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e with┃Music - 트럼펫이 노래하는 하얀 겨울 이야기
Travie with┃Music - 트럼펫이 노래하는 하얀 겨울 이야기
  • 트래비
  • 승인 2008.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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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설이 계속되는 요즘, 깊어가는 겨울의 정점에서 트럼펫 연주자 한 명을 소개할까 한다. 이주한을 처음 알게된 건 이병우의 ‘야간비행’(2004년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였다. 여린 기타 선율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공연에서 나는 우연히 그룹 뮤직 도르프(Musikdorf)의 멤버 가운데 한 명에 주목했고, 그를 통해 트럼펫 연주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주한이란 음악가는 이전까지만 해도 내겐그  저 스쳐가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다.

영화 음악 연주자로도 유명했던 그는 <연애의목적> <왕의남자> <플란다스의개> 등 그간 알게 모르게 우리와 만나고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2004년 12월 ‘EBS 스페이스공감’ 무대. 그때의 연주곡‘Blues on The5th Floor’는 특히나 인상적이었는데, 갈 곳 없던 그에게 너그러이 연습실을 빌려줬던 한 후배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라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와 작년말 우연히 해후했다. 예전에 인터뷰를 나눈 인연이 있는 베이시스트 서영도의 첫 단독 콘서트에서 였다. 원래는 게스트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취소가 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그리고 트럼펫에 이주한이 초대되었다. 다른 관객들은 몰라도 내게는 실로 반가운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주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니. 서영도는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누구하나 그 말을 곧이 곧대로 수긍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 즉흥의 힘은 공연장, 연주자가 살아 숨쉬는 현장이 아니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충만함과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날의 기억은 내게 말한다. 이주한은 트럼펫 안에 영혼의 파란 불꽃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연주자, 음악을 즐기며 연주하는 뮤지션 가운데 하나 임이 확실하다고.

최근 그의 프로젝트 팀‘윈터플레이(Winterplay)’가 모습을 선보였다. 네명의 뮤지션이 만든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세계 속에는 웅산의 기타리스트로 잘 알려진 최우준‘, 소나기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재즈디바로 주목받고 있는 문혜원 등이 잔잔한 하모니를 연출한다. 그들의 앨범 ‘초코스노우볼(Choco Snowball)’은 남미의 향기로 충만하다. 탱고, 보사노바, 볼레로 등의 다양한 리듬이 눈썰매를 끌고 가는 아이의 설렘과 흥분을 전해준다.


외교관의 아들로 남미 수리남의 수도 파라마리보의 뜨거운 태양 아래 태어난 이주한. 11살때 이란에서 처음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해 13살에 남미 수리남에 서정식 교육을 받은 그는 어린 나이부터 동양인에 대한 적대와 편견, 낯선 언어와문화속에서 자신을 지켜준건 음악이었다고 한다.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인디오 친구를 만나 음악과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소년은 미국, 일본, 유럽과 이란, 네팔, 수리남 등 세계각지를 떠돌며 자신의 유년 시절을 이국적인 색채로 채워냈다. 그런 까닭인지 이주한의 음악은 다채로우면서 아련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찬 트럼펫. 늘 어딘가로 떠나고 있지만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길고 긴 여정의 음악. 그가운데, 우리는 트럼펫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겨울의 길목에 와 있다. 따뜻한 열정과 남미의 열정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윈터플레이는 두툼한 외투처럼 충만한 온기를 불어줄 것이 분명하다.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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