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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촬영지를 찾아서⑦순천-에덴의 동쪽,한없이 치열했던 우리 삶의 현장"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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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드라마세트장 입구.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잔재가 남아있던 세트장은 어느새 시커먼 석탄재 나부끼는 강원도 탄광촌으로 변한 뒤다

에덴의  동쪽
한없이 치열했던 우리 삶의 현장

서울에서 기차로 꼬박 5시간. 순천행 노선에는 그 흔한 KTX 하나 다니질 않는다. 아직도 으뜸으로 치는 새마을열차를 타고 선로 위에 몸을 싣자니 그야말로 남도의 구성진 풍경이 연달아 흐르고, 아득한 이동 거리는 과거로 떠나기 딱 그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지난하고 피곤했던 60~70년대 우리 근 현대사를 담은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찾아가는 길. 화제의 세트장을 고스란히 품은 순천 여행은 그처럼 다소 긴 호흡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취재협조   www.visitkorea.or.kr
스틸제공 imbc

"동철아, 진짜로 용감한 사나이는 저런 태백산을 가슴에 품을 수 있어야 해. 사람의 어깨라는 건 뭔가를 지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세상도 지고, 가족도 지는 거지."


순천드라마세트장
고스란히  남은 작품의 온기

순천드라마세트장은 오래전부터 드라마 <사랑과 야망>, 영화 <님은 먼 곳에> <마파도 2> 등의 시대극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라남도의 푸근한 이미지와 따뜻한 기후, 거기에  4만여 평방미터에 이르는 넓은 부지가 더해진 그야말로 최적의 촬영 조건을 자랑한다.  

그간의 ‘드라마·영화 촬영지 시리즈’와 비교했을때, <에덴의 동쪽>은 유일한 현재 진행형 작이다. 해서 취재를 떠난 무렵은 아직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가 한창이었다. 김범, 진지희 등의 눈물 어린 연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던 8월 말, 그렇게 순천드라마세트장에 도착했다. 촬영이 없던 날이라 아쉬움은 컸지만, 구석구석에선 강원도 탄광촌 ‘황지마을’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고 있었다. 세트장 안쪽으로 마감을 손보는 스텝들의 분주한 몸놀림. 그들 사이를 비집고 저 아득한 ‘에덴의 동산’으로 쉬엄쉬엄 올라본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원작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으로부터 기인한다. 미국의 유명 작가 존 스타인벡의 장편소설로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 계곡을 무대로 해밀턴 일가와 트라스크 일가의 몇 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 신태환(조민기 役)과 이기철(이종원 役) 집안의 대립은 바로 이 같은 플롯에서 따왔다. 제목에서처럼 ‘에덴’이 칭하는 것은 과연 무얼까. 이는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고 ‘에덴의 동쪽 노드 땅’으로 도피했다는 구약성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바로 인간의 근원적 도피처이자 낙원을 상징한다. 동명의 작품으로는 비운의 청춘스타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에덴의 동쪽>이 있다. 

소설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만큼,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30억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류스타 송승헌을 비롯, 연정훈, 이다해, 이연희, 한지혜, 이미숙, 조민기, 유동근 등 그야말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표방하는 초호화 캐스팅이 흥행 에너지를 발산한다. 악연으로 엮인 두 집안의 증오와 연민, 복수와 야망에 대한 이야기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하게 전개될 예정. 항간에서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평이 있지만, 인물들의 열연과 빠른 극 전개는 방영 초반부터 마니아층을 양산하기 충분했다.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만큼 순천세트장은 방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여행이 된다.


1 누군가 살고 있을 듯 생생하게 재현된 세트장 내부 2 세트장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실개천이 흐르는 냇가와 낡은 다리와 만난다 3, 4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네 문구점과 자전거 5 주인 없는 오래된 이발소 6 골목골목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섬세하게 조성된 세트장


세트장 입구에 들어서면 ‘황지탄광촌’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머리 위로 작은 선로가 나 있고, 그 아래 까만 석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세트장은 순천에 지어졌지만, 기실 드라마는 강원도 삼척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서걱거리는 석탄가루를 재차 밟으며 치열하고 뜨거운 애증의 가족사, 60~70년대 지난했던 우리네 근현대사로 떠난다.

순천드라마세트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입구에 마련된 ‘황지탄광촌’, 안쪽으로 형성된 ‘읍내 풍경’, 그리고 멀리 언덕에 자리한 ‘봉천동 달동네’가 그것이다. 4회까지의 장면은 모두 순천에서 촬영되었다. 리어카를 밀며 가난과 싸우던 억척어멈 춘희(이미숙役), 그녀의 두 아들 동철(송승헌役)과 동욱(연정훈役)의 모습이 어딘가 남아있는 듯하다. 세트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새 나오는데, 공간 자체에 과거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까닭이다. 이발소에는 미용 기구에서부터 가발 하나하나까지 진열되고, 문방구 가판대에는 눈깔사탕과 불량식품이 한 가득 널려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막에서는 팔다 남은 동동주가 달달한 향을 피우고, 강원도 탄광마을의 살을 에는 듯한 한파를 묘사하기 위해 처마마다 인공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지금 당장 누군가 살아도 될 법한 옛날 마을, 그 시절의 풍경에 왠지 코끝이 얼얼해 온다.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자촌 골목을 걷다 보면 그야말로 과거로의 타임머신 여행은 극에 달한다.  

4회 이후,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면서 세트장은 경남 합천으로 이동했는데, 60~70년대 극의 주요 배경이 될 서울 소공동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는 평을 얻는다. 흥신소와 정형외과, 다방, 신문사, 목욕탕 그리고 쌀가게와 나이트 간판까지. 극의 주요배경이 되는 서울시 소공동 부근을 재현한 셈이다. 혜린(이다해役)이 운영하는 한세일보, 신태환이 가지려 하는 태성그룹의 건물 역시 모두 이곳에 있다. 전남 순천에 건립된 ‘황지세트’와 함께 합천 ‘소공동세트’는 <에덴의 동쪽>의 시대극 분위기를 풍기는 세트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중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순천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에덴의 동쪽> 촬영장인 순천드라마세트장과 순천 일대의 관광명소를 하루 투어로 돌아볼 수 있어 더 없이 편리하다.

"탄광촌이나 서울이나 가난한 사람들
살아남기는 힘든 무서운 곳이여!"

그간의 ‘드라마·영화 촬영지 시리즈’와 비교했을때, <에덴의 동쪽>은 유일한 현재 진행형 작이다. 해서 취재를 떠난 무렵은 아직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가 한창이었다. 김범, 진지희 등의 눈물 어린 연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던 8월 말, 그렇게 순천드라마세트장에 도착했다. 촬영이 없던 날이라 아쉬움은 컸지만, 구석구석에선 강원도 탄광촌 ‘황지마을’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고 있었다. 세트장 안쪽으로 마감을 손보는 스텝들의 분주한 몸놀림. 그들 사이를 비집고 저 아득한 ‘에덴의 동산’으로 쉬엄쉬엄 올라본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원작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으로부터 기인한다. 미국의 유명 작가 존 스타인벡의 장편소설로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 계곡을 무대로 해밀턴 일가와 트라스크 일가의 몇 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 신태환(조민기 役)과 이기철(이종원 役) 집안의 대립은 바로 이 같은 플롯에서 따왔다. 제목에서처럼 ‘에덴’이 칭하는 것은 과연 무얼까. 이는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고 ‘에덴의 동쪽 노드 땅’으로 도피했다는 구약성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바로 인간의 근원적 도피처이자 낙원을 상징한다. 동명의 작품으로는 비운의 청춘스타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에덴의 동쪽>이 있다. 

소설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만큼,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30억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류스타 송승헌을 비롯, 연정훈, 이다해, 이연희, 한지혜, 이미숙, 조민기, 유동근 등 그야말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표방하는 초호화 캐스팅이 흥행 에너지를 발산한다. 악연으로 엮인 두 집안의 증오와 연민, 복수와 야망에 대한 이야기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하게 전개될 예정. 항간에서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평이 있지만, 인물들의 열연과 빠른 극 전개는 방영 초반부터 마니아층을 양산하기 충분했다.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만큼 순천세트장은 방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여행이 된다.

세트장 입구에 들어서면 ‘황지탄광촌’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머리 위로 작은 선로가 나 있고, 그 아래 까만 석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세트장은 순천에 지어졌지만, 기실 드라마는 강원도 삼척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서걱거리는 석탄가루를 재차 밟으며 치열하고 뜨거운 애증의 가족사, 60~70년대 지난했던 우리네 근현대사로 떠난다.

순천드라마세트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입구에 마련된 ‘황지탄광촌’, 안쪽으로 형성된 ‘읍내 풍경’, 그리고 멀리 언덕에 자리한 ‘봉천동 달동네’가 그것이다. 4회까지의 장면은 모두 순천에서 촬영되었다. 리어카를 밀며 가난과 싸우던 억척어멈 춘희(이미숙役), 그녀의 두 아들 동철(송승헌役)과 동욱(연정훈役)의 모습이 어딘가 남아있는 듯하다. 세트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새 나오는데, 공간 자체에 과거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까닭이다. 이발소에는 미용 기구에서부터 가발 하나하나까지 진열되고, 문방구 가판대에는 눈깔사탕과 불량식품이 한 가득 널려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막에서는 팔다 남은 동동주가 달달한 향을 피우고, 강원도 탄광마을의 살을 에는 듯한 한파를 묘사하기 위해 처마마다 인공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지금 당장 누군가 살아도 될 법한 옛날 마을, 그 시절의 풍경에 왠지 코끝이 얼얼해 온다.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자촌 골목을 걷다 보면 그야말로 과거로의 타임머신 여행은 극에 달한다.  

4회 이후,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면서 세트장은 경남 합천으로 이동했는데, 60~70년대 극의 주요 배경이 될 서울 소공동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는 평을 얻는다. 흥신소와 정형외과, 다방, 신문사, 목욕탕 그리고 쌀가게와 나이트 간판까지. 극의 주요배경이 되는 서울시 소공동 부근을 재현한 셈이다. 혜린(이다해役)이 운영하는 한세일보, 신태환이 가지려 하는 태성그룹의 건물 역시 모두 이곳에 있다. 전남 순천에 건립된 ‘황지세트’와 함께 합천 ‘소공동세트’는 <에덴의 동쪽>의 시대극 분위기를 풍기는 세트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중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순천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에덴의 동쪽> 촬영장인 순천드라마세트장과 순천 일대의 관광명소를 하루 투어로 돌아볼 수 있어 더 없이 편리하다. 


1, 2 방부제 가득 뿌려진 불량식품이지만 모두 실제 용품을 고스란히 들여다 놓았다 3 세트장 안쪽 언덕에 조성된 서울달동네 4 처마 밑으로 인공 고드름을달아 추운 태백 황지마을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


information

순천드라마세트장  자가용의 경우 서울  →  호남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순천IC → 22번 국도 → 남교오거리 → 818번 지방도 → 순천시내에서 광양방면 금당 부영 5차 아파트 근처. 기차는 용산역 → 순천역까지 4시간40분 소요. 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며 5시간 소요.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749-4003

순천시티투어버스  매일 오전 10시 순천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차를 가져갈 경우, 근처 팔마산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는 ‘제1노선’으로 운행되며, 주말에는 선암사 대신 송광사로 대체된 ‘제2노선’이 추가 운행된다. 순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www.suncheon.go.k)를 통해 참가비 4,000원을 입금하면 이용 가능. 예약제로 진행되지만,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당일도 탑승 가능. 문의 061-722-2020

드라마 관련 상품  (주)영남항공여행사 투어박스에서는 9월부터 매주 부산 출발 에덴의 동쪽 순천촬영장을 찾는 상품을 개발하여 에덴의 동쪽 촬영장과 순천만, 선암사,낙안읍성을 둘러보는 순천여행상품을 운영한다. www.tour-box.co.kr

 

주변 볼거리
생태도시로 떠난 하루 


순한 사람들의 순한 인심을 자랑하는 ‘순천(順川)’은 더 없이 순박한 풍광을 자랑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연안습지를 보유한 생태도시. 푸른 녹음과 남도의 완만한 능선은 여행자를 더 없이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순천만-낙안읍성민속마을-선암사로 이어지는 교과서적인 코스는 사계절 손님을 기분 좋게 반긴다.


1, 3 순천 갈대밭을 걷다 보면 이내 그 풍성한 한들거림 속에 사람들은 잠긴다 2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하는 대신 이리저리 자유롭게 나풀대는 갈대의 몸짓

늘 감동어린 순천의 클라이막스 순천만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순천만은 순천의 아름다운 서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여행지다. 순천만에서도 ‘자연생태공원’은 2,600만 평방미터의 광활한 갯벌 위에 230만 평방미터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공간. 봄에는 철새의 비상, 여름에는 짱뚱어와 갯벌, 가을에는 금빛 갈대숲 그리고 겨울에는 흑두루미를 만날 수 있어 사계절 늘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리는 양 갈래로 큰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다. 원하는 어떤 코스로든 종국에 길은 한 지점으로 회귀한다. 걸음을 떼고 푹신한 나무 데크를 걸으면 지대는 점차 낮아지고 푸른 갈대 속으로 사람들이 잠기기 시작한다. 멀리서 바라본 늦여름의 갈대숲은 흡사 진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팔레트 같다. 무리지어 한들한들 바람결에 흩날리자 길을 걷던 여인의 치마폭도 함께 나풀거린다. 떨어진 모자를 좇아 달음질을 치는 아이들, 그리고 그 바람을 시원하게 맞는 어른들의 탄성까지. 그야말로 자연 속에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갈대무리 아래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서는 짱뚱어들이 한껏 우스꽝스런 몸매를 자랑한다. 그저 자연이 주는 모든 움직임들이 신기한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고, 그 뒤를  지나가는 연인들은 마주잡은 손끝에 힘을 준다. 순천의 서정은 그런 식으로 캔버스에 담긴 한 폭의 수채화가 되기 충분하다. 가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푸른 갈대밭을 휘저을 참이면 ‘스륵스륵’ 갈대가 말을 걸어온다. ‘어서 가을이 되어 황금빛 물결로 출렁이고 싶다’고. 그러나 또 말한다. ‘순천의 여름은 가을만큼이나 아름다워서 늘 푸르고 푸른 서정을 선물한다’고.


1 낙안읍성민속마을 입구를 지키는 성곽 위 늠름한 깃발 2 늦은 여름, 새하얀 연꽃이 핀다 3 해학적인 웃음을 띤 마을 안 장승 4 둥근 초가집 안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진짜 마을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옛날마을 낙안읍성민속마을

순천의 푸른 서정은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한층 깊어진다. 이곳은 <에덴의 동쪽>을 차치하고라도 <대장금>, <상도>와 같은 역사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널리 유명한 관광지. 더욱 이색적인 점은 단순한 세트장이 아닌, 현재 약 90여 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진짜 ‘살아있는 옛 마을’이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세시풍속과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는 요즘사람들이 살아가는 옛날 마을로 떠나 본다.  

매표소를 지나면 약 1,400m의 성곽이 마을을 튼튼하게 휘감아 외부로부터 든든한 방호벽 역할을 한다. 성곽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휘몰아치는데, 작은 초가집 아래 생활하고 있는 거주민들의 마당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이들은 전시용도 아니며 또한 인위적이지 않아 그 존재만으로도 옛날 사람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공방에서 전통 도자를 빚거나 텃밭을 일구고 민박집을 운영하는 등 저마다의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낙안읍성은 1~2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는 코스라 더욱 반갑다. 조선시대 관아는 물론 각종 민속자료박물관, 토속적인 민속 경관들을 구경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연꽃의 새침한 이파리, 장승의 무표정한 얼굴, 초가지붕의 풍만한 곡선을 감상하는 동안 어느새 마을 주민이 된 듯 어깨는 펴지고 어색하기만 하던 두 손은 가지런히 뒷짐을 모으게 된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749-3347, 3893, www.nagan.or.kr


천년 사찰 아래 차 한잔 음미하는 시간 전통야생차체험관

조계산 선암사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전통야생차체험관’은 다양한 전통체험과 숙박을 겸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향기 가득한 차를 직접 만들고 시음할 수 있으며 숙박은 물론 명상 체험이 가능하다.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더 없이 편안한 휴식을 선물한다. 

이곳은 순천시에서만 재배되는 야생차를 전문으로 한다. 허균이 지은 시문집에 “작설차는 순천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라고 할 만큼 순천의 차 맛은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왔다. 순천 조계산 일대는 야생차 성장에 알맞은 천혜의 기후와 풍토 때문에 수 백 년 전부터 야생 차밭이 조성됐는데, 대규모 차 브랜드와는 다른 자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1인당 2,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시음을 즐길 수 있어 부담 없이 이용 가능. 

흔히 산에서 발견된 소규모 차나무 군락을 야생 상태 그대로 보존했다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것을 ‘야생차’라 부른다. 각각의 특성과 그 지역의 토양 및 기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시음을 즐기는 동안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개인 및 단체에게 균등하게 설명된다.  단체로 예약하여 다도체험 등 다양한 체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식, 경단, 화전 등의 차 음식 만들기는 물론 산방명상체험, 차 학술 심포지엄, 차 예절 경연대회, 음악회, 전시회 등이 상시 열린다. 15인 이상 신청시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 산방체험동은 한옥체험 공간으로도 사용되며 숙박도 가능하다. 2~4인실 5만원, 10~15인실 15만원을 내면 선암사 아래 산 속 한옥에서 묵을 수도 있다.
문의 061-749-4202, www.scwtea.com  


5 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는 부담 없는 가격에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2, 3 선암사 입구에 자리한 고요한 한옥마을에 하룻밤 정도 머물러 보자 4 선암사 앞으로 흐르는 청아한 계곡물

하늘의 기운을 품은 천년 사찰 선암사

선암사는 호남의 명산 884m의 조계산에 자리한 천년 고찰로 유명한 곳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선암사까지는 약 20여 분 남짓 걸어야 하는 산책코스로 달달한 공기가 머릿속을 맑게 한다. 산행 중간 중간, 시원한 계곡물도 흐르고 등산을 즐기는 산행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드디어 선암사 승선교를 건너면 선암사 일주문에 도착.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일반적인 절의 모습과는 달리, 선암사는 개인 정원처럼 작고 아담한 내부를 자랑한다. 대웅전 뒤뜰에는 300년 된 매화나무가 자리하고, 앞마당에는 삼층석탑과 옥빛 제비꽃이 서로 사이좋게 조화를 이룬다. 편안한 마음으로 목탁소리와 향내에 취하다 보면, 바닥 아래 떨어진 살구 빛 매실 한 알이 마냥 반갑다. 흐르는 약수에 씻어 그 텁텁한 맛을 한입 베어 물 참이면 어느새 시장기가 밀려온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600원  문의 061-754-5241, www.seonam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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