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알피니스트 마음의 고향, 스위스 마테호른

트래비기자     작성일제299호(2017.01) 댓글0건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청정 마을, 체르마트. 
계곡 속에 오롯이 자리한 이 마을이 
세상 사람들의 꿈의 여행지로 꼽히는 것은
마테호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히 그럴 만도 하다.
마테호른 하나만으로도 체르마트로의 여정은
평생을 두고 절대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마테호른 등정이 시작되는 지점, 슈바르츠제 파라다이스.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일출이 시작되는 새벽녘, 작은 연못에 비친 마테호른의 모습. 붉게 빛나는 마테호른의 봉우리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피니스트 마음의 고향
Zermatt 체르마트
 
“산은 여인의 몸매나 얼굴과 같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와 거리, 고도가 있다.”
한 영문학자가 했던 이 말에 수긍해 왔다. 경험상으로 비춰 봐도 산의 모습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더 아름답게 또는 덜 아름답게 다가왔기에. 그러나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Matterhorn)을 바라본 순간, 이 말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산의 모습에 감히 아름다움을 평하기를 포기했다. 마테호른의 모습에선 단순한 미를 넘어 신비로움과 영험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호텔 테라스에서 바라본 체르마트의 풍경. 산등성이 너머로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마테호른이 살짝 보인다

자연의 품안에서 놀다

해발 4,478m에 이르는 마테호른을 마주하기 위해 산악마을인 체르마트를 찾아나서야 했다. 인구는 불과 6,000명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수는 연중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다. 체르마트에는 마테호른뿐만 아니라 스위스 알프스의 대부분 봉우리들이 줄지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눈부신 빙하와 장쾌하게 솟아 있는 고봉들의 모습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그러니 전문산악인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고, 일반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체르마트는 일생 중 꼭 한 번은 가보고픈 버킷 리스트 속 여행지 중 하나다. 사시사철 만년설 덕분에 한여름에도 트레킹, 스키,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을 꾸준히 이끄는 이유다.

‘산의 목초지’라는 뜻의 체르마트는 이름 그대로 푸르고 깨끗하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전기 자동차나 마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청정도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해발 1,620m의 체르마트는 온화한 나무 빛깔의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마을 어느 곳에서나 마테호른의 하얀 자태를 볼 수 있다. 체르마트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웅장한 자연의 품안에 폭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체르마트역 앞으로 연결된 반호프 거리(Bahnhofstrasse)를 지나다 보면 이곳에 어떤 즐길 거리들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여름 스키장비와 스노보드를 대여해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산악자전거를 빌려 주는 상점과 패러글라이딩 장비들도 속속 보인다. 장비들만 구경했을 뿐인데 시간이 휘리릭 간다. 이 모든 액티비티들을 다 소화하며 누구보다 체르마트를 알차게 누비는 상상을 하다 보니 말이다.
 
슈바르츠제 파라다이스의 작은 레스토랑.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이보다 황홀할 순 없다
체르마트를 더욱 깊숙이 즐기는 방법, 패러글라이딩. 20여 분 동안 마테호른과 체르마트의 비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체르마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힌터도르프 거리(Hinterdorfstrasse). 좁은 골목 양옆에 전통 가옥들이 빼곡하다 
 
 
체르마트의 자존심, 마테호른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에도 떡하니 등장하는 이 산은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다른 자태를 뽐낸다. 등산열차 타기, 케이블카 타기, 트레킹, 패러글라이딩 등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과 목적은 모두 같다. 체르마트의 대표 아이콘 마테호른. 기념품점에서조차 마테호른이 빠진 물건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건 아마 이 산이 가진 당연한 상징적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마테호른은 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등반 기술이 없이는 오를 수 없다. 그래서 일반 여행자들은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전망대에 올라 마테호른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체르마트를 감상하는 데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열차 타기,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나 로트호른과 수네가 파라다이스(Rothorn & Sunnegga Paradise) 구간에 오르기. 직접 두 발로 오를 수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지금껏 쌓아 온 명성 그 이상으로 마테호른은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니까.

체르마트를 즐기는 방법 중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고 전망대로 오르는 것이 가장 인기다. 무려 1898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이 열차는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전동열차다. 체르마트에서 33분이면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마테호른 동쪽 벽이 보인다. 해발 4,634m인 스위스 최고봉 몬테로사(Monte Rosa)를 비롯해 29개의 4,000m급 알프스 명봉들과 고르너 빙하(Gornergletscher)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 다음으로 사랑받는 옵션은 로트호른과 수네가 파라다이스 구간. 마테호른을 가장 예쁘게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마테호른뿐 아니라 주변 명봉들까지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부디 당부한다. 꼭 해가 뜨기 전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고 전망대 바로 전 정거장인 로텐보덴(Rotenboden)역에 내려 트레킹을 하기를.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에 비치는 마테호른의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일출이 시작되면 ‘초지의 뿔’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마테호른의 뾰족한 뿔 끝이 서서히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좀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밤의 칼집 속에 고이 숨어 있던 검이 신의 손길로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 지금 이 번뜩이는 순간만을 벼르고 또 별러 왔다는 듯.  
 
 
글·사진 Travie writer 오상훈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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