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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전 13탄 대학로 ① 전통과 변화 사이 우리들의 영원한 문화지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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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석구석을 여행하듯 떠나보는 ‘서울열전 시리즈’가 어느새 13탄을 맞았다. 이번에는 공연의 메카 ‘대학로’, 굳이 봄기운을 언급하지 않아도 사계절 변방과 중심의 연극이 혼재하는 예술의 거리로 떠났다.
이화 로터리에서 혜화 로터리에 이르는 6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소극장이 밀집된 ‘마로니에 공원’, 낙산 프로젝트를 통해 걷고 싶은 거리로 재탄생한 ‘낙산 주변’, 그리고 길 건너 멀리 ‘성균관대 입구’까지. 영역별로 크게 세 군데로 갈무리한 대학로는 전통과 변화 사이, 또 한번의 거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그 속의 풍경과 사람들이 들려주는 대학로의 진짜 사실주의 극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 공연 일 번지의 변천사

지방출신 기자에게 고교 시절, 대학로는 꿈의 공간이었다. 소위 연기 좀 한다 하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극인 출신이었고, 공공연하게 그들은 힘들지만 소중했던 무명시절을 고백하곤 했다. 대학로는 그러니까, 영혼이 성숙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거칠고 근사한 변방의 예술지구와 같은 이미지로 가득했다. 2000년 3월, 기자는 대학에 진학했고 대한민국 서울특별시민이 되었으며, 매 주말이면 매캐한 소극장에 앉아 배우들의 거친 호흡을 청춘의 문장처럼 기록하고는 했다. 언더그라운드 감성을 소비할 수 있는, ‘어른이 된’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1975년 마로니에 공원이 형성된 이후 일대는 대한민국 공연장의 뜨거운 메카로 성장했다. 주변의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지금의 아르코 예술극장)과 방송통신대학을 넘어 구석구석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소극장은 현재 107개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셰익스피어와 사뮤엘 베케트, 이윤택과 오태석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무수한 작품들이 무대 위를 오르내리며 마로니에 공원 주위를 뜨겁게 달궜다. 대학로의 모두는 무대 위에 도전했고 자유로이 ‘놀기’를 주장했다. 사실, 연극(Play)은 놀이(Play)의 또 다른 이름 아니던가.

하지만,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특별 대접’을 받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학로 중심에는 거대 자본에 잠식당한 도넛 가게와 커피 체인이 난립했고, 가벼움의 미학을 좇아 밀려든 인파들은 주객을 전도시키며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몰개성화되어 가는 불편한 시선, 마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가 맞선 뒤 무료히 찾던 장소처럼, 마로니에 공원은 약속을 위해 모이는 그저 소비적인 대륙으로 치우쳐 가기 시작했다. 

대학로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공연문화’에 있다. 뉴욕에 브로드웨이, 런던에 웨스트엔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대학로가 있다. 홍대가 젊은 트렌드숍으로 중무장을 해도, 삼청동과 인사동이 전통을 강조해도 사람의 인생을 노래하며 관객과 가장 내밀하게 소통하는 곳, 그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입고 오늘도 연극인들은 대학로로 몰려든다. 머리를 환기하고 싶은 날, 감수성이 고갈되었다고 느낀 날, 일상이 무료한 어느 날 문득, 우리는 극장으로 찾아든다. 그것이 바로 한국 연극 100년 역사를 서술하며, 대학로 지하 깊숙이 아티스트들이 번식하는 이유일 것이다.아르코 예술극장 입구. 지난 3월27일에는 한국 연극 100주년을 기념하는 개막식이 열렸다

마로니에 공원으로부터 형성된 100여 개의 극장들은 저마다 유서 깊은 사연으로 자리한다. 자칫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질 수 있는 건축물에 붉은 벽돌의 미학을 입힌 ‘샘터’, 대한민국 연극의 산실 ‘아르코 예술극장’,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쥔 ‘동숭아트센터’까지. 극장과 그 공간으로 따라가 보는 공연장 탐방. 

대학로 만남의 광장 마로니에 공원

대학로를 상징하는 실질적인 랜드마크로 1975년 서울대학교 문리대와 법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긴 뒤 그 자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1929년 식목일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가 심어진 뒤 대학로의 상징이 되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농구를 하는 아이들이 몰려들며, 통기타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도 종종 구경할 수 있다.

공연장의 바람직한 롤 모델 동숭아트센터

198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 복합 공간. 언제나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인 공연장 가운데 하나로,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예술영화 전용관 ‘하이퍼텍 나다’를 개관해 공연과 영화를 한 건물에서 관람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택시 드리벌> <날 보러 와요> 등의 흥행작은 물론, <연극 열전 시리즈>로 작품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흥행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붉은 벽돌의 건축미학
샘터
 

1970년 4월 사단법인 샘터사에 창간된 월간 교양잡지로 창간이래 고운 우리말 쓰기에 앞장서왔다.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옆에 위치한 샘터 건물은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으로 대학로의 다른 문화 공간들과 통일감을 주는 붉은 벽돌 건물에 푸른 담쟁이 넝쿨이 인상적. 1979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며 대학로 건축물을 미학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었다.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쉼터 서울연극센터

작년 11월 개관한 ‘서울연극센터’는 연극을 사랑하는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월요일을 제외한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센터는 1층 ‘문화쉼터’와 2층 ‘도서열람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화쉼터는 소규모 행사가 가능한 무대가 중심을 이룬다. 인터넷 존에는 컴퓨터가 구비되어 공연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맞은편에는 대학로의 각종 공연 팸플릿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안쪽 회의실은 공연예술 관련 동호회들의 세미나 공간으로 이용되며, 사전 신청시 이용 가능하다.
‘도서열람실’은 작고 조용한 도서관으로, 공연 관련 서적들이 책장 가득 구비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공연실황 테이프나 뮤지컬, 영화 등의 영상물도 개별 관람 가능. 한국현대희곡집은 물론 셰익스피어로 대변되는 영미희곡, 베케트와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노트 등 심도 깊은 서적들을 언제든 접할 수 있다. 유료 회원에 한해 외부 대여가 가능하며, 가입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올해 안으로 티켓발권시스템까지 구비할 예정.

위치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1분  운영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7시  문의 02-743-9333, www.e-stc.or.kr


1 웃음과 재미를 갖춘 코메디 장르는 최근 관객을 대학로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2 아르코 예술극장 앞에 세워진 문구는 예술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3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 대학로는 늘 젊음의 열기로 충만하다 

대학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권 가운데 하나가 ‘공연장 카페(Theatre Cafe)’다. 극장과 찻집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은 차를 마시는 행위 외에 공연 전 차분한 마음가짐, 감상 뒤에는 오랜 여운을 간직하는 환기의 작용을 돕는다. 여기, 무대와 티 테이블이 연장선상에 놓인 두 공연 카페를 소개한다.

야외 중정에서 즐기는 연극 한 편  디아더

‘디아더’는 창작극 전용극장 씨어터 디아더에서 운영하는 카페. 극장은 2006년 첫 작품 <변성기>를 시작으로 대학로 유일의 창작극 전용 극장을 힘 있게 고집하고 있다.
건물 지하에는 100여 석 규모의 공연장이 위치하며, 1층에는 ‘ㅁ’자 구조의 카페가 운영된다. 커피와 머핀 등 휴식을 도울 수 있는 간단한 메뉴들이 꾸려져 있으며 하얗고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공연장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운데 공간은 하늘과 맞닿은 야외 중정으로 겨울을 제한 계절이면 실험극이나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디아더(Theother)’라는 이름은 대학로 대부분의 극단들이 취하는 기성 작품에서 벗어난 ‘그 외의 것’을 향한 열망에서 출발한다. 창작극으로 극장이 운영될까 하는 주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대표 강연주씨는 그 ‘시작’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고 말한다. 첫 작품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를 시작으로 현재 신화를 닮은 연극 <가믄장아기> 공연이 한창이다. 야외 중정에서는 지난 달 30일까지 배우 강지환의 사진전이 높은 관심 속에 열리기도 했다.  
위치 마로니에 공원 후문 앞  오픈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  문의 02-742-0006


1,2  연극 <가믄장아기>의 한 장면  3 카페 디아더 내부. 가운데 야외 중정은 여름날 차 한 잔 즐기기에도 좋다  3 극장과 카페라는 복합적인 모습을 지닌 내·외부  4 지하 1층에 위치한 ‘씨어터 디아더’. 100여석 규모의 객석을 지닌 소극장 형태다  

신화를 닮은 연극 <가믄장아기>
디아더에서는 4월20일까지 연극 <가믄장아기>를 공연한다. 이 작품에 붙는 수사는 참으로 ‘국제적’인데, 2005년 일본 오키나와 공연을 시작으로 오사카, 러시아, 루마니아, 아프리카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은 까닭이다. 올해 제 16회 세계 아시테지 호주 총회 공식 초청작으로도 선정된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주도 큰 굿 ‘삼공본풀이’에서 착안한 <가믄장아기>는 독립적 주체로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성적인 시선에 의해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월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주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인간의 여정을 담아냈다. 표현 방식으로 우리 민요와 탈춤이 접목된, 그야말로 신화를 닮은 연극이 아닐 수 없다.
극작 고순덕  연출 남인우  출연 김소리, 마두영, 홍서영, 허시라
공연시간 화·수 저녁 8시, 목·금 저녁 4시, 8시, 토 저녁 4시, 7시, 일 저녁 4시(월요일 공연 없음)


무대 소품은 또 하나의 오브제  카페 미소

설치극장 정미소와 함께 운영되는 ‘카페 미소(Cafe 美소)’는 극장 로비에 온 듯 아늑한 시설을 자랑한다. 이곳에 처음 방문한 이들은 극장 입구와 카페 공간이 나란히 놓인 파격적인(?) 구성에 놀라곤 한다. 발걸음은 의식적으로 조용해지고, 마치 무대의 일부처럼 삐걱대는 나무 바닥은 손님들에게 생경함을 선물한다. 
공연 시간에는 카페의 일부만 사용해야 하는 까닭에 커피 값이 요즘말로 ‘정직하고 착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3,500원(테이크 아웃시 2,500원)이니, 인테리어가 주는 고급스런 분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 않을 수 없다. 카페는 건물 1층 극장과 나란히 자리하며, 2층은 갤러리로 사용된다. 
배우 윤석화 소유의 조각상은 물론, 카페 구석구석 아프리카의 원색 질감이 드러나는 회화, 낡은 재봉틀과 고풍스런 피아노 등 미학적 구성을 고려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하다. 또 하나 이색적인 점은 공연 작품의 무대 미술 도면과 소품들이 카페의 일부를 자연스레 꾸미고 있다는  것. 덕분에 차 한잔을 벗 삼아 미술품 관람이 가능하며,  공연 감상 뒤엔 함께한 일행들과 자유로운 품평을 나눌 수도 있다. 50~60여 명 정도의 소규모 파티 장소로도 사용된다. 

위치
혜화역 2번출구 하차. 마로니에 공원 뒷길 쇳대 박물관 옆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연중 무휴)  문의 02-3675-4546


1 테이크 아웃을 즐기는 근처 직장인들의 스탬프 카드가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다  2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테라스에서도 즐길 수 있다  3 좌측이 공연장 입구, 우측이 카페로 사용되는 카페 미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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