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산도 곱게 색을 차려 입은 때.각기 다른 색색의 전라도 브루어리들을 탐방했다. ●고창우리 보리의 맛파머스 맥주 ‘국산’ 보리로 만든 맥주라니? 맥주를 잘 아는 이라면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일 것이다. 주로 맥주 양조에 쓰이는 ‘두줄보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의미가 있다. 2013년 6월 전북 고창에 설립된 파머스 맥주(구 GDC 브루어리)는 국내에서 생산한 보리를 맥주의 기본 맥아로 사용한다. 김제와 고창에서 공수해 온 국산 보리로 ‘우리 맥주’를 만든다고. 파머스 맥주에서 즐길 수 있는 맥주는 총
담양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나무라야 했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그야말로 나무의 마을이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거칠수록 나무는 짙은 그늘로 서늘했고, 그 어둑함 사이로 서걱서걱 청량한 노래가 흘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름이면 푸른 터널로 여행객들을 보듬는다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메타세쿼이아 길푸른 터널 속으로담양하면 당연히 죽, 대나무다. 아니 그랬었다. 담양의 상징으로서 대나무가 누린 독보적 명성에 메타세쿼이아가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담양 메
길은 타임머신처럼, 정약용 선생이 유배 길을 걷던 조선 후기의 강진으로 데려다 주었다.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란 별명을 지닌 만덕산. 그 안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남도유배길이 있다. 남도유배길의 4개 코스는 각각 13km가 넘는 길이다. 하나를 완주하는 데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므로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남도유배길의 ‘맛보기’이자 핵심 코스는 2코스의 다산오솔길 중 다산초당-백련사 구간이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오솔길은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백림으로 유명하다.
섬 하나 둘 셋 ‘섬’에는 영적인 기운이 있나 보다. 섬이라는 한 글자에서 느껴지는 단절감은 신비롭고 미묘하다. 외롭지만 외롭고 싶을 때, 스스로 고립되기 위해 세 섬을 찾았다. 봄날이었다. 여수 오동도에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른 봄부터 새빨간 동백꽃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3월, 거금도 거금 생태 숲에서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밖에 수많은 희귀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여수 케이블카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사이 해상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오동도까지 도달한다. 오동도는 0.12㎢ 크기의 작은 섬이다 ●그리운 꽃섬, 오동도
말해서 무엇 하랴. 어지러운 시절이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차마 쉽게 믿을 수 없고, 들어보면, 그러나 믿지 않을 도리도 없다. 온통 엉망이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한참 동안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을 보다가, 카톡으로 시국을 이야기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짐을 꾸렸다. 여행이 치유이고 처방이라면, 내가 가장 시급한 환자였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서 달래 줘야 하는가. 나는 순한 것들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곳. 목적지는 순천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다섯 개의 순順과 만났다. ●첫 번째 만남 순천(順天)의 순
동백여행사 [맛따라 멋따라 호남 맛기행]별미가 나를 부르네꽉 채운 전라도의 맛 여행이 곧 ‘맛있는 음식’으로 귀결되는 그야말로 먹방의 시대다. 예로부터 미식이라 하면 전라도가 아니던가. 전라도 장흥과 강진, 고창을 따라 대표 별미를 찾아가는 ‘맛따라 멋따라’여행으로 안내한다. ●이런 삼합은 처음이야, 장흥삼합일반적으로 삼합이라 하면 홍어와 돼지수육, 김치를 곁들여 먹는 홍어삼합을 떠올리지만, 장흥에서는 장흥만의 방식이 있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다. 이런 오묘한 조합이 어떻게 등장했나 보니, 지역의 특산물을 조합한
봄엔 어디나 좋고, 여름엔 바다와 그늘이 좋고, 가을과 겨울엔 여수가 좋다고. 누군가 요즘의 여행을 물으면 나는 그렇게 답한다. 어느 날 일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아니 다른 일상들로 현재의 일상을 가만히 위로해 주고 싶을 때, 그런 날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여수가 당신으로부터 멀지 않고, 그곳에 닿으면 모든 게 부드러워진다고. 여수 해양레일바이크. 낮의 바다는 섬과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롭고 밤의 바다는 사랑과 약속의 대화들과 노래로 가득하다 여수 아쿠아플라넷. 흰고래가 부웅 하며 사람들 가까이 다가와서 찰칵 사진 속에 담긴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지난 5월 데뷔 앨범을 낸 가수 곽진언의 노래 ‘나랑 갈래’의 한 소절이다. 다시 못 돌아오나 싶을 정도로 먼 곳에 다녀왔다.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에서도 40km를 더 들어가야겨우 그 모습을 보이는, 완도였다. 정도리 구계등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기 좋은 곳이었다 몽돌 가득한 정도리 구계동의 청량한 바다 호남평야의 드넓은 곡창지대를 따라 버스는 끝없이 남쪽으로 향했다. 서울을 빠져나온 지 5시간 만에 도착한 해남 남창휴게소. 남도의 정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니,
타임머신처럼 버스는 근대의 아픔이 서린 1930년대의 목포로, 정약용 선생이 유배 길을 걷던 조선 후기의 강진으로 데려다 주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지는 다순구미●목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전남 목포 온금동溫錦洞의 옛 이름은 ‘다순구미’다. 따사롭다는 뜻의 사투리인 ‘다순’과 몽골어로 후미진 곳을 뜻하는 ‘구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통영의 동피랑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닮은 듯하지만, 관광지화되어 버린 두 마을에선 찾기 힘든 포근함과 한적함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내화공장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7
더 이상 예술을 떼어놓고 광주를 말할 수 없다. 거리 곳곳에서 조명 받는 광주 폴리나 양림동, 충장로를 제외하고 광주를 논하자니 섭섭하지만 분명 가치는 있었다.광주에서 새롭거나 흔하지 않은 것들만 만나고 왔다. 의재미술관.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의재미술관 건너편 춘설원에서는 춘설빵과 함께 차를 판매한다 동명동에서 24년째 맛을 이어가고 있는 황톳길. 대표 메뉴는 도토리묵잡채다 최근 동명동에서 가장 핫하다는 밥집 ‘동명관’. 요리가 전반적으로 정갈하다 광주시립미술관에 들어선 다담. 본점은 동명동에 있다 ●상처
풍문으로 들었다. 예전의 광주가 아니란다. 예향이라는 감투를 넘어 도시 자체가 예술을 입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젊은 작가들이 모이고 자연스레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길도 새로 닦였다. 4월부터는 직통 열차를 타면 1시간 33분이면 갈 수 있다. 광주를 가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광주를 다시 봤다. 몰라서 못 본 광주가 있었다. 내친김에 담양도 찍고 왔다.근대의 재발견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유독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가 가까워진다. 점심 먹고 출발해도 일을 보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늦은 감은 있
해가 가면 갈수록 짧게만 느껴지던 야속한 가을이 올해는 이른 추석을 보낸 뒤라서 한결 여유롭다. 산으로 가끄나, 바다로 가끄나. 욕심을 부리니 그 가을의 길목에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허 참, 괜한 고민을 했다. 기차에 몸을 실으니 남도산해南都山海가 이리도 가차운데. 무등산 정상부 서석대 주상절리 머리 위에서 내려다본 광주광역시 산山 광주 무등산 + 담양 소쇄원 해海 여수 좌수영 + 해남 우수영 KTX 무등산 비경 탐방용산역-광주송정역 구간 KTX 기차와 전용 차량을 이용하여 첫날 무등산 국립공원의 천연기념물 주상절리대 코스를, 이튿
TREKKING SEASIDE바다를 곁에 두고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경남 통영과 전남 진도였다. 막 겨울잠을 깬 바다가 몸을 뒤척이고 발갛게 수줍은 동백이 한창인, 걷는 즐거움이 각별했던 이른 봄의 산책. 진도접도웰빙등산로의 마지막 지점 야생화 만발한 섬 속의 섬 진도 접도웰빙등산로 진도의 남쪽 끝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접도接島다. 본섬인 진도에 접해 있다 해서 접도라 부르는데 접섬, 접배도, 금갑도로도 불린다. 조선시대 유배지로 섬 속의 섬이었던 이곳이 요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은 ‘웰빙등산로’ 때문이다. 웰빙등산로는 해발
목포의 오미五味로 꼽히는 낙지, 홍어, 갈치, 민어, 꽃게는 성질과 맛이 다른 식재료다. 하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 맛을 아우르는 하나의 표현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개미’다. *개미란 ‘씹을수록 고소한 맛’, ‘야릇하고 곰삭은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게미’ 혹은 ‘계미’라고도 한다. 한옥게스트하우스 ‘목포 1935’의 본관인 춘화당의 처마 끝과 살롱 ‘봄’의 현관일제도 탐낸 개미 목포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맛의 집산지라고 불리게 된 명성의 이면에는 쓰린 역사가 있다. 1897년 자주 개항 이후 목포는 흑산도,
물안개 자욱한 섬진강 풍경 섬진강 물길 따라 곡성 식후경食後景코끝을 스치는 풋내, 맛인지 향인지 모를 싫지 않은 비릿함.그 종잡을 수 없는 맛의 정체는 도도한 강줄기에서 찾아야 했다.전남 곡성을 감싸며 흐르는 섬진강으로의 맛 기행. 물안개 자욱한 강가를 걷다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이 ‘화근’이었다. 번쩍 눈이 떠진 시각은 한밤중이라 해도 좋을 새벽녘. 달아나 버린 잠을 다시 청하기보다는 먼 여정을 서두르기로 했다. 깜깜한 밤길을 달려 전남 곡성 부근에 이르렀을 때, 처음 여행자를 반긴 것은 공교롭게도 안개였다. 자욱한 물안개는
광주는 상징의 도시다. 쉽게 말하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면의 이면, 혹은 이면의 측면이 중요한 도시다. 그 여행을 위해 우리가 지금 돌아야 할 모서리는 양림동이다. 볼수록 눈이 부신 찬란한 모서리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트주 정헌기 대표와 광주 관광컨벤션뷰로의 최지선씨 유수만 선교사 사택의 붉은 벽돌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양림동 풍경 photos by 정헌기 광주의 속살 만지기이제껏 광주 양림동은 기독교 역사 유적지로만 알려져 왔다. 선교사묘원, 호남신학대학교, 기독간호대학, 수피아여자
빛고을 광주의 또 다른 이면은 맛고을이다.광주 사람들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대표 맛집들.소문난 집엔 이유가 있었다. 의재미술관 맞은편 춘설헌 아래 찻집.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은 직접 차나무를 키울 만큼 차를 즐겼다 광주에는 오미五味가 있다질문은 간단했다. 광주 전통 음식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대답을 듣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예로부터 식재료가 풍부해서 특정 음식에 기호가 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 대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전통은 모르겄고, 광주에는 오미가 있지요잉.” 140만 광주 사람들을 포함하여 아는 사람
대숲 안에 있으면 바람이 들고 날 때 “소쇄, 소쇄”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좋더니 소쇄원에 가니까 또 대숲이다. 그런데 소쇄원은 대숲 밖에서도 그 소리가 난다. 조선시대 사람 양산보는 왜 이런 곳에 터를 잡고 “소쇄, 소쇄” 했을까! 설렁설렁 걷는 대숲길서울에서 담양까지 네 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침 먹고 차를 탔는데 내려서 바로 또 뭘 먹어야 한다. 일 없이 밥만 먹는 것 같다. 죽녹원 가기 전 관방제림 국수거리에서 멸치국물국수와 비빔국수 두 그릇을 시키고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 돌다리를 건너 죽녹원으로 향했다.이정도 대숲이라
광주는 아팠던 손가락 같은 곳이다.다 아물었지만 가끔은 다시 밴드를붙여 주고 싶은 그런 곳이다.대한민국 어디에 이런 마음이 드는 도시가 또 있을까.지금 광주에 처방된 묘약은 예술이다. 대인예술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아줌마 벽화. 주인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광주 대인예술시장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대인시장은 광주터미널이 이전하기 전까지 부자상인들이 많은 큰 시장이었지만 광주의 중심상권이 서구 상무지구로 옮겨지면서 쇠락하여 철거 위기까지 갔었다. 2008년부터 예술가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예술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찾아오는 발길이
오래된 철길은 굽이굽이 굴곡이 많고 속도도 느려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이제 사람들은 그 느린 속도와 평화로운 풍경을 먼저 찾아 나선다.경전선을 타고 전라도 광주에서 경상도 부산까지, 남쪽 고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S-트레인에 올랐다. 호남과 영남을 왕복하는 S-트레인의 모습. 즐길거리가 많은 남도를 차근차근,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경전선의 새로운 발견우리나라 남도의 끝과 끝을 이으면 경전선의 길이 된다.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한때 수많은 사람을 실어 날랐지만 점점 그 이용률이 떨어져 중간의 수많은 역들이 사라졌고 운행일정도 느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