 관광 인프라는 유독 두텁다. 자은도는 모래가 많기로 유명한 섬이다. 굴곡이 잦은 동쪽 해안을 제외하고, 섬과 바다의 경계는 줄줄이 모래밭이다. 그러다 보니 해수욕장도 무려 9개나 된다. 둔장해변은 섬의 가장 북쪽에 있다. 2019년, 둔장해변의 우측 끝 지점에서 구리도와 할미도를 잇는 ‘무한의 다리’가 개통됐다. 단순한 목교가 아닌 ‘섬과 섬의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이라는 뜻을 담은 작품이다. 남양성모성지와 삼성미술관 리움을 설계했던 거장 마리오 보타 그리고 최근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에서 11m 높이의 조형물 ‘무한기둥-성장’을 설치해 주목을 받았던 건축가 박은선이 작업했다. 다리의 길이는 1,004m, 신안군의 섬 개수와 숫자가 일치한다. 

무한의 다리는 신안의 섬과 그 속에서 살아 온 주민의 삶을 상징한다
무한의 다리는 신안의 섬과 그 속에서 살아 온 주민의 삶을 상징한다

무한의 다리가 놓인 곳은 둔장해변에서 유독 갯벌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썰물 때가 되어 물이 빠지면 다리의 방향과 일치한 노두가 드러난다. 주민들은 이곳에 독살을 설치해 고기를 잡았고 낙지와 바지락, 백합 등을 채취했다. ‘섬과 섬의 연속성’에는 주민들의 오랜 삶도 깊게 배어 있음을 의미한다.

할미도는 다리가 멈춰 서는 지점에서 만나는 덤과 같은 섬이다. 구리도가 작은 바위 섬에 불과하다면 할미도는 제법 섬의 면모가 엿보인다. 해송과 신우대가 빼곡히 솟은 청정 무인도는 부화기를 맞은 백로의 서식지요, 오붓한 숲길과 두 개의 전망대를 갖춘 힐링 스폿이다.

여름이 되면, 둔장해변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갯벌 체험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호미를 포함한 채취 장비를 대여해 갯벌로 뛰어든다. 백합 캐기, 삼강망, 후리그물, 독살을 이용한 고기잡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면 소득도 쏠쏠하다.

50여 년 전 세워진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둔장마을미술관
50여 년 전 세워진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둔장마을미술관

옛 마을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둔장마을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는 스폿이다. 1970년대에 주민들의 힘으로 세워진 마을회관은 한동안 방치됐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은 미술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새 모습을 찾았다. 건물과 정원은 담백하지만 감각적이어서 사진 찍기에 좋다. 유명작가의 작품은 아니더라도, 전시된 작품들에는 섬 고유의 정서가 듬뿍 담겨 있다. 소소한 애틋함을 느껴 보고 싶다면 지나는 길에 꼭 들러 보자.

 

●신안이 자랑하는 뮤지엄 스쿼드

신안군은 1도(島) 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미 완공되어 문화, 예술, 관광 콘텐츠로 활용되는 14개의 시설 외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해도 10개에 달한다. 자은도는 신안의 섬 중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섬이다. 넉넉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이미 1004섬 수석미술관, 세계조개박물관, 둔장마을미술관, 신안자생식물연구센터가 설립되었고 인피니또뮤지엄과 섬생활사박물관이 생겨날 예정이다.

자은도 양산바닷가에 자리한 1004섬 수석미술관
자은도 양산바닷가에 자리한 1004섬 수석미술관

1004섬 수석미술관은 자은도에서 오붓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양산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은 전시실과 정원으로 나뉜다. 탐방객이 전시실로 들어서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바로 수석 정원의 기막힌 조경 때문이다. 자연석은 산으로 솟고 계곡이 되어 꽃과 나무를 돋보이게 한다. 분명 조성된 것인데도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정원은 전통 정원의 독보적 장인 강희원 부림수석관광농원 원장의 솜씨다.

1004섬 수석미술관의 주요 작품은 원수칠 관장이 기증한 것들이다
1004섬 수석미술관의 주요 작품은 원수칠 관장이 기증한 것들이다

1004섬 수석미술관의 전시실은 수석 권위자인 동인(東人) 원수칠 관장이 기증한 수석 1004점을 중심으로 교차 전시되고 있다. 좌대와 어우러져 비로소 한 점의 작품으로 탄생한 수석에는 삼라만상이 고루 담겨 있다. 기이한 형상과 오묘한 색감으로 탐방객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체험용 앱을 통하면 현실감과 신비감이 동시에 상승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형상과 문양에서 스토리텔링이 솟아나고 수석 한 점에도 인생이 녹아 있음을 알게 된다.

수석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권성옥 문화관광해설사
수석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권성옥 문화관광해설사
1004섬 수석미술관을 검색한 후 체험용 앱을 받으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
1004섬 수석미술관을 검색한 후 체험용 앱을 받으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

1004섬 수석미술관이 연륜과 인격을 대상으로 한다면 세계조개박물관은 호기심 많은 아이가 신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소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3,000여 종 1만1,000여 점이나 되는 조개, 고둥류에 입이 벌어진다. 고둥과 조개류의 생태는 갯벌환경의 지표로 알려져 있다. 신안군은 청정 다도해의 이미지 향상과 갯벌 자원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박물관을 설립했다. 이곳에 전시된 조개, 고둥류는 임양수 관장이 과거 원양어선을 타고 40여 년간 해양을 누비며 수집한 것들이다. 박물관을 돌아보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관람이 끝날 무렵에는 경제활동과 종교의 도구, 때론 악기와 염료 그리고 예술품으로 사용된 조개류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수석미술관 정원
수석미술관 정원
대형 수석들이 산과 계곡으로 연출된 1004섬 수석미술관 정원 
대형 수석들이 산과 계곡으로 연출된 1004섬 수석미술관 정원 

양산해변의 1004뮤지엄파크는 수석미술관과 조개박물관을 포함한다. 그 외에도 신안자생식물연구센터 & 전시관, 새우란전시관, 뮤지엄비치캠프, 신안자연휴양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1만1,000점의 패류가 전시되어 있는 세계조개박물관
1만1,000점의 패류가 전시되어 있는 세계조개박물관
크고 작은 소라 조형물이 놓여 있는 1004 뮤지엄파크 해변 백사장
크고 작은 소라 조형물이 놓여 있는 1004 뮤지엄파크 해변 백사장

●진격의 선셋 1004 요트 투어

암태도 오도항은 위로는 자은도, 아래로는 팔금도, 안좌도로 이어지는 큰 섬 군락의 관문과 같은 곳이었다. 압해도 송공항에서 여객선으로 30분 정도면 입도가 가능했지만, 불편함은 섬의 숙명과 같았다. 2019년, 신안이 염원하던 천사대교가 드디어 개통됐다. 다리를 건너 차량으로 쉽게 오갈 수 있게 되자 오도항의 역할도 막을 내렸다. 선착장은 비어 버린 공간으로 한동안 방치됐고 3년간 지속됐던 코로나도 쓸쓸함을 거들었다. 

해상 투어를 위해 손님을 기다리는 쌍동형 55피트급 요트
해상 투어를 위해 손님을 기다리는 쌍동형 55피트급 요트

그러던 오도항이 최근 다시금 북적이기 시작했다. 천사대교 전망대가 포토존으로 유명해지고 1004 요트 투어가 각광을 받으면서다. 특히 요트 투어는 신안군의 해상관광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오도항을 출발, 암태 박달산 앞바다의 암치도를 돌아오는 1시간 코스에는 안전하기로 유명한 쌍동형 55피트급 요트가 투입된다. 승객들은 갑판에 나와 인증숏을 찍거나 해먹에 걸터앉아 아찔함을 즐긴다. 감성 돋는 바다 풍경과 시원한 바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천사대교의 모습에 빠지면 1시간은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후다닥 지나간다. 참고로, 요투 투어를 운영하는 1004섬 요트관광 주식회사의 임규복 대표는 국가대표 요트 선수를 지냈다. 20여 년간 제주 중문과 김녕 그리고 거제에서 요트 투어를 운영해 온 ‘찐 요트 전문가’다. 그의 투어는 믿고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임 대표는 요트 투어에 40피트 한 척과 65피트 두 척을 더 투입해 본격적인 신안의 해상관광을 열어 갈 예정이라고. 

요트 투어는 오도항을 출발해 천사대교를 지나 암치도를 돌아오는 1시간 코스다
요트 투어는 오도항을 출발해 천사대교를 지나 암치도를 돌아오는 1시간 코스다

하얀 요트와 파란 바다의 어우러짐도 아름답지만, 투어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선셋이다. 섬 하늘 너머 저무는 와인빛 노을은 축복과 같다. 선사 측에서 계절에 맞게 선셋 투어의 시간을 조정해 일몰에 다가서기 때문에 축복을 즐길 확률은 아주 높다. 

갑판에서 진격의 선셋 1004 요트 투어 맞이하는 일몰은 요트 투어 최고의 묘미다
갑판에서 진격의 선셋 1004 요트 투어 맞이하는 일몰은 요트 투어 최고의 묘미다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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