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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약속은 지켜졌을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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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트래비 원고를 다듬으면서 문뜩 지난 6월 스위스 루체른 무제크 성벽에서 본 낙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름다운 루체른 시가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제크 성벽에는 3개의 성탑이 일반에 개방돼 있습니다. 

오래된 성벽을 걷다가 좁은 계단을 통해 성탑의 꼭대기에 오르면 저 아래 ‘카펠교’와 ‘루체른 호수’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저처럼 감정이 메마른 사람도 ‘아!’ 하고 탄성을 뱉을 정도로 근사합니다. 멋들어진 풍경에 취해서일까요. 성탑 안에는 이곳을 다녀 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그들의 언어로 남긴 낙서가 구석구석 가득합니다. 이중 한글로 적힌 낙서들을 건성건성 보다가 2008년 8월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마 꼭! 데려온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는 솔직담백함이 광고 카피로도 그만이고 여행 기사의 제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잘 뽑아낸 제목은 힘이 셉니다. 기사를 보지 않고도 대략의 내용을 알려주고 한편으론 어서 기사를 읽고 싶게 만듭니다. 그림같은 풍경과 ‘엄마! 꼭 데려온다!’라는 낙서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훌쩍 길을 나서 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그녀가 루체른에서 마주한 동화같은 풍경에 감동하고 사랑하는 엄마를 떠올리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습니다. 이 기특한 다짐이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낙서의 주인공은 아마도 건강한 사고와 환한 웃음을 지닌 씩씩한 성격의 아가씨일 것만 같습니다.   

트래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면이 한정된 탓에 마저 담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행복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트래비는 마음 착하고 사이좋은 남매와 돗토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0회가 넘는 도전자유여행 중 오누이의 여행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표지 모델에 발탁된 귀여운 요괴도 거리 전체가 요괴 동상과 캐릭터로 꾸며진 돗토리의 명물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담아왔습니다. 국내도 구석구석 소개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외신 기자들의 경험하고 느낀 강원도 여행과 북한산 둘레길도 준비했습니다. 아, 언제나 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는 안동 여행은 어떠신지요.   

10월이네요. 여름 내내 하염없이 비만 내리더니 어느 날 가을이 쑤욱하고 찾아왔습니다. 느닷없지만 반갑습니다.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이 아쉬울 뿐입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가을은 아마 떠날 때도 그렇게 훌쩍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겠지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10월을, 이 찬란한 가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트래비>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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