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들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문화를 만끽한다거나 화산과 온천에 둘러싸인 섬나라의 자연을 접하는 것. 선택의 갈림길에서 매번 갈등을 겪어 왔다면, ‘가나가와(神奈川)’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반가운 대안이다. 로맨틱 항구도시 요코하마와 뜨거운 유황천의 하코네까지.
두 가지 즐거움을 한번에 누려 보자.
에디터 박나리 기자 취재협조 한나라 관광 www.hannaratravel.co.kr┃가나가와현 관광협회 www.kanagawa-kankou.or.jp
요코하마 거리의 젊은이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약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를 요코하마에 초대한다고 하자. 친구의 발걸음을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행 비행기로 오르게 할 수 있는 이 도시의 결정적 매력은 무엇인가? 대답은 막힘없이 들려왔다.
“야경. 시내 어느 곳에서나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야경 하나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죠.”
사실 요코하마는 사람과 차, 탁한 공기에 질린 ‘동경(東京)’사람들이 동경(憧憬)하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유럽의 한적한 마을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정취와 바다 바람이 몰고 오는 청아한 공기, 게다가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야경은 전세계뿐 아니라 타지 일본인들의 숨겨진 여행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그 또한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항구 도시 요코하마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티 트래블.
라면도 박물관도 모두 ‘원조’ (新)요코하마 라면 박물관
금강산도 식후경. 먹거리 천국 일본에 왔으니 일단 얼큰한 라멘 한 그릇 비우고 시작하자. 일본 내에 여러 라멘 박물관이 있지만 요코하마의 이곳은 가장 최초로 생겨난 ‘원조 라면 박물관’. 오랜 역사답게 다른 곳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일본 각 지역 특산 라면을 한눈에 훑는 것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손꼽을 만큼 맛있는 전통 라면을 맛볼 수 있는 상점가가 바로 이곳에 있다.
Point 1 1958년 일본 거리를 재현하다 라면 상점가(商店街)
1958년은 일본 역사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쇼와 천황이 결혼을 했고 만엔짜리 화폐가 최초로 발행된 고속 성장의 해로, 일본 산업화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시기인 까닭이다.
그때의 일본을 되돌아보자는 뜻에서 재현한 ‘라면 상점가’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라면을 먹으러 가는 길을 추억하는 향수 어린 장소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옛 일본 거리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노년층 대신 푸릇푸릇한 젊은이들이라는 사실. 한국처럼 견학이나 수학여행 때 겨우 들르는 지루한 박물관이 아니라 라면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옛 문화를 체험하는 ‘생활 속의 박물관’이다.
지하 1층에서는 멋진 제복을 차려 입은 맘씨 좋은 선장님이 1958년 행 타임머신으로 승객들을 안내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을 진 하늘 천장이 시선을 압도하고, 사주팔자나 궁합을 봐 주는 점쟁이들은 어리둥절해진 손님을 반긴다. 오른 쪽으로 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삿포로, 도쿄, 구마모토 등 전국 각지에서 선별된 유명 라멘점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문 앞 자판기에서 티켓을 뽑아 주문하는 방식으로 반 그릇 분량의 미니 사이즈를 시키면 좀더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맛볼 수 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한국의 저자거리와 같은 시장 바닥에 앉아 1인 만화극을 공연하는 엿장수를 구경하거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킬 수 있는 스탠드 바 ‘쇼넨지다이야’에서 한숨 돌리는 것도 좋다. 입이 심심하면 막과자 가게 ‘유우야케 쇼오텐’에서 쥐포나 사탕 등의 불량식품을 사 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
Point 2 일본 라면의 모든 것 라면 전시관 & 쇼핑 코너
1층은 일본 라멘의 제조 과정과 각 지역 특산 라멘을 알 수 있는 전시관,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만을 모아놓은 코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인스턴트 라면은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인 미소라면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역시 김치 라면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그려진 라면 식기와 팬시 용품 등 선물용 아이템들도 함께 쇼핑할 수 있다.
위치 신요코하마 역에서 도보 5분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입장료 어른 300엔, 어린이 100엔 문의 www.raumen.co.jp (한국어 서비스 제공)
| 다양한 라멘, 취향대로 고르는 법 1900년경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포장마차 라면에서 시작,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전국각지로 퍼져 나간 일본 라멘은 그 재료와 조리법이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혼란스럽기 일쑤. 실패 없는 선택을 위한 취향별 라멘 고르기! ★깊고 진한 육수를 맛보고 싶다면, 와카야마 지방의 돈코츠 쇼유 라멘 돼지 뼈를 센 불에 고아 우려낸 육수가 깊고 풍부한 국물 맛을 낸다. 간장에 달인 짭짤한 돼지고기와 가마보코 어묵이 국물, 면과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다. 허기진 배를 달랠 때 제격. 지하 1층의 이데 쇼오텐에서 맛볼 수 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삿포로 지방의 미소 라멘 청경채와 파, 버섯과 숙주 등의 야채가 기름기를 없애며 맵지도 짜지도 않은 미소 된장국물이 은은한 맛을 내는 삿포로 전통 라멘.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지하 1층의 ‘게야키’는 일본에서도 찾기 힘든 미소 라멘 전문점. ★기름 동동 떠 있는 라면은 싫어요, 오기쿠보 지방의 간장 라멘 한국의 라면과는 달리 유난히 기름진 일본 라멘이 도저히 입맛에 안 맞는 이들은 감칠맛 나는 멸치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조화를 이룬 간장 라멘이 제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하 1층 ‘하루키야’는 그날 그날 만드는 수타 간장 라멘으로 유명하다. |
1 호빵맨 박물관 안의 갤러리 2 캐릭터가 그려진 커피와 음료를 파는 호빵맨 커피숍 3 3층에 위치한 호빵맨 포토존 4 호빵맨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아이들
동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아저씨
호빵맨 박물관Anpanman Children’s Museum
만화의 나라 일본에서 캐릭터와 사진 한번 안 찍고 간다면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도 섭섭해 할 일. 요코하마에도 많은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있지만 지난 2007년 4월에 문을 연 호빵맨 박물관은 아직 <론리 플래닛 재팬>에도 소개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스팟. 호빵맨 만화를 보고 자란 어른 세대나 그 자녀들에게도 너 나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요코하마의 떠오르는 명소다.
Point 1 박물관이 살아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체험 박물관
호빵맨 박물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부터 올라갈 것을 권한다. 호빵맨, 세균맨, 잼 아저씨 등의 캐릭터와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 있고 아직 호빵맨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움직이는 만화’ 코너에서 호빵맨 즐기기 워밍업을 할 수 있다.
3층이 ‘구경하는 박물관’이라면 2층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체험 박물관’. 만화에 나오는 호빵맨 마을을 재현한 세트장에서는 아이가 직접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실감나는 소꿉놀이 코너가 큰 인기를 끈다. 갑자기 켜지는 가짜 가스불에 흠칫 놀라 도망가는 남자 아이, 제법 능숙하게 팬케이크를 굽는 어린 소녀뿐 아니라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노는 어른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한 쪽에는 <날아라 호빵맨>의 원작자 야나세 다카시가 직접 그린 그림과 스케치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다.
1 호빵맨 박물관 전경 2 입구에들어서자마자 손님을 반기는 귀여운 호빵맨 3 호빵맨 캐릭터가 귀여운 지갑
Point 2 호빵맨 천국에서 신나는 선물 찾기 쇼핑 타운
위치 미나토미라이선 신고섬역에서 도보 7분 운영시간 박물관┃오전 10시~오후 6시, 쇼핑몰┃오전 10시~오후 8시, 호빵맨 키친┃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1,000엔 (어른, 어린이 동일) 문의 www.yokohama-anpanman.jp
별들이 소곤대는 요코하마의 밤
밤이 아름다운 도시답게 요코하마는 시내 어느 곳에서나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야경과는 달리 요코하마에서는 하늘과 바다, 땅 모든 곳에서 밤을 수놓은 화려한 불빛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요코하마의 색다른 ‘야경 포인트 Best 3’를 찾아 떠나 보자.
Night View 1
만약 랜드마크 타워 스카이가든을 그냥 지나칠 생각이라면 요코하마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도쿄는 물론 볕 좋은 날엔 후지산까지 한 품에 안을 수 있는 높이 296m 70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 스카이가든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요코하마 야경 감상의 하이라이트이다. 바다를 품고 있는 요코하마의 시원스러운 야경은 말 그대로 ‘숨이 턱 막힐 만큼’ 아름답다. 일본 유명가수 이시다 아유미가 노래한 ‘블루나이트 요코하마’ 속 그 푸르른 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순간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위치 미나토미라이선 미나토리마이역에서 도보 3분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레스토랑┃오후 10시까지)
입장료 어른 1,000엔, 어린이·청소년 500엔
문의 www.yokohama-landmark.jp
Night View 2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 눈을 행복하게 하는 풍경이 있는 뱃놀이 한번 즐겨 보자.
마린루즈 선셋 크루즈는 요코하마 바다 위에서 즐기는 럭셔리한 야경 감상 포인트. 야마시타 공원과 미나토미라이 21지구, 아카렌가 창고에서 매일 오후 4시에 출발해 오산바시 국제 여객선 터미널, 베이 브릿지, 코스모 파크 등 요코하마의 야경 명소를 한바퀴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요금 90분 코스 요금 2,500엔(풀코스 정찬 포함 5,000엔)
문의 www.yokohama-cruising.jp/
Night View 3
요코하마의 스테디 관광 명소인 차이나타운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은 홍등이 어두운 허공을 밝히는 밤. 붉고 노란 색색의 간판이 차이나타운의 명물인 만두, 찐빵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하얀 김과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천요리부터 북경요리까지 아우르는 200여 곳 이상의 중국 음식점과 소품 숍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코하마의 야경을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에 꼭 들러 볼 것.
위치 미나토미라이선 모토마치·주카가이역 2번·3번 출구에서 도보 1분
| clip 항공 한국에서 요코하마까지는 김포-하네다 구간을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일본 항공, 전일본항공 등 총 4개의 항공사에서 취항하고 있으며 하루 8회 운항된다. 약 2시간 소요. 환율 2008년 3월 말 기준, 100엔은 약 1,010원. 날씨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따뜻하다. 기온이 2~3℃ 가량 더 높지만 봄에는 일교차가 커서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하코네 지방은 주변에 산이 많아 쌀쌀하니 참고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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