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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이식된 두짓 타니의 식스센스

  • Editor. 천소현
  • 입력 2023.11.29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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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두짓 타니가 일본에 최초로 진출했다. 그 첫 도시는 천년의 고도(古都), 교토다. 태국의 호스피탈리티 정신이 일본의 오모테나시와 만나서 더욱더 정교해졌다는 걸, 육감으로 깨달았다. 

●태국 한 방울, 일본 한 스푼

내가 가장 자주 여행하는 나라는 일본,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나라는 태국이다. 전자는 나의 여권에 찍힌 도장의 개수가 증명하는 바이고, 후자는 내가 오래전 방콕 가이드북의 저자라는 설명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 두 조건의 완벽한 조합을 교토에서 만났다. 태국의 국민성이라고 불리는 호스피탈리티 문화는 호텔 비즈니스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데, 두짓 타니(Dusit Thani)가 그 환대의 정신을 고스란히 일본 교토의 한복판에 이식한 것이다. 두짓 타니의 첫 일본 호텔인 두짓 타니 교토(Dusit Thani Kyoto)가 2023년 9월에 교토의 혼간지 몬젠마치 지역에 문을 열었다. 교토역에서 불과 850m 거리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난 두짓 타니 호텔 & 리조트 그룹에게도 일본 진출은 까다로운 도전이었다. 태국과 일본 사이 어디쯤, 이국적이면서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태국의 풍미를 지닌 채 일본에 스며들기 위해 두짓 타니가 찾아낸 황금비율은 태국 한 방울, 일본 한 스푼이다. 

●두짓 타니가 초대하는
6개의 감각, 24개의 계절

어떤 호텔은 도시에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들여놓는다. 일본식 태국 퓨전을 표방하는 두짓 타니 교토가 그랬다. 4층에 걸쳐 147개의 객실을 갖춘 럭셔리 호텔이지만 외관은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이웃 주택가와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두짓숍

호텔의 인테리어는 일본의 고도 교토와 태국 고대 수도인 아유타야 양쪽에서 고루 영감을 얻었는데, 로비의 ‘두짓숍’이 그 합수점이다. 다다미가 깔린 티 살롱에서 즐기는 일본식 다도와 공연, 교토 한복판이라 더 특별한 태국 정통 마사지, 인스타그래머들이 이미 ‘픽’한 수영장 등 두짓 타니 교토가 준비한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체험이다.

객실 창문을 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아이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녹차를 마시다가 식당으로 내려가면 태국 향신료가 허기를 돋운다. 중정 형식의 일본 정원은 아침, 저녁으로 다른 풍경을 지어낸다. 바라보면 일본이지만 돌아서면 태국이고, 맛은 일본이지만, 향기는 태국이다. 머물다 보면 결국 두짓 타니 교토만의 세계가 열린다. 

코요

식문화 경험은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이다. 두짓 타니 교토의 세계는 어떤 맛일까? 시작은 라이브였다. 딱 10여 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테판야키 레스토랑 코요 (Kōyō, 紅葉)는 달궈진 그릴 위에서 능숙하게 익혀 내는 테판야키 셰프의 공연장이다. 사실 매우 고가의 코스 요리지만, 살아 있는 로브스터와 마블링의 결을 헤아릴 수 없는 스테이크, 트러플 풍미 가득한 디저트까지 고급스러운 식재료와 정성을 생각하니 결국 충분한 값을 치르지 못한 느낌이다.

코요
코요

일본의 고대 달력에는 24개의 계절이 존재하는데, 코요는 이 모든 계절을 식탁에서 구연해 냈다. 간사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가장 신선한 제철 식재료가 하나하나 모두 새로운 계절이다. 일본어로 코요(홍엽, 단풍)는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코요의 메뉴도 달라진다.

아야타나
아야타나
아야타나
아야타나

요리가 ‘저니(Journey)’가 되는 경험도 색달랐다. 태국 출신의 유명 셰프 보 송비사바(Bo Songvisava)와 딜런 존스(Dylan Jones)가 함께 하는 레스토랑 아야타나(Ayatana), 태국과 일본의 맛을 결합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이름하여 ‘아야타나 저니(Ayatana Journey)’. 테이블까지 걸어가는 여정은 향나무 부채를 들고 일본식 정원 걷기, 허브 워터로 손을 씻고 식욕을 돋우는 음료과 식전 요리를 맛보기 등으로 육감을 천천히 깨우는 여행이었다. 드디어 착석한 테이블을 하나씩 채우는 것은 태국의 전통 요리와 일본의 사찰요리인 쇼진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퓨전 메뉴들이다. 모든 과정이 정갈하면서도 우아하고, 푸짐했다. 

아야타나

6개의 감각, 24개의 계절을 보게 된 체험의 중심에는 태국의 국민 정서로 인정받는 호스피탈리티와 일본의 환대문화인 ‘오모테나시(진심을 담은 극진한 대접)’의 결합이 있다. 코로나 이후 오픈하는 많은 호텔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때, 두짓타니 도쿄는 하나의 모범답안으로 참고해도 좋을 장점을 지녔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강력한 환대. 일본을 기대했다면 태국을 만날 것이고, 태국을 기대했다면 일본을 보게 된다. 결국 이곳은 두짓 타니(Dusit Thani), 이름의 뜻 그대로 또 하나의 ‘천국의 마을’이다. 


●두짓타니의 캐주얼한 얼굴
아사이 교토 시조 Asai Kyoto Shijo

사실 두짓 타니의 이름으로 교토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아사이 교토 시조(Asai Kyoto Shijo)다. 아사이는 두짓 타니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자들을 겨냥한 활기찬 분위기의 호텔이다.

2023년 6월 오픈한 아사이 교토 시조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여행자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을 탄 상태다. 피트니스 등 부대시설은 과감히 생략했고, 114개의 객실은 컴팩트하지만 고급 침대, 강력한 샤워 시설로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호텔 로비는 마치 코워킹 스페이스의 라운지처럼 업무, 휴식, 놀이가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다. 위스키와 사케가 동등한 바, 태국 카레 향을 풍기는 레스토랑, 망고 찹쌀밥과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체크인은 셀프로, 굿즈 판매는 기본, 어메니티 역시 필요한 만큼 직접 리필해 가면 된다. 시조-가라스마(Shijo-Karasuma) 지역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으며 니시키 시장과도 가깝다. 


▶INTERVIEW
지속가능한 두 세계의 결합을 꿈꿉니다
마코도 야마시타 Mr. Makoto Yamashita 
두짓 타니 교토 총지배인·아사이 교토 시조 총지배인

2023년 1월1일부로 두짓 호텔 & 리조트 그룹에 합류하면서, 두짓 타니의 첫 일본 진출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맡았다. 아사이 교토 시조는 6월에, 두짓 타니 교토는 9월에 오픈했다. 태국 문화가 느껴지면서 일본 고객들에게 너무 이질적이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호텔 곳곳에 보면 태국 정통을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와 일본의 전통 문양들이 섞여 있다. 보이는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사실 호텔 경영을 지탱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원칙의 기둥이다.

두짓 타니 교토에서는 ‘No Carbon, No Plastic’ 원칙을 위해 객실에 비치된 물도 플라스틱병에 담지 않았고, 태국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멀리서 식재료를 수입하는 대신 근교인 오하라시 농장에서 수확한 식재료와 와즈카 정에서 재배한 녹차를 사용하고 있다.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면서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TRAVEL SPOT

교토의 가을이 이끄는 곳
동·서 혼간지와 청수사 

일본의 수도가 도쿄로 정해지기 이전 8세기에서 19세기까지 교토는 1,000년이 넘는 동안 수도 역할을 해 온 고도다. 전쟁의 피해가 비교적 적어서 곳곳에 일본 전통 양식의 사원과 절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찰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일본에 불교를 전래한 것은 538년 백제 성왕 때의 승려들이다. 

니시혼간지
니시혼간지

두짓 타니 교토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의 혼간지파의 총본산인 히가시혼간지(동본원사, 東本願寺)와 니시혼간지(서본원사, 西本願寺) 사이에 위치해 있다. 양쪽 모두 호텔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다. 웅장한 목조건물의 위용, 경건한 예불 모습, 국보와 문화재, 경내의 노거수 등을 보는 것으로 반나절 시간을 보내도 좋은 곳이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
기요미즈데라(淸水寺)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찰 중 한 곳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33관음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사찰로 올라가는 골목인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역시 손꼽는 명소인데, 걷는 내내 이어지는 흥미로운 상점가, 찍으면 인생숏이 되는 일본의 옛 골목 풍경, 특히 벚꽃과 단풍이 아름답기도 유명한 기요미즈데라 테라스가 끌어모으는 것은 어마어마한 인파다. 인내심과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자비롭게 임할 것. 

 

글 천소현, 사진 제공 두짓 타니 교토,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두짓 타니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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