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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유람선을 타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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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유람선을 타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이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때로는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는 선배나 후배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가슴 시원하게 차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더불어 서울을 벗어나 보고 싶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 보니 한강에 눈이 간다.
그리고 그 위를 유람선이 유유히 떠가고 있다.

 유람선을 타본 것은 그 기억도 희미한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1986년 10월26일 처음으로 한강에 유람선이 취항했다고 하니, 아마도 그맘 때가 아닌가 싶다. 사실 지금은 별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저 유람선을 타 봤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던 듯하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한강 바람이나 쐬다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사무실을 나서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여의나루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갔다. 한강변으로 내려가 한 5분 정도를 걷다 보니 왼쪽 한강변에 여의도 선착장과 유람선 매표소가 나타났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기저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운동을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한강에서 우동 한 그릇, 맥주 한잔

당초 6시30분 배를 타려던 계획을 변경, 7시30분 배를 타기로 했다. 아무래도 해가 지고 어두운 가운데 한강을 가로지르는 것이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지하철이나 차로 지나면서 보던 한강 다리의 불 밝힌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해서였다. 표를 끊고 보니 배꼽시계가 알람을 울린다. 강변을 따라 쭉 늘어서 있는 스낵카와 간이매점들이 눈길을 끈다.

스낵카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유부우동 한 그릇(3,000원)과 시원한 캔맥주(2,000원) 하나를 시켰다. 시장이 반찬인지, 분위기가 반찬인지 한낮의 열기가 사라지고 선선한 강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한강변에서의 우동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시원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맥주의 맛도 운치를 더한다.

여의도 선착장에는 노들나루와 진성나루 두 곳이 있는데 매 시간마다 출발하는 유람선 타는 곳이 바뀐다. 유람선 표를 끊을 때 타는 곳을 써 주니 출발시간 10분 전에 선착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사랑이 피어나는 유람선

줄을 서서 유람선에 오르자 바다 배처럼 큰 요동 없이 조용히 배가 선착장을 떠나 항로를 잡는다. 실내공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람선의 옆 복도 자리 내지는 앞뒤 갑판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밤공기를 맞고 있다. 한강 주변의 건물들도 하나둘씩 불을 밝혀가고 한강의 물살을 가르며 유람선이 나아가고 있다.

유람선을 탄 사람들은 거의 세 부류 중 하나다. 첫 번째는 당연히 연인이다.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는 연인들은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자신들의 애정 어린 모습을 담기에 정신이 없다. 홀로 있는 기자가 이들에게는 안쓰러워 보였는지 기자를 보는 족족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다.

사진에 무심한 몇몇 커플들은 조용히 어두운 구석에서 은밀한 사랑의 대화를 속삭이며 그들만의 사랑에 빠져 있다. 유람선 위로 마치 저녁마을 굴뚝 연기처럼 이들의 사랑이 피어난다. 유람선 뒤편에는 이들의 사랑을 굳혀 주기 위한 커다란 하트가 만들어져 있어 연인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드는 이들, 두 팔로 커다란 하트를 만드는 이들. 마구 피어나는 사랑의 연기가 빠져 나가기에는 굴뚝이 좁은 듯하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만난다

때마침 부산에서 온 초등학교 아이들이 배 위에서 신났다. 그 사이에 한 녀석은 카메라를 잃어버렸는지 방송으로 연신 카메라 주인을 찾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꼬마들에게 한강 유람선은 또 다른 놀이터가 돼 버렸다.

학교 동창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 몇몇이 저녁 7시 이후에 열리는 라이브음악을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애틋한 눈빛의 이들에게 이미 시간은 저 먼 곳을 거슬러 과거의 어느 곳에서 멈춰져 있다. 한강 위의 바람과 함께 옛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5개의 선착장

현재 한강에는 총5개의 선착장이 있어 유람선을 탈 수 있다. 한강대교를 기점으로 서쪽에는 여의도, 난지, 양화 선착장 세 곳이 있고, 동쪽에는 잠실과 뚝섬 선착장이 있다. 각각의 선착장에서 탑승을 하고 회항할 수 있으며 여의도에서 출발해 뚝섬을 거쳐 잠실까지 운항하는 편도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각 코스의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이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연중무휴로 운항하나 기상조건이 좋지 않거나 한겨울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는 운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바닥이 평평한 한강유람선

보통 ‘배’하면 V자 모양의 바닥 모양을 떠올린다. 하지만 수심이 고르지 않은 한강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V보다는 평평한 바닥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유람선의 바닥은 평바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조류나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유람선을 운항하는데 더욱 까다롭다는 것이 올림픽 1호 김재일 선장의 말이다.

더불어서 유람선은 2층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간단하게 구조를 설명하면 ‘ㅁ’자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내부 공간은 유리로 둘러싸인 곳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있으며 이를 둘러싼 좌우 복도에는 벤치형 의자가 놓여 있어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다.

 
●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한강 유람선

현재 한강유람선은 해마다 약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국내외 기업체 및 각종 연회행사, 국제회의 환영, 환송 리셉션, 외국관광객 선상파티, 동창회, 가족모임(결혼식, 회갑연 등)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어 그 활용범위가 넓다. 

한강유람선은 현재 총 6척이 한강의 5개 선착장에서 매일1~2시간 간격으로 출발하고 있다. 야간에는 아름다운 한강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미로운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라이브 유람선’이 여의도와 잠실선착장을 출발하는 유람선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2회씩 정기적으로 운항되고 있으며, 아름다운 한강야경과 함께 뷔페 식사를 할 수 있는 ‘뷔페유람선’도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또한 2005년 3월5일에 첫 번째로 리모델링을 끝마친 ‘뚝섬선착장’은 국내외 연회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 대연회장’으로서 첫 출발을 하기도 했다. 다른 4개의 선착장도 점차적으로 단순히 유람선 승선장 기능 외에 서울시민들의 건전한 문화활동 장소로 꾸며나갈 예정이다.

 
유람선에서 만난 사람 
올림픽 1호 김재일 선장

해군에서 25년 복무 후, 1991년부터 14년째 한강유람선에 몸담고 있는 김재일 선장은 일명 ‘한강박사’로 통한다. 자신의 경험에 덧붙여 한강에 관한 지식들을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는 선장님은 무엇보다 승선한 고객들을 안전하게 모시는 일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는 진짜 뱃사람이다. 오늘도 유람선에서 마이크를 잡고, 4계절 조금씩 변화하는 아름다운 한강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자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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