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산책으로 밴쿠버를 향유하다
캐나다 밴쿠버-산책으로 밴쿠버를 향유하다
  • 트래비
  • 승인 2008.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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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물든 하늘과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자욱함’이 스탠리파크를 장식하고 있다 


산책으로 
밴쿠버를  향유하다 

여유 있는 사람이 산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는 사람이 여유를 누린다. 밴쿠버 한복판을 거닐면서,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울과 밴쿠버를 연신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밴쿠버에서의 비(非)일상이 서울의 일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가절상’된다는 점을 전제하더라도, 무심히 호수나 바다 주변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픈 여행자의 ‘산책본능’을 일깨우는 밴쿠버. 그곳만의 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02-733-7790 www.canada.travel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밴쿠버에서 허락된 며칠의 시간 동안 ‘산책하며 사색하기’나 원 없이 하고 싶었다. ‘계획’이 아닌 ‘소원’에 몸을 맡기다 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초록이 숨쉬는 곳들로 향했다. 그렇게 옮겨진 발걸음이 머문 곳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탠리파크, 잉글리시 베이, 그랜빌 아일랜드 등이었으며 주택가에 있는 무명의 호숫가였다. 그곳들은 공통적으로 ‘유명 관광지’라는 미명 하에 여행자를 압도하지 않았다. 그저 걷고 또 걷고 싶도록, 걷다가 지치면 잠시 앉아 쉴 수 있도록 여행자를 배려했다. 


1 유람선을 타고 바라다본 밴쿠버의 다운 타운. 밴쿠버의 심볼과도 같은 풍경이다 2 그랜빌아일랜드를 떠나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아쿠아버스. 밴쿠버 시민들의 유용한 대중교통수단이다 3 노스밴쿠버의 관문에 위치한 마켓, 론즈데일키. 다국적 음식과 의류, 잡화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다양하다 4 밴쿠버미술관 앞 잔디에는 빡빡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멈춰 소박한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배를 타고 둘러본 남·북 밴쿠버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좋게도 노스밴쿠버와 사우스밴쿠버를 가르는 바닷길을 유람선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배 여행’으로 밴쿠버 산책을 시작하게 됐다. 프린스오브웨일스(Prince of Whales)라는 업체는 밴쿠버섬의 빅토리아와 밴쿠버 사이를 유람선(혹은 소형 크루즈)으로 오가며 고래 관광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기본 일정은 오전에 밴쿠버를 출발해 저녁 때 돌아오는 일정이지만 이번에는 밴쿠버 서부해안까지 돌아오는 ‘맛 보기’ 일정만 경험했다.
 
2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가르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유람선 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과일, 음료도 제공된다. 배의 크기는 74명이 탑승할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밴쿠버 바다는 바다인지 강인지 헷갈릴 정도로 파도가 약해 멀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www.princeofwhales.com

이처럼 관광용 유람선 외에도 밴쿠버에는 이동수단으로 배가 곧잘 활용된다. 밴쿠버 전철 ‘스카이트레인’의 종점역인 워터프론트(Waterfront)에서 노스밴쿠버로 연결하는 시버스(Seabus)나 귀여운 모양이 장난감 같은 ‘아쿠아버스(Aquabus)’ 모두 ‘버스’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 시버스를 타고 노스밴쿠버에 도착하면 다양한 요리, 의류, 잡화 등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운 론즈데일키(Lonsdale Quay) 마켓이 있다. 아쿠아버스도 수공예품, 갤러리 등 각종 소규모 마켓이 많아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그랜빌아일랜드(Granville Island)와 예일타운(Yaletown), 사이언스월드(Science World) 등을 연결한다.


5 스탠리파크에는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이들이 유독 많다 6 밤 산책을 즐기기 좋은 캐나다플레이스는 세계무역센터, 팬퍼시픽호텔, 아이맥스영화관 등이 복합되어 있는 곳이다 7 스탠리파크 내에 있는 아쿠아리움. 쉽게 볼수 없는 다양한 어종과 해양생물들이 모여 있다 8 밴쿠버에서는 갈매기를 비둘기보다 친숙하게 볼 수 있다

초록에 감싸인 밴쿠버 도심

밴쿠버가 가진 최대의 매력은 산과 바다를 모두 끼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몰려 있는 다운타운 외에도 주택가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원과 호수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오후 9시가 넘어도 어둡지 않을 만큼 해가 늦게 지기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시간 또한 넉넉하다.
광활한 대륙의 서안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일몰 풍경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밴쿠버의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히는 스탠리파크(Stanley Park)는 모든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관광지이자, 산책 명소이다. 공원 입구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빌려 널찍한 공원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마차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지만 그저 걷기만 해도 좋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아쿠아리움은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초록에는 인간 심연의 욕망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80년대 감수성 어린 노래들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그룹 ‘어떤날’의 ‘난 거기엘 가지. 초록빛 웃음을 찾아’라는 노래말처럼 ‘초록빛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그곳이 바로 스탠리파크이다.

굳이 산책로를 찾아나서지 않더라도 캐나다플레이스 주변을 무심히 거닐거나, 다운타운에 위치한 미술관 앞 잔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혹시라도 저녁식사를 다운타운에서 해결했다면 소화도 시킬 겸 캐나다플레이스까지 천천히 걸어와 벤치에 앉아 스탠리파크 쪽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1 석양이 질 무렵, 잉글리시베이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2 구스(오리 종류)떼들이 줄지어 창공을 가르며 날고 있다 3 잉글리시베이에는 인종,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휴식과 낭만을 즐기고 있다 4 이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저 휴식 본능에 몸을 맡기면 될 뿐

작은 바닷가, 가장 캐나다다운 풍경

손톱만한 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한 ‘파랑’을 자랑하는 하늘과 그 하늘에 반사된 검푸른 바다. 다운타운의 끝자락에 있는 해변가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에 다다르자 진정 ‘캐나다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캐나다스러움’이라 함은 우선은 사시사철 푸른 잔디,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가 빚어내는 ‘청명함’이겠으며, 다음으로는 다인종·다문화의 공존을 용납하는 ‘다양성’일 것이며, 거기에 더해 고목(枯木)을 뉘여 벤치로 활용하는 캐나다인들의 ‘친자연적 성향’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풍경을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를 만지는 손이 바빠진다. 감도는 최소로 낮추고, 조리개도 최대한 조여 보고, 광각·망원렌즈를 번갈아 끼워 보며 이 풍경, 저 풍경을 당겼다 밀었다 찍어 보지만 어떻게 찍어도 카메라는 풍경을 완전히 모사해내지 못한다. 

벤치에 앉아 잠을 청하는 젊은이, 다정하게 음식을 나눠먹는 노부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렌치키스를 나누고 있는 커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여인 등 모든 풍경이 어색하지 않게 동거하고 있는 풍경도 이곳 잉글리시 베이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요소다. 

캐나다에는 ‘전국민이 150년 동안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나무만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나무가 많고 실제로 나무들은 실생활에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잉글리시 베이에는 일정한 크기로 잘려진 고목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백사장에 깔려 있다. 여름이면 한국의 해수욕장에 빈틈없이 깔리는 형형색색의 파라솔은 분명 고목보다 ‘문명화된 도구’임에도 후진성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찌됐든 백사장에 깔려 있는 고목의 행렬 덕에 잉글리시 베이는 여행자의 가슴에 잊지 못할 독특한 해변의 하나로 추억되고 있다.


5 코모호수는 코퀴틀람 주민들에게 친구와 같은 존재다.이른 아침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독서에 빠져 있는 중년 여성 6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호수 한가운데를 지나며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7 노란 꽃이 따가운 햇살 5 의 세례를 받고 있다

일상처럼 즐기는 호숫가 산책

북적거리는 도심보다는 한가로운 곳에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주택가에 있는 작은 공원이나 호수를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밴쿠버 도심이나 인근 지역에는 유명한 호수나 강도 많지만 무명의 호수나 공원에 들러 밴쿠버인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동참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물론 무명의 호수나 공원이라는 것은 없다. 모두 나름의 사연과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기 나름이다.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코퀴틀람 지역에 위치한 코모 호수(Como Lake)도 규모는 작지만 훌륭한 낚시터와 산책로를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른 아침, 홀로 조용히 걷고 싶어 나선 산책길, 코모 호수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아침 낚시를 즐기고 있다. 정부에서 수시로 물고기를 풀어놓아 지역 주민들이 마음껏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낚시 가능 연령을 16세 이하, 60세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기도 하다. 호수의 반경은 1km로 부담없이 조깅을 즐기기에 좋고, 취사를 할 수 있는 야영장도 있어 가족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호수 주변에는 청둥오리와 구스(오리 종류)가 떼지어 다니고 유유히 호수를 가로지르는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1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는 소년 2 휘슬러마운티니어 열차가 울창한 숲을 가르며 휘슬러로 달리고 있다 3 스키 시즌의 막바지를 즐기기 위해 휘슬러로 몰려드는 사람들 4 휘슬러빌리지의 건물들은 유럽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5 휘슬러마운티니어 열차 중 천장이 유리로 된 글라시에돔 열차 


기차는 휘슬러로 달려간다


덜컹이는 기차에  몸을 실을 때 느낄 수 있는 얇은 떨림은 목적지에 대한 설렘을 배가시키고, 곡선과 직선의 조합으로 펼쳐진 철로는 끝없이 달리고픈 여행자의 본능을 일깨운다. 그래서일까. 기차는 자가용이나 버스보다 어딘지 모르게 감성적이다. 

기차를 이용해 휘슬러로 가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차에 몸을 싣고 노스밴쿠버에서 휘슬러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호수와 폭포를 볼 수 있음은 물론,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서쪽 해안이 마주하고 있는 태평양을 원 없이 보면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용한 휘슬러마운티니어(Whistler Mountaineer) 열차는 이동수단이라기보다는 관광 상품에 가깝다.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열차 티켓을 구매하면 샌드위치와 음료수, 각종 빵 등이 제공되며, 승무원은 쉼 없이 관광지를 설명하는 가이드의 역할까지도 한다. 

기차는 등급에 따라 저렴한 코스트클래식(Coast Classic)과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좌석에 앉아 파노라마 사진과 같은 장관을 즐길 수 있는 글라시에돔(Glacier Dome) 두 종류가 있다. 두 열차 모두 산업화 초기 시대의 열차를 연상시키는 ‘전통 관람 열차칸(Heritage Observation Car)’도 갖추고 있어 빽빽한 나무들이 쏟아내는 산소의 세례를 받으며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승무원이 “잠시 후 왼쪽을 보시면 폭포가 등장합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어느새 어린아이처럼 관람 열차 칸으로 달려가곤 한다. 열차는 관광객을 배려해 멋진 경관을 지날 때면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멈춰서기도 한다. 

3시간반쯤 해변과 협곡 사이를 누비며 휘슬러에 도착하자 휘슬러빌리지까지 관광객들을 태워 줄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세계 스키·스노보드 마니아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휘슬러. 스키장의 관문인 휘슬러빌리지는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여름의 시작을 앞둔 시점에도 스키어들로 북적거렸다. 또 이미 눈이 녹은 슬로프는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어 두어 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은 온몸에 진흙을 묻히며 눈 없는  스키장을 누비고 다녔다.

휘슬러에 왔다면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곤돌라를 타고 휘슬러마운틴의 꼭대기에 반드시 들러 봐야 한다. 지면과 10m 가량 떨어져 내려다보이는 산악과 마을의 풍경은 왜 휘슬러가 ‘북미 최대의 스키장’인지 충분히 설명해 준다. 곤돌라 투어를 마치고 나면 휘슬러빌리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쇼핑숍을 둘러보거나 가볍게 차를 마시면 어느새 기차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된다. 휘슬러마운티니어 열차는 4월23일부터 10월19일 사이에만 운영된다.   www.whistlermountain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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